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72회 총회선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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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임원들이 선서하고 있다. ⓒNCCK

▲신임 임원들이 선서하고 있다. ⓒNCCK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11월 20일, 서울 종로구 소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생명의 하나님, 사랑으로 만물을 새롭게 하소서”를 주제로 72회 총회를 진행하였다.

총회는 인류 문명으로 말미암은 현재의 기후위기가 인간뿐만이 아니라 하나님 창조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구성원을 절박한 상황 앞에 몰아넣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더불어 한반도의 평화는 물론 세계 도처의 전쟁과 분쟁을 비롯하여, 이 나라의 경제, 정치가 심각한 위기 상황에 이르러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에 총회는 이러한 위기상황을 넘어서기 위해 해결해 나아가야 할 우리의 과제를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기후정의 실현을 위하여

피조물의 신음소리가 온 천하에 가득하다. 현재 직면한 생태위기는 창조세계를 이용의 대상으로 여기고 무분별하게 착취해온 우리의 무지와 탐욕에서 기인한 것이다. 더 늦기 전에 풍요의 환상에서 돌이켜 인간만이 아닌 지구, 자연, 동식물과 공존하기 위해 기꺼이 가난을 선택하고 생태정의를 이루기 위해 힘써야 한다.

우리는 성장주의에 사로잡혀 창조세계를 돌보지 못한 우리의 죄를 회개하며 고통 받는 피조물들의 탄식소리를 경청하고, 우리 자신을 돌보듯 창조세계를 돌보며 모든 피조물의 구원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또한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어리석은 삶의 방식을 버리고 자연이 주는 친환경 에너지를 적극 사용함으로 생태적 전환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우리는 한국교회가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는 마음으로 한국교회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로드맵에 따라 교회의 탄소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힘쓰기를 바란다. 나아가 뜻을 같이 하는 시민사회와 연대하며 반 생태적인 사회구조를 넘어 생태정의의 길로 달려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온 생명의 공동의 집이자 생명의 원천인 바다를 쓰레기장으로 삼는 방사능 오염수 해양 투기를 철회시키고 보다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해결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힘을 다할 것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맞이할 새로운 100년이 창조세계 모든 피조물들에게도 희망이 되기를 소망한다.

국제사회 평화를 위하여

세계 패권 질서의 한가운데 전쟁과 분쟁으로 각 지역 도처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탄식하고 있다. 우리는 변화된 사회경제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인간소외와 불평등, 차별과 빈곤, 기아 등 처절한 현실 앞에 서 있는 세계시민들의 삶이 에큐메니칼 공동체의 성찰과 응답을 요구하는 절박한 시대를 마주하고 있다.

특별히 한반도와 더불어 아시아 민중들의 삶은 오랜 식민잔재와 역사적 트라우마, 국가안보를 내세운 독재 이데올로기와 불평등, 가난의 문제 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미얀마, 필리핀, 스리랑카, 홍콩, 인도네시아, 태국, 캄보디아 등 많은 아시아 공동체들이 권위주의 독재를 재현하는 국가권력에 고통당하고 있으며, 이에는 지나온 세월에 새겨진 다각적 층위의 원인이 존재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복음과 선교’, ‘일치와 갱신’, ‘정의와 평화’라는 기치 아래 개개인의 삶의 자리를 너머 민(民)과 민(民)의 연대를 이루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국제 에큐메니칼 공동체들과 더불어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모든 생명의 존엄을 지키는 우리의 사명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아갈 것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하여

군사적 긴장은 높아지고, 전쟁의 위협이 어느 때보다 극에 달해, 언제라도 국지전의 위험까지 갈 수 있는 초긴장상태에 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대북 강대강 전략을 고수함은 물론 힘에 의한 평화가 마치 한반도의 유일한 평화전략인 것처럼 호도되고 있다. 분단 해결의 방안으로 제시되었던 군사적 해법이나 압박, 각종 제재는 한반도의 평화에 있어서 군사적 긴장과 북핵프로그램의 고도화로 인한 군비경쟁의 역효과만 낳았다는 것을 지난 70년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한반도에 평화를 원한다면, 평화적 외교수단인 대화와 협력으로 나아가야 한다. 더디더라도 평화적인 방식을 택하여, 한반도에 화해의 기회가 오도록 노력해야 한다. 70년간 한반도에는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쟁은 더 이상 그 어떠한 곳에서도 벌어져서는 안 된다.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의 출발점은 공식적인 전쟁을 끝내고, 평화만이 해답임을 선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세계교회와 함께 인류 보편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모이기를 힘쓸 것이다.

정의와 평화를 위하여

하늘과 땅의 경계를 허무신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사람과 사람, 사람과 다른 피조물 사이를 가로막는 불평등과 차별의 장벽을 허물고 모든 피조물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어 가는 것은 교회의 가장 중요한 사명 가운데 하나이다. 이에 우리는 극심한 양극화를 해소하고 경제정의를 실현하여 자본에 의한 차별과 불평등을 넘어서기 위해서, 그리고 정의와 평화의 자리에 서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등 모든 이들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존중받는 정의로운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 힘쓰고자 한다.

또한 지난 99년간 숱한 탄압과 박해 속에서도 묵묵히 감당해 왔던 인권선교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계승하여 가난한 자와 약자, 소수자의 편에 서서 보편적 인권의 실질적인 실현을 위한 공의의 여정을 이어나가고자 한다. 특별히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오송 참사 등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안일함이 초래한 사회적 참사로 인해 희생된 이들과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모든 이들에게 안전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우리는 위와 같은 위기 앞에 직면하여 섰음에도 그저 일상을 살아가기에 급급했던 삶의 모습을 돌이켜, 하나님의 창조세계 모든 구성원들이 하나님 치유의 역사 앞에 서는 그날까지 일치와 연대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다.

특별히 이 땅에서 최초로 교회 연합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했던 에큐메니칼 정신을 이어받아, 안으로는 교회의 일치와 연합을 더욱 공고히 하며, 밖으로는 사회와 함께 연대하는 가치를 실천함으로 만물을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실현하여 나아갈 것이다. 주여, 사랑으로 우리를 새롭게 하소서.

“당신께서 입김을 불어넣으시면 다시 소생하고 땅의 모습은 새로워집니다.”(시편 104:30)

2023년 11월 20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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