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성경적·기독교적 시각으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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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2)

민족주의로 발발한 불의한 전쟁
무고한 민간인들에 잔혹한 테러
학살과 약탈 대신 대화와 협상을
전쟁 발발 자체가 惡, 멈춰야 善

▲가자지구 리말 지역 내 하마스 관련 건물들이 이스라엘 폭격으로 파괴됐다. ⓒKRM

▲가자지구 리말 지역 내 하마스 관련 건물들이 이스라엘 폭격으로 파괴됐다. ⓒKRM
◈이스라엘과 유대교: 세속적 민족주의에 힘입은 이스라엘 건국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점점 더 격화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10월 20일 현재 양측 합계 사망자 수는 4,000명이 넘었고, 부상자는 1만 3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제국주의 열강의 지원을 힘입어 팔레스타인의 압제자로 등극한 이스라엘, 그리고 졸지에 독립의 기회와 삶의 터전을 잃고 테러에 전념하는 무장집단을 지지하는 팔레스타인, 두 민족의 유혈 낭자한 분쟁은 70년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다.

양측 모두 표면적으로는 정당한 명분이 있다. 이스라엘은 오랜 학대와 학살의 위협을 벗어나기 위해 고토를 회복하고 삶의 안전한 터전을 마련한다는 명분이 있다.

팔레스타인은 영국, 프랑스에 이어 자신들의 오랜 터전을 침탈한 이스라엘로부터 삶의 터전과 정치적 독립을 획득한다는 명분이 있다. 어느 편이 가해자이고 어느 편이 피해자인지 명확하게 따지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근현대 팔레스타인 지역 역사로만 본다면 아스라엘이 침입자고 팔레스타인이 피해자이지만, 중동과 서구 역사 전체를 멀리까지 내다본다면 이스라엘 또한 엄연한 피해자임을 부정할 수 없다.

결국 서로가 과거의 고통과 상처를 끌어안고 거기서 벗어나려 상대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종래에는 어느 편도 제대로 명분을 내세울 수 없는 이전투구만 수십년째 지속되는 상황이다.

기독교 세계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무슬림인 팔레스타인 사람들보다는 구약성서의 신앙을 이어가고 있는 이스라엘 사람들 편으로 마음이 기울기 마련이다. 우리 한국 기독교인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이번 전쟁에서 종교전쟁의 성격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스라엘 건국 이념이 기본적으로 유대교에 바탕을 둔 시오니즘이고 이스라엘 건국을 주도했던 세력 가운데 정통파 유대교인이나 하레디들이 상당수 포진하고 있기는 했지만, 현대 이스라엘 건국의 주된 동기는 19세기 서구 세속주의 민족 이념에 영향을 받은 유대 민족주의였다.

포그롬이나 홀로코스트 같은 유대인에 대한 조직적인 학살과 폭력으로부터 민족의 생존과 자주권을 지켜내려는 정치안보적 동기가 건국 움직임을 주도했고, 유대교는 거기에 역사적 명분과 정신적 구심점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했다.

실제로 서구 전역에 퍼져나간 유대인들 가운데 무시할 수 없는 숫자가 18-19세기 유럽 전역을 뒤흔든 계몽주의와 세속주의에 영향을 받아 유대교 신앙을 포기했다.

이 시기 동유럽 전역에서 유대인 공동체에 발흥한 유대교 신비주의 하시디즘 또한 급격하게 세속화되는 디아스포라의 젊은 세대들을 단속하고 유대교적 정통성을 지키려는 의도로 출발된 신앙 운동이었다. 이런 신앙 운동이 따로 필요할 만큼, 당시 젊은 유대인 청년들의 세속화가 빠르게 진행되었던 것이다.

이 세속화된 유대인들은 유대교 공동체 특유의 교육열과 생존력을 이어받아 유럽 사회 각 방면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금융 부문에서는 로스차일드 가문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사상계에서는 마르크스와 프로이트, 후설 같은 걸출한 학자들이 배출되었다. 예술 분야에서는 말러나 모딜리아니 등이 오늘날까지 큰 명성을 얻고 있다.

자연과학 분야에서도 아인슈타인, 오펜하이머 등 다수의 탁월한 학자들이 등장해 과학의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 이들 가운데 거의 대다수는 정통파 유대교 신앙이나 하시디즘을 따르는 이들이 아니었다. 마르크스나 프로이트 같은 경우는 아예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믿음에 강한 의구심을 가졌다.

