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애착’보다 ‘애정’ 가지려 노력”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조기 은퇴 후 선교 떠난 이윤재 목사 (上)

▲이윤재 선교사는 책 1권에서 “평소 선교에 관심이 많았지만, 정작 내가 아프리카로 올 줄은 몰랐다”며 “그런데 하나님이 강제로 나를 이곳에 몰아넣으셨다. 조금 당황하긴 했어도, 곧 순종하게 돼 다행이었다”고 고백했다. ⓒ송경호 기자

▲이윤재 선교사는 책 1권에서 “평소 선교에 관심이 많았지만, 정작 내가 아프리카로 올 줄은 몰랐다”며 “그런데 하나님이 강제로 나를 이곳에 몰아넣으셨다. 조금 당황하긴 했어도, 곧 순종하게 돼 다행이었다”고 고백했다. ⓒ송경호 기자
“말라리아가 제일 많은 지역에서 사역해요.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우리는 마귀와 싸우는 게 아니라 모기와 싸운다’고 해요.”

대형교회 담임목회자가 돌연 아프리카 선교사로 떠났다가, 저서 2권을 들고 잠시 돌아 왔다. 2019년 2월 분당한신교회 목회사역 조기 은퇴 후 아프리카 우간다 선교사로 파송받아 교육 선교를 하고 있는 이윤재 목사, 아니 선교사 이야기다.

최근 잠시 한국을 방문했던 이윤재 선교사는 선교 단상부터 코로나 팬데믹, 선교 역사여행 등을 <아프리카에서 온 편지(쿰란출판사)> 1·2권에 나눠 실었다. 선교사로 나간 이유부터 선교 이야기까지 자세하게 털어놓은 이윤재 선교사와의 인터뷰는 두 편으로 나눠 게재된다.

공동체성 ‘우분투’, 부정적 영향도
예수 믿어도 기존 공동체 안 떠나
교육 선교, 그들이 아프리카에서
아프리카 선교 주역 되게 하고자

-우간다 쿠미대학에서 훈련 사역을 하고 계시죠.

“한국인이 20여 년 전에 만든 종합대학이지만, 큰 규모는 아니죠. 우리나라 대학을 생각하면 안 되고, 고등학교 졸업 후 3년만 다니니 아무래도 좀 약하죠.

기아대책이 쿠미대학을 세웠다고 볼 수 있고, 그 외에도 큰 공헌을 많이 했죠. 선교사가 선교지로 바로 들어오기보다, 기아대책 같은 NGO 등이 먼저 들어가서 그들을 도와주고 먹이는 것도 효과적인 선교 방식이죠. 할 수 있으면 그렇게 떡과 복음이 함께 들어가는 것도 좋아요. 워낙 가난하니까요.”

-우리나라에서 처음 선교할 때도 그랬는데, 그걸로 했었죠.

“선교지에서 복음만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저도 그랬는데, 여기 살아 보니 그게 아니에요. 목회자가 월급을 받을 수도 없잖아요. 그러면 사역에 전념하기 힘들고, 직접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어요. 웬만큼 규모가 있는 교회아 아니고서, 먹는 문제가 해결 안 되면 목회 자체가 안 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선교 역사상 유례 없는 독특하고 대단한 나라예요. 처음부터 교회가 자립했잖아요. 초기부터 한국인들이 스스로 교회를 세웠어요. 당시 교회가 100곳이면, 90곳은 한국 사람들이 스스로 헌금하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아프리카는 아직도 자립이 안 돼요.”

▲우간다 쿠미대학교 전경. ⓒ이윤재 목사

▲우간다 쿠미대학교 전경. ⓒ이윤재 목사
-이유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가 있어요. 정신 자세의 문제도 있고 식민지적 의존도 있고, 기후나 토질 면에서 워낙 어렵기도 하죠. 결과적으로는 선교사들 책임도 있습니다.

그들에겐 뿌리 깊은 ‘우분투’라는 정신이 있어요. ‘함께 모여 산다’, ‘우리가 여기 있기 때문에 내가 있다’는 공동체 정신인데, 때로는 극단적·부정적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달리기 1등에게 사탕을 주겠다’고 하면, 그들은 서로 1등을 하려는 게 아니라 같은 속도로 걸어서 결승점까지 들어옵니다. 이것은 굉장한 장점이지만, 동시에 단점도 됩니다. 좋은 의미의 공동체 정신과 나쁜 의미의 의존적 사고 문화가 함께 있어요.

