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로 보는 교회의 공동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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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 미야자키 하야오 (2)

한국 사회의 공동체 의식 해체,
교회 복음화 노력에 큰 장애물
일본에 비해 극복 의식도 부족
한국교회, 기독교 고유 공동체
소개와 훈련을, 과제 불이행 시
전도활동 결실 맺기 어려울 것

▲지난 10월 두 주간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지브리 스튜디오의 신작, &lt;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gt;.

▲지난 10월 두 주간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지브리 스튜디오의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일본의 부덕함: 전범국의 군국주의와 파쇼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의식

근래 국내 극장가에서 한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감독 본인이 몸소 겪은 일본 사회의 변화에 대한 감상과 문제의식을 담은 작품이다.

이 애니메이션 안에는 미야자키 감독 본인이 태평양 전쟁 당시 겪었던 어린 시절의 경험에 대한 기억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식 이면 세계, 그리고 요괴와 정령의 존재를 믿는 일본의 전통 신토사상이 오묘하게 뒤섞여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작품 서사 속에서 눈여겨 볼 점은 주인공 마키 마히토의 가정형편이다. 마히토의 아버지 마키 쇼이치는 미야자키 감독의 실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일본군 전투기 부품을 제작해 공급하는 공장을 운영하며, 친어머니 히사코는 미군의 공습에 의해 발생한 대형 화재에 휘말려 병원에서 사망했다.

어머니의 사망 후 아버지는 일본의 전통 풍습에 따라 아내였던 히사코의 친동생 나츠코와 새로 결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 곧 임신을 해서 출산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마히토의 집안에는 저택의 일을 맡아 처리하는 하녀 할머니 7명과 하인 할아버지 2명이 함께 살고 있다. 이들은 마히토를 많이 아끼고 정성스럽게 돌봐준다.

주인공 마히토는 친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있고, 이모이면서 새어머니인 나츠코에 대해 별다른 악감정은 없다. 다만 새로 태어날 이복동생에 대해서는 다소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낀다. 이세계로 넘어가기 전 마히토의 심정은 새롭게 재편된 가족구조에 대한 약간의 혼란과 반감이 뒤섞여 있다.

그러나 이세계에 진입해 여러 위기를 탈출하는 과정에서 마히토는 젊은 시절의 친어머니와 하녀 할머니를 만나 도움을 얻고, 이세계로 납치된 이모 나츠코를 구해내는 경험을 하면서 가족애의 중요성을 확인하게 된다.

가족 간 관계가 항상 애정이 넘치는 관계일 수만은 없지만, 커다란 고난과 위기 앞에서 가족애만큼 힘을 주는 것은 없었다는 미야자키 감독의 생각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특히 태평양 전쟁과 같이 추악하고 부당한 전쟁 상황 속에서 미야자키 감독이 생동감 있게 그려낸 가족애의 힘은 더욱 크게 돋보인다.

파쇼 군국주의 광기로 전쟁을 일으켜 전쟁 상대국 국민뿐 아니라 자국민에게도 막대한 피해와 심적 고통을 안겨준 일본 제국에서 일본인들의 정치적 윤리관념은 마비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본 국내로 보면 당시 일본의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하면서 정부 방침에 충실히 따르며 전쟁 승리를 추구하는 것이 국민으로서 의무였겠지만, 그 의무를 충실히 따르는 것이 국제사회에는 전쟁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되고 말았다.

작중 마히토 가족이 겪는 위기와 마히토의 심적 갈등 원인 가운데는 바로 이 태평양 전쟁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쟁은 마키 집안 부(富)의 원천이지만, 동시에 마히토의 어머니를 죽게 하고 마히토가 시골로 피신해 각종 어려움을 겪게 만든 원인이다. 마키 일족을 비롯한 당시 일본 국민 전체는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가 자국 일본이기에 전쟁의 부당함과 해악을 직접적으로 성토할 수 없는, 윤리 기준이 무너져버린 사회적 분위기 속에 살고 있다.

이는 실제로 미야자키 감독이 어린 시절부터 자국 일본의 군국주의와 집단주의를 극도로 혐오하게 된 주원인이었다. 어린 시절 미야자키 감독은 전범국인 자기 나라 문화와 사회적 분위기가 혐오스러워, 일본 노래 대신 러시아 민요를 부르고 다녔다고 소회한 바 있다.

▲일본 제국 시절 전체주의의 광기와 어리석음에 함몰된 대중을 상징하는 앵무새들.

▲일본 제국 시절 전체주의의 광기와 어리석음에 함몰된 대중을 상징하는 앵무새들.
◈일본의 미덕: 일본 고유의 가족애와 공동체 의식에 대한 존중

미야자키 감독은 일본의 정치를 병들게 한 군국주의 및 파쇼 전체주의를 혐오하였지만, 자신의 삶을 지배하는 일본의 전통과 문화 그 자체를 부정하며 살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군국주의와 전체주의의 광기를 걷어냈을 때 발견할 수 있는 일본인 고유의 미덕을 찾아내려 했다.

