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들레헴 기독교인 “신성한 이곳을 떠날 수 없다”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코로나19에 이어 전쟁으로 심각한 타격

▲문이 닫혀 있는 베들레헴 상점들. ⓒAid to the Church in Need

▲문이 닫혀 있는 베들레헴 상점들. ⓒAid to the Church in Need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서안지구 기독교 공동체가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베들레헴의 한 기독교인은 여전히 현지에 머물며 자신의 신앙을 붙들고 있다.

베들레헴 ‘구유 광장’(Manger Square)의 한 상점에서 종교 물품을 판매해 온 로니 타바쉬(Rony Tabash)는 최근 에이드투더처치인니드(Aid to the Church in Need, ACN)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인해 황폐화된 베들레헴의 기독교인들이 공동체 재건을 위해 노력 중인 가운데 전쟁이 발생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 전염병으로 성지순례가 중단됐고, 이로 인해 관광 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기독교인들이 재정적으로 피해를 입었다. 마침내 빚을 청산하고 재정 건전성을 되찾기를 바라던 이들에게 새로운 전쟁은 새로운 도전을 가져오고 있다”고 했다.

이어 “상황이 끔찍하고, 전혀 쉽지 않다. 매일 새로운 도전이 일어난다. 이런 일은 과거에도 결코 경험한 적이 없다. ‘전쟁과 같은 것’이 아닌 ‘전쟁’”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성지순례가 중단되면서 이 지역의 장기적 전망이 다시 한 번 어두워지고 있다. 타바쉬는 “순례자도 없고, 모든 곳이 텅 비어 있다. (이러한 상황이) 부활절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며 “많은 가족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소망이 없는 상황이다. 베들레헴 위로 폭탄이 떨어져서 아이들도 두려워하고 있다”고 했다.

버스 회사를 운영하는 그의 친구는 짐을 싸서 이곳을 떠나는 중이며, 이곳을 떠나는 사람은 그의 친구뿐만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바쉬와 그의 가족들은 현지에 머물고 있다. 그는 “난 매일 가게를 열고 있다. 성탄절 앞 광장에 가면 사람들이 내게 왜 그곳에 가는지 묻는다. 현재 가게를 연 사람은 나뿐”이라며 “날 지탱해 주는 유일한 것은 믿음이다. 믿음이 없으면 단 한순간도 계속할 수 없다. 소망을 잃었다. 남은 것은 믿음뿐”이라고 했다.

이어 “난 이곳을 떠날 수 없다. 아버지를 떠날 수 없다. 우리 가족은 1927년부터 아르메니아 교회의 공간을 빌려 이 가게를 운영해 왔다. 아버지는 내게 ‘믿음을 가지라. 베들레헴은 신성한 곳이니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난 이곳에 머물 것이다. 이곳은 신성한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예수님이 탄생하신 곳에 살고 있다. 우리는 떠날 수 없다. 그것이 아니었다면 즉시 떠났을 것”이라고 했다.

여전히 전쟁이 끝나면 방문객들이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붙들고 있는 그는 “그리스도인들이 베들레헴을 위해 기도해 달라. 평화를 위해 행동해 달라. 이곳의 온전함을 지켜 달라. 침묵하지 말고, 거룩한 땅의 그리스도인 가족들을 지지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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