요즘 우리도 그렇지만 서양 사람들은 개인주의적이라, 얼마든지 부모를 떠나 다른 나라로도 가잖아요. 그런데 이곳 신학생들에게 다른 나라로 선교갈 것을 권유하면, 공동체로부터 분리된다는 생각이 있어 어렵습니다. 아직 아프리카는 가족주의가 강해서, 땅끝까지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사명을 알지만 집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오랜 관습과 인습을 어떻게 깨뜨리느냐가 참 중요합니다. 믿음 좋은 현지 성도들이 성경도 여러 번 읽었으니 해외에 나가서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가족 때문에 떠나지 못합니다. 떠나면 그 땅과 공동체에서 배제당하니까요. 이런 부분들은 깨어져야죠.

저도 그런 사명을 갖고 사역합니다. 아프리카 사람이 아프리카에서 아프리카 선교의 주역이 되게 하고자 합니다. 날마다 주기만 하고, 다 해줄테니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 의존성이 심해져 더욱 스스로 하지 않으려 해요.

그래서 그들에게 ‘애착’을 갖기보다, ‘애정’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예쁘다, 예쁘다’고만 하지 않고, 부모의 마음으로 가끔은 혼도 내고 바르게 세우려는 훈련 사역이 필요합니다.”

무조건 퍼주면 오히려 그들 망쳐
주든 안 주든 지각 있게 선교해야
아프리카, 동부 훈련 서부는 전도
찬양 열정 넘치지만, 말씀은 약해

-아프리카에서 주로 그런 훈련을 시키고 계신가요.

“그 사람들도 우리 형제이고 자매이고 가족임을 아는 것이 선교의 시작입니다. 그런데 훌륭한 가족이 되려면 많은 훈련이 필요해요.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함으로써 그들이 조금 더 나은 하나님의 사람이 되게 해야 하는데, ‘예쁘다’는 말만으로 훌륭한 자녀가 되진 않죠.

할아버지는 손자 손녀를 예뻐만 하시지만, 아버지는 자녀를 혼내죠. 그래야 아이들이 사람이 되거든요. 지금까지 선교는 할아버지처럼 그냥 ‘불쌍한 내 새끼 얼마나 배고팠어’ 해서 막 주었습니다. 여전히 그런 마음은 필요하지만, 존 스토트의 말처럼 ‘주되 지각 있게 주고, 안 주되 지각 있게 안 줘야’ 합니다.

무조건 주는 것은 그들을 망칠 뿐입니다. 너무 퍼줬더니 이제는 안 주면 이상한 사람이 되고, 조금 주면 왜 조금 주냐고 하는 사람들로 만들 수 있어요. 선교사가 복음을 전했는데, 선교사 때문에 오히려 비복음적이 되는 이상한 결과를 가져오는 거죠.

은혜는 공짜가 아니잖아요. 은혜를 받으면 더 열심히 살아야 하잖아요. 부지런히 일도 해야 되는데, 선교사들은 주기만 하고 그들은 받기만 하다 보니 자라지 않습니다. 그래서 목회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목회 마인드를 가지고 신학생이나 목회자 등을 훈련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우간다의 경우 80% 정도가 예수를 믿으니, 이런 훈련 사역이 더 필요합니다. 서부 아프리카 쪽은 아직 복음화율이 낮으니 전도가 중요하지만, 동부 아프리카는 비교적 복음화율이 높으니 훈련 사역이 필요해요. 지역에 따라 조금 다르죠.

전도와 훈련 둘 모두 필요하지만, 동부 아프리카는 기독교인이 많으니 잘 훈련시켜 아프리카 선교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리더십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거리에 나가서 예수 믿으라고 전도하는 것보다, 사람들을 모아놓고 훈련도 시키고 나무라기도 하는 것입니다. 잘 안 듣고 기분 나빠할 때도 있지만, 그래야 자라지 않겠습니까?”

▲아프리카에서 온 편지 1: 모루이카라에 뜨는 태양(이윤재 | 쿰란 | 312쪽), 아프리카에서 온 편지 2: 빅토리아 호수의 흐르는 물(이윤재 | 쿰란 | 312쪽).

