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다 떨어지다 붙잡다
날다, 떨어지다, 붙잡다

헨리 나우웬, 캐럴린 휘트니브라운 | 윤종석 역 | 바람이불어오는곳 | 380쪽 | 19,500원

나를 내던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동안의 평판, 소소하게 누려왔던 안정을 내어놓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나를 내어준다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시간과 에너지를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이 왠지 비효율적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치고 고단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평안과 안정을 추구합니다. 누군가에게 완전하게 수용 받고 싶습니다. 타인이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었을 때, 우리는 수용 받고 사랑을 누립니다.

헨리 나우웬(Henri J. M. Nouwen)은 하버드대학교 교수직을 내려놓고, 지적 장애인들의 공동체인 라르쉬 에이브레이크로 향합니다. 자신의 명성은 이 공동체에 들어설 자리가 없습니다. 그저 존재로 인정받고 수용받는 곳이었습니다.

나우웬은 이곳에서 변화를 맞이합니다. 영적 통찰을 얻습니다. 참된 공동체에 대해 생각해왔던 것을 보다 분명하게 경험하게 됩니다.​

나우웬은 1996년 9월, 갑작스러운 심장 발작으로 숨을 거둡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었던 글을 미처 완성하지 못한 채로 말입니다. 그가 남기고 싶었던 마지막 책은 로드레이 공중그네 곡예단과의 만남에 기초한 논픽션 창작물이었습니다. 기존 신앙서적과 결이 다른 책입니다. 그리스도인들만을 대상으로 한 책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신선한 영적 통찰이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터져 나옵니다.​

캐럴린 휘트니-브라운(Carolyn Whitney-brown)은 라르쉬 데이브레이크 공동체에 거주했던 캐나다 작가입니다. 헨리 나우웬 유작 센터 출판위원회에서는 나우웬의 미간행 원고의 창작을 그에게 부탁했습니다. 캐럴린은 나우웬의 미완성 원고들을 최대한 살려 『날다, 떨어지다, 붙잡다』 (Flying, Falling, Catching)를 완성했습니다. 나우웬의 사후 25년 만에 우리는 다시금 그의 글을 마주하게 됩니다.​

서커스 남녀 공중 그네 곡예사
▲플레이그라운드 AI가 자체 제작한 공중그네 그림. ⓒplayground.com
헨리 나우웬은 우연한 기회에 서커스 공연을 보게 됩니다. 그때 로드레이 공중그네 곡예단의 공연 또한 보게 됩니다. 위험해 보였던 공연이었기에 처음에는 불안인 줄 알았는데, 나우웬은 이후에 그것이 엄청난 전율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정말 자신을 감동시키고 매료되었음을 고백합니다. 이로부터 나우웬은 공중그네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자유, 신뢰, 열정, 팀워크…. 아직은 설명할 수 없는 매력에 강하게 이끌립니다.​

여러 저술과 많은 강의로 유명했던 그였지만, 어린아이 같은 팬의 마음으로 나우웬은 공중극예단을 대합니다. 나우웬의 진심과 따뜻함은 어느새 로드레이 공중그네 곡예단에게도 전달됩니다. 어느새 그들은 친한 친구 혹은 가족과 같이 지내게 됩니다. 서로를 통해 위안을 얻고 친밀함을 누립니다. 나우웬은 공중그네 곡예단의 공연뿐 아니라 연습 과정을 통해 진정한 자유와 공동체에 대한 통찰을 얻게 됩니다.

공중그네를 보여주던 로드레이는 나우웬에게 이와 같이 확신에 차서 말합니다. ˝나는 사람은 날아야 하고, 잡는 사람은 잡아야 합니다. 나는 사람은 잡는 사람이 알아서 해 줄 것을 믿고 양팔을 내밀어야 합니다. ˝

이 말은 나우웬에게 깊게 각인됩니다. 참된 신뢰는 자신의 것을 모두 내어 놓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마치 예수님께서 하나님 아버지께 자신을 모두 내어 맡긴 것처럼 말입니다.

헨리 나우웬의 마지막 발걸음을 이 책을 통해 봅니다. 인생의 마무리가 갑작스러웠지만, 그럼에도 그에게 참된 공동체가 있었음을 깨닫습니다. 그는 자유와 신뢰, 공동체, 몸에 대해 우리에게 말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살아내고자 부단히 노력했음을 봅니다.

참된 공동체는 자신을 내어줍니다. 그 행위는 상대를 향한 신뢰가 바탕이 됩니다. 비로소 공동체는 비상합니다. 참 자유를 누립니다. 날고, 떨어지고, 붙잡습니다. 아름다운 공동체의 모습입니다.

모중현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명예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