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죄인이자 탕아 어거스틴, ‘은혜의 박사 ’ 되기까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생애와 회심, 저술과 주요 사상은

인간의 전적 타락에 대한 전형에서
거듭나 평생 하나님 은혜 속 살아
마니교 등 3대 이단들에 평생 변증

히브리 사상과 헬라 사상 두 줄기
하나로 통합한 새 물줄기의 근원
기독교와 조화 꾀한 신학적 시도

▲아우구스티누스(어거스틴)의 초상화와 <고백록>의 중세 필사본.

▲아우구스티누스(어거스틴)의 초상화와 <고백록>의 중세 필사본.
신약 시대부터 이어지는 교회 역사를 매달 강의하고 있는 마스터스 오픈강좌에서 초대교회사의 정점에 서 있는 아우구스티누스(Aulelius Augustinus, 354-430, 어거스틴)를 다뤘다.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열리는 마스터스 오픈강좌 제9회 시간이 10월 28일 오전 서울 은평구 바로선개혁교회에서 개최됐다. 최더함 목사(마스터스 세미너리 책임교수)는 이날 ‘어거스틴을 만나러 간다’는 주제로 강의했다.

최더함 목사는 “어거스틴은 초대교회 설립 후 종교개혁 이전까지 기독교회사에서 가장 탁월한 인물이었다”며 “그는 초대교회 신학을 종합하고 체계화해 1천 년 중세 교회의 사상적 기틀을 마련했고, ‘하나님의 은총’을 탁월하게 신학적으로 해석했다. 또 초대교회의 종결자이자 동, 서방교회 신학을 종합한 최고 신학자로, 중세교회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1225-1274)와 쌍벽을 이루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최 목사는 “그러나 어거스틴이야말로 우리와 가장 비슷한 범인(凡人)이자 죄인(罪人)으로서 오히려 우리와 그리 다르지 않은 친숙한 인물”이라며 “회심 전에는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만든 난봉꾼이자 한량이었다. 그는 한 마디로 인간의 전적 타락에 대한 전형으로서, 육체의 정욕을 한껏 누린 탕아였다. 19세에 이미 사생아를 낳을 정도로 타락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회심하고 하나님께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그가 거듭난 것은 오직 하나님 은혜였다. 그런 점에서 그는 평생 하나님 은혜를 잊지 않고, 늘 은혜 안에 살고, 은혜를 위해 살고, 은혜에 의한 죄인들의 구원을 노래했다”며 “그의 은혜론은 훗날 종교개혁 깃발을 올린 마르틴 루터가 ‘이신칭의(Justfication by faith)’로 정리해, 가톨릭의 구원론을 뒤집을 발판을 마련했다. 훗날 교회사가들은 그에게 ‘은혜 박사(Doctor gratiae)’라는 칭호를 줬다”고 전했다.

▲최더함 목사의 강의 모습. ⓒ크투 DB

▲최더함 목사의 강의 모습. ⓒ크투 DB
◈어거스틴의 생애와 회심

이후에는 그의 생애를 좀 더 자세히 살폈다. 회심 전 ‘방탕한 청춘’에 대해 “어거스틴은 A.D. 354년 11월 13일 북아프리카 누미디아 타가스테(Tagaste)에서 태어난 누미디안, 흑인이었다. 좀 더 정확히는 흑갈색(Black Brown) 피부를 가진 북아프리카인”이라며 “아버지 페트리키우스는 이교도로서 로마 시대 행정구인 ‘쿠리아’ 지방관리였고, 어머니 모니카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고 소개했다.

최더함 목사는 “어거스틴은 남들에 비해 육체의 정욕을 주체하지 못한 젊은이었다. 371년 17세에 중등학교를 졸업하고 빈둥거리던 그를 어머니가 대도시 카르타고로 보냈지만, 오히려 그는 거기서 한 여성과 동거해 아들을 낳았다”며 “그 여성과 15년간 동거하면서 나름 정절을 지켰지만, 이 동거녀와 헤어지고 다른 여인을 얻는다. 이 무렵부터 엄격한 도덕을 요구하지 않는 마니교에 심취해 쾌락을 즐겼고, 키케로의 <호트텐시우스>를 읽고 ‘지혜에 대한 사랑’에 눈을 뜬다”고 했다.

