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년 평양대부흥은 허구적 ‘발명’이었다?”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기독교학술원, 99회 월례포럼 개최

하디, 성경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
평양대부흥, 교회 비정치화 초래?
70년대 대형집회, 오늘 재현 가능?

▲질의응답이 진행되고 있다. ⓒ기독교학술원

▲질의응답이 진행되고 있다. ⓒ기독교학술원

‘애즈베리 부흥과 21세기 한국교회 부흥’이라는 주제로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 제99회 월례포럼 기도회 및 발표회가 지난 3일 오후 경기 용인 신갈포도나무교회(담임 여주봉 목사)에서 개최됐다.

2부 발표회는 김영한 원장(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초대원장) 사회로 김 원장의 개회사 후 소요한 교수(감신대)가 1903 원산 대부흥, 박찬호 교수(백석대)가 1907 평양 대부흥, 김요셉 교수(총신대)가 1973 애즈베리 대부흥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김영한 원장은 “2023년 2월 8일 미국 켄터키주 애즈베리 대학교에서 부흥이 일어나 총장이 기도회를 멈추기를 공식 선언할 때까지 16일간 지속됐다”며 “이는 2020년 이후 3년 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 6억 9천만 명(2023년 9월 4일 기준)이 확진되고 690만 명이 목숨을 잃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하나님이 인류에게 새로운 구원을 주시는 징표이다. 이 부흥이 한국교회에서도 일어나기를 염원한다”고 운을 뗐다.

김 원장은 “부흥은 ‘부흥의 핵심가치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진정한 부흥은 개인 영혼의 변화뿐 아니라 교회와 신앙 공동체의 연합과 사회적 성화로 이어져야 한다”며 “20여 년간 Korean Revival(한국교회 영적 갱신을 위한 신학교수 신학생 기도모임)에 속한 신학자들의 부흥에 대한 의미 있는 관찰과 연구에 의하면, 부흥에는 신자의 회개, 교회의 연합과 일치, 사회 변혁, 민족 복음화와 통일, 세계선교의 완수 등 다섯 가지가 따라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웨슬리의 부흥운동은 비단 수많은 영혼을 구원했을 뿐 아니라, 부패한 영국 사회를 갱신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그의 부흥운동은 정치·문화·경제·사회 등 많은 면에 있어 유럽 전역에 새로운 이상을 보여준 것”이라며 “영적 부흥으로 한국교회의 ‘내적’ 체질이 바뀌어 사회에 대한 교회의 ‘영적’ 권위가 회복돼야, 초창기 교회처럼 민족 공동체 ‘희망’의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엑스플로 74 대회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 한국사를 향한 복음전도에 있어 대형전도와 대부흥운동보다는 개교회와 소그룹을 통한 말씀 생활화와 사회적 성화를 위한 그리스도인들의 실천, 즉 말씀 생활화를 위한 성시화 운동, 사회적 소외자들을 위한 나눔 운동, 기후변화 시대에 생태환경 돌봄 운동 등이 요청된다”며 “날마다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따를 때 개인과 교회의 변화를 통한 사회적 성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념촬영 모습. ⓒ기독교학술원

▲기념촬영 모습. ⓒ기독교학술원

◈1903년 하디 선교사 주요 사상

이후 소요한 교수가 ‘1903년 원산 부흥 운동의 주역 하디의 영성’을 주제로 “하디의 신학과 영성을 연구한 학자들이 대부분 그의 생애에 초점을 맞췄지, 정작 선교 현장에서 주장했던 내용과 구체적 선교 방법 등은 다루지 못했다”며 “하디 선교사의 선교 보고서를 살펴보면, ‘성서의 내용이 실제로 믿어졌는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모습에서 부흥이 시작됐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소요한 교수는 “하디에게는 ‘한국인들의 죄를 깨닫고 회개와 믿음으로 부흥하는 것을 갈망했지, 내 자신을 되돌아보지 못했다’는 관점 전환이 있었다. 지금까지 타인의 모습을 보면서 원하고 바라는 바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자신이 잘못하고 있음을 깨닫고 전환했다는 것”이라며 “그 내면화 과정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상과 사랑의 모습, 성령의 임재 등을 읽고 성경 구절로 이해하고 묵상하는 차원이 아니라, 그것을 실재로 믿기 위해 삶 가운데 적용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소 교수는 “원산 부흥의 모습은 인위적 부흥의 선동과 요구가 아닌 하디 자신의 고백이자 내면화 과정이 외형적으로 나타난 것”이라며 “하디는 기도에 있어서도 ‘하나님과 항상 교통하는 것으로, 아브라함의 기도와 같다(창 10:22-33). 또 신앙의 능력이 현장에 있기 위해 기도가 필요하고, 하나님의 뜻은 기도를 통해 이 세상에 나타난다고 했다”고 했다.

그는 “1903년 부흥을 이끈 하디의 생애는 잘 알려졌지만, 이처럼 그가 선교 현장에서 펼쳤던 메시지와 내용은 잘 알려지지 못했다”며 “이는 한국교회 역사 연구에서 공통적 문제로, 하디뿐 아니라 대부분 인물 연구를 생애·사건을 중심으로 다루다 보니, 특정 인물이 전했던 그 시대의 메시지와 내용은 간과했던 것”이라고 정리했다.

