2023년 한 해를 마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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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칼럼] 12월의 축복기도

▲설산과 등산가. ⓒ픽사베이

▲설산과 등산가. ⓒ픽사베이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언어는 자연을 닮았다.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을 체로키(Cherokee)족은 “다른 세상의 달”로, 크리크족은 “침묵하는 달”이라고 부른다. 샤이엔(Cheyenne)족은 “늑대가 달리는 달”, 호피족은 “존경하는 달”, 벨리마이두족은 “하루종일 얼어붙는 달”, 풍카족은 “무소유의 달”이라 부른다.

이제 한 해를 마감해야 되니 후회든, 미련이든, 집착이든, 욕망이든 내려놓고 비워야 할 때가 되었다. 러시아의 시인 푸슈킨도 이렇게 노래했다.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지나간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될지니…”.

수도자인 이해인 수녀는 ‘12월의 축복기도’라는 긴 시를 전해준다. 우리 평신도들이 보기엔 송년사로도 보인다. 기독교 신자들은 교회력을 따라 성탄 전 4주간을 대림절(대강절)로 지키는데, 그 4주간의 교회 행사를 설명하는 설교 같기도 하다. 전문을 읽어보기로 하자.

“향기나는 소나무를 엮어/ 둥근 관을 만들고/ 4개의 초(燭)를 준비하는 12월/ 사랑으로 오시는 예수님을 기다리며/ 우리 함께 촛불을 밝혀야지요?

그리운 벗님/ 해마다/ 12월 한 달은 4주 동안/ 4개의 촛불을 차례로 켜고/ 날마다 새롭게 기다림을 배우는/ 한 자루의 촛불이 되어 기도합니다

첫 번째는 감사의 촛불을 켭니다/ 올 한 해 동안 받은 모든 은혜에 대해서 아직 이렇게/ 살아있음에 대해서 감사를 드립니다. 기뻤던 일/ 슬펐던 일/ 억울했던 일/ 노여웠던 일들을/ 힘들었지만 모두 받아 들이고, 모두 견뎌 왔음을/ 그리고 이젠 모든 것을 오히려 ‘유익한 체험’으로 다시 알아듣게 됨을 감사드리면서 촛불 속에 환히 웃는 저를 봅니다. 비행기 테러로 폭파된 한 건물에서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뛰어나오며/ 행인들에게 소리치던 어느 생존자의 간절한 외침/ ‘여러분, 이렇게 살아있음을 감사하세요.’하는 그 젖은 목소리도 들려옵니다

두 번째로 참회의 촛불을 켭니다. 말로만 용서하고 마음으로 용서 못 한 적이 많은 저의 옹졸함을 부끄러워 합니다/ 말로만 기도하고 마음은 다른 곳을 헤매거나 일상의 삶 자체를 기도로 숭화시키지 못한 저의 게으름과 불충성을 부끄러워 합니다. 늘상 섬김과 나눔의 삶을 부르짖으면서도 하찮은 일에서조차 고집을 꺾지 않으며 교만하고 이기적으로 행동했던 날들을 뉘우치고 뉘우치면서/ 촛불 속에 녹아 흐르는/ 저의 눈물을 봅니다

세 번째로 평화의 촛불을 켭니다./ 세계의 평화/ 나라의 평화/ 가정의 평화를 기원하면서 촛불을 켜면/ 이 세상 사람들이 가까운 촛불로 펄럭입니다/ 사소한 일에서도 양보하는 법을 배우고/ 선과 온유함으로 사람을 대하는 평화의 길이 되겠다고 다짐하면서 촛불 속에 빛을 내는/ 저의 단단한 꿈을 봅니다

네 번째로 희망의 촛불을 켭니다/ 한 해가 왜이리 빠를까? 한숨을 쉬다가 또 새로운 한 해가 오네/ 반가워하면서 다시 시작하는 설렘으로 희망의 노래를 힘찬 목소리로 부르렵니다

겸손히 불러야만 오는 희망/ 꾸준히 갈고 닦아야만 선물이 되는 희망을 더 깊이 끌어안으며/ 촛불 속에 춤추는 저를 봅니다

사랑하는 벗님/ 성서를 읽으며 기도하고 싶을 때/ 좋은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 마음을 가다듬고 촛불을 켜세요.”

한 해를 정리하면서 성경에서 재미있는 한 구절을 소개하고 싶다. “바보처럼 우쭐해지거든 입을 손으로 막고 잘 생각하여라. 양의 젖통을 누르면 젖이 나오고, 코를 치면 피가 나오듯 화를 돋우면 싸움이 터진다/ 네가 모욕하는 말과 무례한 몸짓으로 남의 이목을 끄는 어리석은 짓을 했다면 누군가가 네 코피를 터뜨려도 놀라지 마라. 우유를 저으면 버터가 되듯이, 화를 부추기면 주먹다짐을 하게 된다.”(잠 30:32-33).

꼼수를 쓰고 무리수를 계속 두면 결국 패가망신한다. ‘天網恢恢疏而不失(하늘의 법망은 너무 커서 엉성해 보이지만, 악인에게 벌을 주는 일은 절대 빠뜨리는 일이 없다)’.

현재 세계에서 한국의 위상은 대단하다. 미국과 영국과 네덜란드가 한국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청했고, 미국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연설 도중 26번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반면 국내에서는 너무 초라한 모습이다. 안에서도 빛나는 국정을 펴주기 바란다.

김형태 박사

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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