최 목사는 “이후 생활비가 없어 유학 생활을 중단하고 동거녀와 아들을 데리고 고향 타가스테로 귀향한 그는 생계비 마련을 위해 수사학 학교를 개설했다. 그러나 여의치 않자 29세이던 383년 동거녀와 아들을 데리고 로마로 가서 수사학을 가르치다, 1년 만에 밀라노 황실학교 수사학 교수로 초빙됐다”며 “거기서 평소 어머니가 존경하던 유명 감독 암브로시우스(Ambrosius, 340-397)의 설교를 들으러 밀라노 성당을 찾았다가 큰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어거스틴은 점점 마니교의 실체와 한계, 사악한 영향력에 눈을 떴다. 신플라톤주의자들의 작품을 연구하면서는 기독교 신앙을 가로막는 모든 장애물들을 살폈다. 그리고 마니교의 물질주의에서 벗어나, 영적 실재에 대해 확신했다. 그러나 주님께 완전히 돌아서진 않았다. 그러다 32세(386년) 여름 어느 날, 골목에서 ‘집어 들고 읽으라(tolle, lege)’는 소리를 듣고 머리맡에 있던 성경을 펼쳤는데, 로마서 13장 14절이었다.

‘낮에와 같이 단정히 행하고 방탕하거나 술 취하지 말며 음란하거나 호색하지 말며…’. 이 구절을 읽은 어거스틴은 기독교에 대한 확신에 찬,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그는 당시를 <고백록>에서 이렇게 회고한다. “나는 더 이상 읽고 싶지 않았고, 또 더 읽을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 구절을 읽은 후 즉시 확실성의 빛이 내 마음에 들어와, 의심의 모든 어두운 그림자를 몰아냈습니다.”

▲어거스틴.

▲어거스틴.
어거스틴은 33세가 된 387년 4월 세례를 받고 진정한 행복을 찾았지만, 어머니와 아들을 먼저 보내는 아픔도 겪었다. 이후 작심한 듯 수 년 동안 철학은 물론, 신학과 성경 연구에 매진했다. 이 기간 <회의주의자들에 대하여>, <행복한 삶에 대하여>, <독백>이라는 단편을 저술했고, 37세이던 391년 성직자로 안수를 받았다. 수도원을 세워 수도 생활을 시작하다, 397년 발레리우스에 이어 히포의 주교가 됐다.

이후 그는 이교와 철학의 오류들을 반박하며 기독교 신앙을 변호하고 기독교 교리의 수호자가 됐다. 특히 마니교, 도나티스트, 펠라기우스주의 등 3가지 주요 이단들과의 싸움에 진력하며 보편 교회의 신학을 정립해 나갔다. 특히 411년 286명의 가톨릭 감독들과 229명의 도나티스트 감독들이 한자리에 모인 카르타고 회의에서, 지난 100여 년간 교회의 질서를 어지럽혔던 도나티스트들을 축출하는 일에 앞장섰다.

410년 서고트족이 로마를 침략했고, 반달족이 히포를 점령했다. 사람들은 ‘기독교가 로마제국을 약화시켜 야만족들의 침략을 막아내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불평했다. 어거스틴은 413-426년 <하나님의 도성(The City of God)>을 집필한 후 430년 8월 28일 76세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어거스틴의 저술과 사상

어거스틴은 평생 수많은 작품들을 썼고, 8천여 회 설교했으며, 취급한 주제들도 다양했다. 대표 저술은 <고백록(Confessiones)>으로, 397-410년 집필했으며 13권 273장으로 돼 있다. 이는 단순 자서전을 넘어, 하나님의 존재 즉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기독교 교리가 영원불변한 진리임를 증언하는 변증서다. 죄를 뉘우치고 회개할 뿐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와 선하심을 감사하고 찬양하는 책이다.