▲유대인 무신론자이자 반종교 사상가 카를 마르크스.

▲유대인 무신론자이자 반종교 사상가 카를 마르크스.
◈이스라엘과 전쟁: 신앙이 아닌 이권과 영토를 위한 불의한 전쟁

이처럼 근현대 서구 역사에서 유대인들이 경제, 언론, 학문, 예술 각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것, 그리고 그런 역량을 이스라엘 건국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었던 데는 유대교적 교육 전통과 삶의 태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대 이스라엘인들 가운데 상당수는 유대교를 믿지 않으며, 이런 무종교화 추세는 디아스포라들 사이에서는 물론이고 이스라엘 안에서조차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따라서 지난 70여 년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그리고 주변 이슬람 국가들과의 굵직한 전쟁들은 그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종교전쟁이라기보다는 종교분쟁을 빙자한 민족 간 영토분쟁이다. 결국 정치적·경제적 이권을 두고 호전적 정치지도자들의 주도 하에 민족 간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실상 이런 분쟁은 정권을 잡은 이들 입장에서는 집권을 돕는 편리한 도구 취급을 받는다. 내정 실책을 묻어버리려 외부 위협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런 기만적 정략의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인물이다.

현대의 전쟁들보다 훨씬 종교분쟁 성격이 짙었던 11-12세기 십자군 전쟁조차 본연의 동기는 영토와 이권이었다. 영화 <킹덤 오브 헤븐>에 나오는 이스라엘 왕국의 지휘관 티베리어스(제레미 아이언스 분)의 다음과 같은 대사를 남겼다.

“처음에, 나는 하나님을 위해 싸우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내 나는 우리가 이권과 영토를 위해 싸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수치스러운 일이다.” 이 말은 현재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영화 &lt;킹덤 오브 헤븐&gt;의 티베리어스(제레미 아이언스 분). 십자군 전쟁이 이권과 영토 약탈을 위한 전쟁이었음을 인정한다.

▲영화 <킹덤 오브 헤븐>의 티베리어스(제레미 아이언스 분). 십자군 전쟁이 이권과 영토 약탈을 위한 전쟁이었음을 인정한다.
동양 역사에도 비슷한 가르침이 있다. 맹자는 진심 하(盡心 下) 2장에서 “춘추무의전(春秋無義戰)”이라는 말을 남겼다. 맹자는 춘추시대, 즉 동주(東周) 시대 제후들이 수많은 전쟁을 벌였고 각 전쟁에 나름의 명분이 있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진정 의로운 전쟁은 하나도 없었다고 평한다. 이 성어를 통해 맹자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모든 전쟁은 결국 불의한 욕망 때문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말은 19세기 프로이센의 군인이었던 클라우제비츠의 전쟁 이론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이란 정치의 연장으로서 권력과 이권을 탐하는 고도화된 정략의 일환이라고 규정했다. 전쟁에 숭고한 이념이란 없으며, 오로지 집단적 욕망의 충돌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역시 이런 맥락에서 그 본연의 성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와 가자지구 하마스 지도부 모두 중대한 실정(失政)으로 각 진영에서 정치적 입지가 불안정한 상황이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호전적 지도자들이 집권 연장의 방편으로 전쟁을 선택하는 일은 국제정치 역사 속에 수도 없이 반복돼 왔다. 당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만 하더라도 푸틴의 실정과 집권연장 욕망이 주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따라서 기독교인 입장에서는 양측 모두 즉시 학살과 약탈, 적대 행위를 멈추고 대화와 협상을 개시하기를 기대하고 촉구하는 것이 지당한 일이라 볼 수 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유대교 전통에 정신적·문화적 바탕을 두고 있다 해서 그들이 선한 편이라고 볼 수도 없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무슬림이라서 악의 축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이 전쟁은 약소 민족을 강압적으로 통제하려는 압제자들과 무고한 민간인들에게 잔혹한 테러를 가하는 테러분자들이 맞붙은 추악한 싸움일 뿐이다. 영혼들을 복음 전파의 대상으로 보는 기독교 신앙인 입장에서는 전쟁이 발발한 일 자체가 악이고, 전쟁을 멈추는 것이 선이다.

▲이스라엘 스데롯의 주택에 로켓이 떨어진 모습. ⓒKRM

▲이스라엘 스데롯의 주택에 로켓이 떨어진 모습. ⓒKRM
박욱주 박사

연세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객원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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