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의 공식 즉위 미사 당시 모습. ⓒ교황청
카자흐스탄의 한 가톨릭 대주교는 가톨릭교회가 ‘성 이데올로기’를 전파한다고 비판하며, 최근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 기도를 허용한 바티칸 신앙교리성의 지침을 공식적으로 거부했다.

가톨릭헤럴드에 따르면, 2003년부터 아스타나 성모 마리아 대교구장을 맡고 있는 토마시 페타(Tomash Peta) 대주교는 동성 커플에 대한 어떤 형태의 축복도 금지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이번 주 승인한 지침을 철회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권고했다.

바티칸 신앙교리성은 18일(이하 현지시각) “전례적 관점과 긴밀하게 연결된 축복에 대한 고전적 이해를 넓히고 풍부하게 하는 믿음”이라는 제목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선언문은 ‘동성 커플’과 ‘변칙적인 상황’에 있는 다른 커플들에게 ‘자발적인 목회적 축복’을 허용하지만, 축복은 결혼과 유사하지 않으며 그러한(동성애) 관계는 여전히 죄악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이 같은 맥락에서 우리는 공식적으로 그들(동성 커플)의 지위를 확인하거나 결혼에 대한 교회의 영원한 가르침을 어떤 식으로든 바꾸지 않고도, 변칙적인 상황에 있는 부부와 동성 커플을 축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선언문은 주님의 자비를 깊이 신뢰하는 수많은 몸짓으로 주님을 예배하고 이러한 확신을 가지고 끊임없이 성모교회의 축복을 구하러 오는 충실한 하느님의 백성에게 바치는 바이기도 하다”며 “변칙적인 상황에서 부부의 축복을 위한 의식을 제공하거나 장려해서는 안 되며, 동시에 사람들이 단순한 축복을 통해 하느님의 도움을 구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서 교회가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막거나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페타 대주교는 “변칙적인 상황에 처한 부부와 동성 커플을 축복하는 허락 자체에 악이 숨어 있다”며 “이 같은 축복은 신성한 계시와 가톨릭교회의 끊임없는 2천 년 교리와 실천에 직접적이고 심각하게 위배된다”고 했다.

또 “불규칙한 상황에 있는 부부와 동성 커플을 축복하는 것은 가장 거룩하신 하느님의 이름을 심각하게 남용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이름이 객관적으로 죄악된 간음이나 동성애 행위의 결합에 사용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페타 대주교와 함께 서명한 아타나시우스 슈나이더(Athanasius Schneider) 보좌주교는 “바티칸이 그러한 축복을 합법화함으로써 광범위하고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교단은 ‘세계주의적이고 불경건한’ 젠더 이데올로기의 선전가로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사도들의 후계자로서의 맹세와 신앙의 유산을 보존해야 한다는 책임을 언급하며, 대교구의 사제들과 신자들에게 “변칙적인 상황”에 있는 부부나 동성 관계에 있는 커플을 위해 어떤 형태의 축복도 행하는 것을 금지하길 권고했다.

이어 “더 이상 죄를 짓지 않고 공적으로 죄적인 상황(예를 들어 교회법적으로 유효한 결혼 이외 동거, 동성 간 결합 등)을 끝내겠다는 확고한 의도를 가지고 진심으로 회개하는 모든 죄인들은, 말할 필요도 없이 축복을 받을 수 있다”고 썼다.

두 사람은 갈라디아서 2장을 언급하며 결론을 내렸다. 해당 말씀에서 바울은 베드로가 복음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고 정면으로 반대했다. 

주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복음의 진리에 따라 올바르게 걷지 않는다”며 “가톨릭교회가 변칙적인 상황에 처한 부부와 동성 커플을 축복하는 허가를 취소해 ‘기둥’으로 뚜렷이 빛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하나님의 뜻을 알고 그 뜻을 이루려 영생을 얻기를 힘쓰는 모든 자에게 교회는 진리의 터이니라”(딤전 3:15)는 말씀을 언급했다. 

바티칸의 최근 지침은 일부 미국 주교들에게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많은 주교들은 결혼이 한 남자와 한 여자 사이의 연합이라는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을 재확인하면서도, 이 지침이 공식적인 가르침을 바꾸지는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는 바티칸의 선언이 “자신의 삶에서 하느님의 사랑의 은총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주어질 수 있는 전례(성사) 축복과 사목적 축복을 구별했다”고 강조했다.

USCCB 성명서는 “결혼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은 변하지 않았으며, 이 선언문은 우리 각자가 우리 삶에 하나님의 치유적인 사랑과 자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목회 축복을 통해 사람들과 동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확증한다”고 밝혔다.

보스턴 대교구는 사제들에게 “신앙과 믿음의 기도가 성찬과 유사한 전례적이거나 준예배적 행위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미네소타 크룩스턴 교구의 앤드류 코젠스 주교는 성명을 통해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혼 이외의 모든 성적 결합은 복음에 어긋나기 때문에, 동성 결합을 축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회는 아직 복음과 완전히 일치하게 생활하지 않는 개인들, 심지어 동성 결합에 있는 사람들도 ‘축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 대교구 블레이즈 쿠피치 추기경은 성명에서 “이번 선언은 은총과 지원을 원하는 모든 사람과 함께하고자 하는 예수님의 열망을 담고 있다”며 “이곳 시카고 대교구의 우리는 선언문을 환영한다. 이 선언문은 우리 공동체의 더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의 친밀함과 연민을 느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케냐 가톨릭 주교회의는 성명을 통해 “새로운 지침이 기독교인들과 하느님의 백성 전체에 불안과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독일 주교회의 의장은 “바티칸이 신학적으로 온건하고 차분한 언어로 긴급 사안을 다뤘다”고 칭찬했다. 그는 성명에서 “해당 선언문은 신학적인 범주와 용어를 책임 있는 방식으로 적용한다”며 “이는 교회의 가르침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충실성과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를 원하는 교회 실천의 사목적 요구 사항 사이에 명확한 선을 긋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