◈1907 평양대부흥, 역사적 허구?

박찬호 교수는 ‘1907 평양대부흥은 성령의 역사인가 역사적 허구인가?’라는 제목으로 “의외로 평양대부흥의 성격에 여전히 격렬한 논쟁이 있다. 1907년 대부흥운동이 일제 침략을 앞두고 한국교회의 비정치화를 가져왔다는 ‘정치적 해석’”이라며 “박명수 교수는 대부흥으로 교회가 비정치화됐을 수 있으나, 그것이 의도적 결과라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박용규 교수도 대부흥 운동을 단순히 정치적 현상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두 학자는 평양대부흥을 신앙고백적 차원에서 이해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2015년 이만형 박사는 평양대부흥을 ‘발명 혹은 해석적 허구’라고 주장했다. 선교지 본국에 복음주의 선교의 효용성을 알려 선교사역 기금 확보하고, 선교지 본국의 부흥운동을 되살리기 위한 ‘발명’이었다는 것”이라며 “이는 부흥이 인간에 의해 기획됐다는 주장으로, 평양대부흥을 통해 복음주의 한국교회가 탄생했다는 신화를 깨고자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평양대부흥이 기독교 신앙의 비정치화를 가져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평양대부흥에 대한 이러한 수정주의 입장을 개진하는 이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나름의 정당한 비판과 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평양대부흥에 대한 정치적 해석은 신앙고백적 해석을 하는 사람들도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그것이 허구와 조작이라는 주장은 치우친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왼쪽부터) 박찬호 교수, 김영한 원장, 김요섭 교수, 정기철 교수. ⓒ기독교학술원

▲(왼쪽부터) 박찬호 교수, 김영한 원장, 김요섭 교수, 정기철 교수. ⓒ기독교학술원

◈1970년대 부흥운동과 민족복음화

김요섭 교수는 ‘1973년 한국교회의 부흥운동: <민족복음화> 사상과 운동을 중심으로’에서 “1970년대 대형집회를 주도했던 여러 지도자들은 ‘민족복음화’ 구호 아래 대형 전도집회를 기획하고 전국적인 전도운동을 전개했다”며 “이 시기 대형집회는 1차로 전도운동의 성격이었고, 메시지와 이어지는 사역은 주로 개인들을 향한 복음전도와 회심에 초점이 있었다. 전도의 범위와 목적도 한국 민족이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973년 빌리그래함 서울전도대회와 1974년 엑스플로74 대회 등 1970년대 여러 차례 열린 대형 전도집회가 담당한 실질적 역할과 역사적 의의는 간과돼선 안 될 것”이라며 “그럼에도 1970년대 부흥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이를 통한 21세기의 새로운 부흥을 위해, 몇 가지는 지적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먼저 “이 시기 부흥운동을 주도했던 지도자들과 대형집회들이 당시 사회·정치적 문제에 침묵하거나 심지어 독재정권과 타협한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라며 “21세기 한국교회는 새로운 국제 질서와 정치적 상황 속에 놓여 있으므로, 부흥을 추구하면서 사회·정치·문화 영역에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고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 논의가 심화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둘째로 “1970년대 대형집회와 그 기초가 된 민족복음화 사상에 대한 정당한 신학적 평가와 비판적 계승이 필요하다. 민족복음화 개념의 장·단기적 성과와 별도로, 해당 선언들과 실천적 시도들이 얼마나 성경의 가르침에 부합했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다민족·다문화로 전환 중인 21세기 한국 사회에 어울리는 민족복음화 개념의 정확한 설명이 이뤄지고, 성경적 부흥 개념에 대한 면밀한 신학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셋째로 “현 상황에서 여전히 대형 전도집회가 가능하며 유용한지, 실천적 반성과 점검이 필요하다. 편의주의적 선호에 따라 교회 모임을 축소하거나, 자의적 정의감에 사로잡혀 대형교회나 대중 집회를 무조건 정죄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러나 단지 많은 수가 모였다는 이유만으로 감정적 흥분을 조장하거나 다른 세속적 이해관계를 도모하는 태도는 더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끝으로 “날마다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따를 때 개인과 교회의 변화가 가능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진심으로 따르는 것 자체가 성경이 가르치는 ‘부흥’임을 21세기 한국교회는 다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며 “1970년대 한국교회가 경험했던 대형집회를 통해 하나님께서 한국교회에 특별한 은혜를 부어주신 것은 대형 집회를 주도했던 위대한 지도자들이나 설교자들 때문이 아니라, 작은교회 한 구석이나 골방과 산에서 추운 새벽을 깨우며 기도했던 이름 모를 한 성도의 기도때문이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논평은 정기철 교수(전 호남신대 교수)가 맡았으며, 사무총장 박봉규 목사의 광고와 이사장 여주봉 목사의 축도로 전체 행사가 마무리됐다.

앞선 1부 경건회에서는 교무부장 오성종 박사(전 칼빈대 원장) 인도로 특별기도 시간 임재천 목사(아름다운교회), 김태순 목사(원음교회), 남복실 목사(주영광교회)가 각각 국가와 교회, 북한 구원과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해 기도했으며, 설교는 유종필 목사(동산교회)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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