▲아프리카에서 온 편지 1: 모루이카라에 뜨는 태양(이윤재 | 쿰란 | 312쪽), 아프리카에서 온 편지 2: 빅토리아 호수의 흐르는 물(이윤재 | 쿰란 | 312쪽).
-‘우분투’가 좋은 의미인 줄만 알았는데, 그런 면이 있네요.

“물론 우분투는 비교적 좋은 의미입니다. 서구화되면서 개인화·파편화된 우리 문화 속에 공동체 정신을 심을 수 있겠죠. 예를 들어 우리는 자녀 교육이 부모 책임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분투는 마을 전체의 책임으로 여깁니다.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죠.

하지만 나쁜 의미의 우분투도 있습니다. 우리 부족만 좋고, 산 너머 부족은 나쁜 곳이라며 그들과 싸웁니다. 무리 의식이 너무 강하다 보니, 종족 중심주의가 있어요. 독재와 부정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장점은 활용하고 단점은 극복해야죠.

또 가족에 대한 사랑이 크다 보니, 친지가 죽어도 묘를 멀리 세우기보다 마당에 묻습니다. 비록 죽었지만, 우리와 함께한다는 것이죠. 이 역시 지나치면 조상숭배나 애니미즘으로 흐를 수 있죠. 모든 문화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는데, 선교사라면 좋은 건 받아들이고 나쁜 건 고쳐주어야 합니다.

예배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배가 1시간이라면 그 중 50분은 찬양입니다. 활기 있고 생동감이 넘치지만, 아무래도 말씀이 약합니다. 말씀이 약한 이유는 두 가지인데, 먼저 현지인 목회자들이 대부분 중졸 수준이고 신학교 출신도 거의 없습니다. 아는 게 없으니 가르칠 것도 없어, 설교를 오래 할 수가 없어요.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겁니다.

성도들도 지성적 사고에 익숙하지 않고, 정서적 면을 더 중시합니다. 깊이 있는 설교를 중요시하지 않아요. 하나님과 만나서 즐겁고 행복해하는 ‘타고난 낙천성’은 장점이지만, 그에 비해 교육이 부족한 것은 단점이죠. 선교사들은 열광적인 찬양을 칭찬하면서, 성경을 가르치는 일도 해야 합니다. 제자훈련과 교회학교도 시작해야죠.

교회학교 있는 교회가 거의 없어요. 그런데 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어른들과 같이 예배드리고, 설교를 알아듣지 못합니다. 아이 때 필요한 교육의 질과 양을 채워줘야 합니다.

장점을 살리되 단점 보완하기, 한국교회 목회자가 해야 할 일입니다.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종합적 목회 환경에서 자랐고 부흥을 경험했기에, 감이 있습니다. 문제는 전달에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언어를 배우더라도, 그들만큼은 못하잖아요. 동아프리카는 영어가 조금 되니 좀 낫죠. 일상적 대화와 설교까지 현지어로 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윤재 목사가 아프리카에서 현지인들과 함께하는 모습. ⓒ이윤재 목사

▲이윤재 목사가 아프리카에서 현지인들과 함께하는 모습. ⓒ이윤재 목사
증조할머니, 선교사에 예수 영접
그때 그 선교사, 미국에서 찾으려
할아버지, 예수 믿고 고향에 교회
목회 중 매너리즘, 대접 익숙해져

-대형교회 목회자에서 선교사로 나가신 이유가 있다면.

“제 고향이 함양입니다. 100여 년 전 증조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증조할머니가 40대에 과부가 되셨어요. 홀로 4남매를 키우기 너무 힘드니 함양에서 남원으로 내려오는 지리산 어디엔가 요즘 말로 식당 겸 모텔을 차리셨어요.

하루는 어떤 서양 사람이 말을 타고 증조할머니 가게에 들어와 식사하고 주무신 뒤, 떠나면서 작은 책 몇 권을 놓고 갔어요. 일자무식이라 아이들에게 읽어보라고 하니 마가복음, 누가복음 등 복음서들이었습니다.