그가 찾아낸 일본의 미덕은 일본 특유의 형태로 전래되는 가족애와 공동체 의식, 그리고 자연 만물에 대한 종교적 존중이었다. 이 두 가치는 그의 작품 전체를 통해 반복적으로 표현된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미야자키 감독이 바라보는 현대 일본의 문제와 그에 대한 개인적인 대안이 제시되어 있다.

헤이세이 버블이 붕괴된 1990년대 이후의 일본에는 특이한 사회적 구조가 형성되었다. 이전까지 일본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모두에서 집단주의 성향이 우세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공직사회와 기업에서의 집단주의 문화가 전후 일본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뤄내는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블 붕괴 이후 일본 사회는 공직 사회나 기업과 같은 공적인 영역에서는 여전히 집단주의가 우세하지만, 가족이나 개인 생활과 같은 사적 영역에서는 점차 개인주의가 우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는 더 이상 일본식 집단주의가 개인의 생계와 사회적 지위를 안정적으로 책임져주지 못한다는 데 대한 자각 때문이기도 했고, 결혼 감소와 출산 감소 등으로 인해 1인 가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립됐기 때문이다.

▲신, 가족, 동료, 친구 사이의 화합을 포괄하는 일본 특유의 공동체성을 주제로 삼는 미야자키 감독의 애니메이션, &lt;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gt;.

▲신, 가족, 동료, 친구 사이의 화합을 포괄하는 일본 특유의 공동체성을 주제로 삼는 미야자키 감독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미야자키 감독의 눈으로 볼 때, 일본 제국 시절의 전체주의를 이어받은 일본의 집단주의는 구시대의 적폐였다. 하지만 가족과 지역 공동체를 뿌리부터 해체시키는 극단적 개인주의 역시 일본 사회의 미래를 무너뜨리는 요인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미야자키 감독의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상호 배려와 존중, 애정에 바탕을 둔 공동체 의식이나 가족애를 강조하며, 이 점이 그의 작품을 명작 반열에 올려놓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확인되는 미야자키 감독의 일본식 가족애와 공동체 의식에 대한 존중은 우리 한국 관객들에게도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일본 버블 경제가 붕괴되던 시기와 현재 한국의 경제상황 및 사회 분위기는 여러 방면으로 유사하다. 사회의 공동체 의식은 급격하게 해체되고, 1인 가구 급증과 함께 사적 영역에서 점차 집단주의 성향이 사라져가고 있다. 게다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혼인율로 가족애라는 것이 아예 성립될 근간 자체를 상실하고 있다.

공동체 의식은 기독교 복음화에 필수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과거 한국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집단주의 성향은 한반도 복음화의 주된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교회는 기본적으로 신앙을 근간으로 삼는 공동체로서 교회의 각 지체들이 서로의 삶에 이런저런 모습으로 간섭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모임이다. 기독교인은 하나님의 계명에 비추어 올바른 점은 서로 권장하고, 잘못된 점은 징치해 고쳐가는 방식으로 각자의 사생활을 다소간 포기하고 삶 전체를 교회라는 공적 영역과 공유해야 한다.

공동체 의식이 강한 사회에서는 이런 교회 공동체 내에서 삶의 방식이 자연스럽게 훈련된다. 반대로 공동체 의식이 허물어진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교회 공동체에 가입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럽게 여긴다. 복음의 내용이 어떤지 알아보기 전에, 공동체 생활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몸에 배어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당면한 복음화의 가장 큰 장애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극단적 개인주의이다.

미야자키 감독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통해 극단적으로 개인화되고 있는 일본 사회의 풍조에 우려를 표하는 동시에, 공동체적 가치 회복을 위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힘쓴다.

사실 이는 일본 대중문화의 한 중요한 테마 가운데 하나이다. 일본의 노래 가사나 드라마, 영화, 애니 대사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말, ‘혼자가 아니야(ひとりじゃない)’는 공동체성을 회복하려는 일본 콘텐츠 제작자들의 고민을 반영한다.

▲함께 나누는 삶의 가치를 되새기게 만드는 &lt;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gt;.

▲함께 나누는 삶의 가치를 되새기게 만드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그러나 한국 대중문화 작품에서 이런 진중한 문제의식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조폭, 복수, 좌편향 정치성향, 치정, 비현실적 연애와 같은 소재에 편중돼 있는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에서는 우리 사회의 공동체성 회복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하려는 시도를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 사회 공동체 의식의 해체는 복음화 노력에 큰 장애물이다. 그리고 대중문화 콘텐츠의 메시지를 살펴볼 때, 한국은 이 문제 요인을 극복하려는 의식이 일본에 비해 크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 대해 한국교회는 문제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제 한국 사회는 더 이상 유교적 전통이나 민족주의에 의존해서 집단주의를 유지할 수 없다. 따라서 교회는 새로운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 기독교 고유의 경건한 공동체성을 지혜롭게 소개하고 훈련시켜야 하는 과제를 짊어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나름의 문화전통과 종교성을 가지고 공동체성 회복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그리고 훨씬 더 강도높게 가족구조와 공동체적 결속이 해체되고 있는 한국에서 교회가 이런 노력을 등한시하면, 향후 한국교회는 전도 활동의 결실을 맺기가 극단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박욱주 박사

연세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객원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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