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유일 개신교 목회자 “증오에 지배당해선 안 돼”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한국순교자의소리 에릭 폴리 대표와 인터뷰

▲가자침례교회 한나 마사드 목사가 가자지구의 한 가족에게 음식을 전달하고 있다.

▲가자침례교회 한나 마사드 목사가 가자지구의 한 가족에게 음식을 전달하고 있다.

가자지구의 유일한 개신교 목회자가 “현재 가자지구의 분쟁 속에서도 ‘기도하는 가자지구 기독교인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한나 마사드(Hanna Massad) 목사는 중동에서 미국에 도착한 직후 한국순교자의소리(VOM Korea) 대표인 에릭 폴리(Eric Foley) 목사와 온라인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현 단계의 우리 상황은 기본적으로 로마서 8장 26절에서 27절 말씀과 같다. 무엇을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이때에 성령께서 우리 안에서, 우리를 통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친히 하나님 아버지께 간구하시고, 아버지께서는 아버지 뜻과 우리의 필요를 따라 응답해 주신다”고 말했다. 

마사드 목사의 가자침례교회는 현재도 여전히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기독교 가정 100가구뿐 아니라 서안지구(West Bank, 요단강 서쪽에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 구역)에 거주하는 기독교 가정 100가구 및 1991년 걸프전 발발 이래 가자 침례교회 성도들이 요르단에서 보살피고 있는 이라크 기독교인 난민 가정 700가구를 포괄한다.

마사드 목사는 지난 10월 7일에 있었던 하마스의 공격에 대해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던 일들이 일어나고 말았다. 피해를 당한 유대인 가족들 때문에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기독교인과 이스라엘 땅의 유대인 기독교인들이 이 시기에 특별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면서 “나는 주님의 제자로서 우리가 양쪽 모두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어둠 가운데 빛을 비추며, 이 어려운 상황 속에도 하나님께서 함께하신다는 사실을 전할 수 있게 도와 주시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마사드 목사는 “가자침례교회 성도들이 로마서 8장 28절을 계속 믿고 있다”며 “고통과 고난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끔찍한 일들을 선한 일로 바꿀 수 있는 분은 오직 하나님밖에 없다고 믿는다. 기독교인으로서 우리는 팔레스타인 민족이나 가자지구 기독교 공동체뿐 아니라 유대 민족도 위하고 있다. 이는 주님과 그분의 은혜에 우리가 감동을 받고 주님께서 우리 마음에 사랑을 부어 주실 때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사방에서 오는 적들에 포위당해도, 성도들이 기도하면서 사명을 감당할 수 있다”며 “우리는 세 개의 불 사이에서 살고 있다. 하나는 이슬람 무장세력이라는 불이고,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이라는 불이고, 나머지 하나는 복음주의 기독교인 및 전통적인 교회(가자지구 그리스정교회와 가톨릭)라는 불이다. 이들이 우리의 정체성과 하는 일에 대해 항상 만족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이 세 가지 불 속에서 어떻게 믿음으로 살아갈 것인가?’, ‘원한과 증오심에 지배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전의 가자침례교회 성도들을 찍은 사진. 마사드 목사가 맨 앞줄에 앉아 있다.

▲이전의 가자침례교회 성도들을 찍은 사진. 마사드 목사가 맨 앞줄에 앉아 있다.

하마스의 공격 발생 후 하루가 지난 10월 8일, 인터넷 화상으로 열린 교회 주일예배에는 분쟁의 모든 당사자들을 위한 90분 기도회뿐 아니라 순교자 라미 아야드(Rami Ayyad)를 위한 추모 시간도 포함됐다. 가자침례교회의 지도자 중 한 명이었던 아야드는 해당 교회에서 운영하는 기독교 서점의 관리자로 일하다가 2007년 10월 7일 이슬람 무장세력에게 처형당해 순교했다.

마사드 목사는 “만일 우리가 원한과 증오심에 지배당한다면, 하나님의 사역을 하는 효과가 없어지게 될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것들을 우리를 위해 준비해 두고 계신다. 우리는 그 무엇도 하나님과의 이 친밀한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원한다”고 했다. 

인터넷 화상 모임은 친밀성을 유지하는 수단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마사드 목사는 가능할 때마다 함께 모이라고 성도들을 계속 격려한다. 마사드 목사가 방문하면 보통 50명에서 60명의 성도가 함께 모인다.

그는 “성도들이 교회 건물에 함께 모여 서로 격려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고립되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인 가운데 일부는 살던 집에서 쫓겨나 그리스정교회 근처 지역으로 이사해야 했다. 요즘은 가자침례교회 건물에서 모이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며 “교회가 경찰서 옆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만나는 것이 안전하지 않으며, 가자지구에는 안전한 곳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까지는 교회 건물의 피해가 미미하여 유리가 좀 깨지고 태양열 전지판이 파손되는 정도였다”고 밝히는 한편, “더 큰 피해가 발생했을 수도 있지만 지난 며칠 동안 교인들이 피해 사실을 확인하러 가는 것이 너무 위험했다”고 덧붙였다.

▲가자침례교회 정문 입구.

▲가자침례교회 정문 입구.

가자지구에 부족한 것들 가운데 하나가 전력이기에, 일부 교인들은 인터넷 화상 모임에 참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사드 목사는 “오늘은 인터넷 화상 모임을 통해 상담사인 친구와 트라우마 상담 모임을 가졌었는데,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교인 일부는 화상 모임에 접속을 하지 못했다. 성도들과 대화해 보면 정신 건강을 많이 걱정한다”고 했다. 

마사드 목사는 가자지구 외부의 기독교인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서안지구의 교회에 참석하는 100가정 외에도 요르단에 살고 있는 이라크 난민 700가정이 항상 격려해 준다”며 “주님께서 고통과 고난을 통해 우리를 연결해 주셨다”고 고백했다.

마사드 목사는 “하나님의 가족을 보는 것, 즉 하나님께서 우리를 어떻게 연결시켜 주시는지 보는 것이 그리스도의 몸의 아름다움이다. 이는 우리가 더 큰 몸의 일부라는 사실, 즉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라는 진리를 깨달을 수 있도록 개인적으로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외로움이나 소외감을 느끼는 다른 기독교인들에게도 분명히 도움을 줄 수 있는 주된 요소들 중 하나다. 그리고 주님께서 놀라운 형제·자매를 우리 삶에 보내주신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우리가 계속 영감을 얻고 그들의 사랑과 공감을 통해 격려를 받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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