최더함 목사는 “그가 발견한 기독교 진리는 플라톤 철학과 신플라톤주의를 뛰어넘고, 세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지혜로부터 나온 것으로, 기독교회사에서 하나의 신기원을 이룩한 결과”라며 “한 마디로 어거스틴의 신학적 성찰은 히브리 사상과 헬라 사상이라는 두 줄기를 하나로 통합한 새로운 물줄기의 근원으로, 플라톤 철학 및 신플라톤주의를 재해석해 기독교 교리와의 조화를 꾀한 최초의 신학적 시도였다”고 해설했다.

최 목사는 “특히 내적 인간에 대한 탐구는 독창적이다. 그는 인간 영혼의 내향성(inwardness)을 진지하게 성찰해, 젖먹이에게도 드러나는 죄의 본원적 특성을 통해 인간을 죄인이자 구원이 필요한 존재로 규정했다”며 “그는 악이란 자유의지를 남용한 것이자 사랑의 왜곡이라고 했다. ‘조명설’로 불리는 그의 인식론은 진리의 바른 인식을 위해 반드시 성령의 조명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진리는 나의 빛(Veritas Lux Mea)’라고 했다”고 전했다.

▲기독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신학자 중 한 사람이자, 탁월한 이단 비판가였던 어거스틴.

▲기독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신학자 중 한 사람이자, 탁월한 이단 비판가였던 어거스틴.
<자유의지론(De libero arbitrio)>은 제자 에보디우스와 ①인간은 과연 자유로운 존재인가? ②하나님은 왜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셨는가? ③하나님은 죄인의 죄를 예지하셨는가? 등 세 가지 주제를 놓고 나눈 대화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집필 동기는 악과 구원의 문제에 대한 마니교의 그릇된 주장들을 변증하기 위함이었다. 마니교처럼 죄는 악신이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유 존재인 인간 스스로의 선택에 따른 죄악의 문제이며, 이 타락한 자유의지를 회복하기 위해 반드시 하나님의 은총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신국론(De Civitate Dei)>은 <고백록>의 성찰을 역사와 문화로 확대 적용한 작품으로, <하나님의 도성>으로 잘 알려져 있다. 로마 제국이 야만족의 침입을 받은 이유가 기독교 때문에 다신교를 버렸기 때문이라는 당시 민심의 비난에 대해 기독교회를 변호하기 위해 쓰였다. 그래서 전반부는 기독교 호교론(1-10권), 후반부(11-22권)는 ‘두 도성’에 관한 고찰이다. ‘하나님의 도성’은 영원한 진리 안에서 완성되지만, ‘지상의 도성’은 종말의 때 분명한 심판을 받게 된다는 내용이다.

<삼위일체론(De Trinitate)>은 가장 나중에 집필한 최고의 작품으로, 신학적이면서 내면의 깊은 사색을 통해 우리를 찾아오신 하나님을 만나는 여정이다. 당시 마르시온 등 초기 영지주의적 이단들이 가현설을 주장하고 예수의 신성을 부정하는 것을 반박했다. 전반부(1-7권)는 성경에 계시된 삼위일체의 흔적들을 소개하고, 후반부(8-15권)는 삼위일체론을 신학적으로 규명한다.

최더함 목사는 “펠라기우스주의자들과 달리, 어거스틴은 인간의 의지에 미치는 죄의 영향을 세 가지 단계로 구분하여 설명했다”며 “①죄를 안 지을 수 있는 가능성(posse non peccare)으로, 타락 이전 아담의 상태다. ②죄를 안 지을 수 없는 가능성(non posse non peccare)으로, 타락 이후 모든 인간의 상태다. ③죄를 지을 수 없는 가능성(non poccd peccare)으로, 구속 받은 사람들의 상태”라고 분석했다.

최 목사는 “어거스틴은 하나님의 은총이 임할 때 ‘죄를 지을 수 없는 가능성’이 회복돼, 갇혔던 자유가 해방되어 자유를 누린다고 했다. 그러나 범죄 가능성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며, 인간의 욕망은 죽는 날까지 남아 있기에 이 땅에서의 완전한 성화와 온전한 자유는 불가능하다고 했다”며 “이 땅에서 완전한 성화와 온전한 자유를 가지신 분은 오직 그리스도 한 분뿐이시고, 성도는 천국에 가서야 비로소 이 완전함을 누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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