6개월 후 같은 분이 말을 타고 다시 들렀어요. 다음날 선교사님이 떠날 때 증조할머니께서 그분을 잡았어요. ‘자신은 미국에서 온 선교사이고, 이 책은 성경책’이라며 복음을 전했고, 증조할머니가 예수를 믿기 시작해 자녀 4남매도 예수를 믿게 됐습니다. 언더우드가 이 땅에 들어온지 15년 정도 된 1900년 초였습니다.

마침 전주에 신흥학교라는 미션스쿨이 세워졌는데, 증조할머니가 둘째 아들을 보내 공부시켰어요. 그 분이 저희 할아버지였습니다. 그때 할아버지가 예수 믿고 고향에 세운 교회가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입니다.

목회하고 60이 넘으니 할아버지가 해주신 이야기들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그 말 타고 왔다던 선교사가 어디서 왔는지 나름 조사해 봤는데, 아직도 정확히 찾지 못했습니다. 다만 미국 애틀랜타에서 오신 남장로교 소속이라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선교사 출신 후손들이 모여 있는 ‘블랙 마운틴’에 가서 찾아보려 합니다. 이것이 첫 번째 이유입니다.”

-다른 이유들도 궁금합니다.

“목회하면서 교회가 성장했지만, 제가 자꾸 매너리즘에 빠졌어요. 찰스 스윈돌 목사님이 ‘현대 교회의 세 가지 원수’로 유명해지는 것, 바쁘게 사는 것, 편안해지고 싶어하는 것을 꼽았습니다. 제가 편안하게 살고 대접받고 있더라고요. 나이가 60이 넘으면서, 대접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중표 목사님이 가르쳤던 별세(別世)의 정신을 떠올리며 결단하고 선교사로 나갔습니다. 저는 가르치는 선교에 주력했습니다. 쿠미대학에 가보니 신학부가 없어서, 신학부를 만들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장학금을 주고 공부시켜서 올해 세 번째 졸업생이 나옵니다.

이 외에도 여러 학교에서 가르쳤습니다. 동아프리카 탄자니아, 부룬디, 우간다, 남수단, 콩고 등 목회자와 신학생들이 모여 있다고 하면 몇 명이 모였든 찾아갔습니다. 학교에 들어올 만한 자격은 못 갖췄지만, 목회는 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부지런히 다니면서 1주일씩 한 달씩 가르쳤어요.

가르치다 보니 또 한계가 있었어요. 한국은 신학교를 졸업하면 사역할 교회가 있잖아요. 하지만 이곳은 신학교를 졸업해도 갈 곳이 없습니다. 교인들은 많지만, 교회들이 영세해서 부목사를 쓸 정도의 교회가 거의 없어요. 그럼 개척이라도 해야 하는데, 경험도 재정도 없으니 졸업 후 염소 키우고 고구마 캐고 있습니다. 제가 너무 충격을 받아서, ‘그레이스 미션 인터내셔널’이라는 선교사 훈련원을 만들었어요.

훈련을 받는 선교사들은 다섯 부류가 있습니다. 첫째로 해외 선교사, 둘째로 다른 종족에게 가는 종족 선교사입니다. 우간다에만 종족이 60개이고, 아프리카 전체에 종족이 3천 개나 됩니다. 같은 나라에 있어도 문화가 다르니까, 선교사인 거예요.

셋째가 교육 선교사인데, 공부를 더 할 사람들을 유학 보내는 거예요. 넷째로 개척 선교사, 마지막으로 의사든 간호사든 직업을 갖고 선교하는 비즈니스 선교사입니다. 이렇게 다섯 종류의 열정 있는 선교사들을 모아 집중적으로 교육과 직업훈련을 시킵니다.

이후 한국교회 뜻 있는 성도님들과 매칭시켜 후원을 받도록 해서 아프리카 원하는 곳으로 보냅니다. 올 봄부터 시작해서 아직 파송은 못 했지만, 많은 선교사 후보생들이 지금 대기하고 있습니다. 신학대를 졸업하면 교회 사역 외에 갈 곳이 없지만, 훈련원에는 다양한 통로가 있어 효과적입니다. 선교사가 되든, 교회를 개척하든, 유학을 가든, 은사와 소명에 따라 길을 열어주는 것입니다. 그 와중에 책을 두 권 출판하게 된 것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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