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들레헴 장벽’을 걸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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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재 선교사의 ‘아프리카에서 온 편지’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베들레헴 분리 장벽. ⓒ이윤재 목사

▲베들레헴 분리 장벽. ⓒ이윤재 목사
지금 이스라엘, 하마스 간 전쟁이 전 세계적 재난으로 진행 중입니다. 작년에 이스라엘을 방문할 때 베들레헴 분리장벽을 보고 쓴 글이 있습니다. 혹시 이 글이 평화를 염원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베들레헴에 잠시 머물며
어쩔 수 없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틴 사이에 세워진 분리장벽을 넘는다.
솔직히
나는 이 장벽을 넘으면서 한 번도 속상함 없이 넘은 적이 없다.

모든 소지품을 꺼내 전자 장치에 스캔하고
여권은 물론 혁띠와 신발까지도 벗어야 할 때
나는 일제강점기에 왜 우리의 애국지사들이 일본인들에게 총을 쏘고
왜 팔레스틴 청년들이 물맷돌로 이스라엘의 대포 앞에 맞서는지 알 것 같다.

1992년부터 준비하고 2002년 4월에 세우기 시작했으니 벌써 10여년
8미터 높이의 거대한 장벽은 이스라엘과 서안지구, 이스라엘과 가자지구를
무려 810킬로미터나 가로 질렀다
정확히 국제적으로 인정된 국경에 세워진 것도 아니다.
팔레스틴의 영토의 46%가 이미 이 장벽 안에 있다.

장벽을 위해 모든 과학이 동원되었다.
철조망, 참호, 저격탑, 전기 울타리, 군용도로, 전자 감시, 원격제어 보병,
100미터가 넘는 완충지대
이 장벽에서 자유를 외치다 죽은 사람만 수천 명
아직도 더 많은 사람이 어두운 감옥에 있다

석양 노을이 질 무렵 장벽을 걸었다
수많은 낙서와 그림들
그것들은 우리도 사람이라고
우리를 제발 살려 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We can‘t live, so we are waiting for death
We will win
Feel the fear, and do it anyway
No freedom, no Palestinians
From the river to the sea, Palestinans are free

사람이 건물을 짓고 건물이 사람을 만드는 것처럼
장벽은 또 얼마나 많은 장벽들을 만드는가?
부모와 형제가 장벽으로 갈리고 일터와 신앙과 삶의 행복이 장벽으로 갈리고
오늘도 먹고 살기 위해 아침, 저녁으로 그 문을 지나야 하는
팔레스틴 사람들의 축 늘어진 어깨가 안쓰럽다.

▲장벽에 그려진 그림. ⓒ이윤재 목사

▲장벽에 그려진 그림. ⓒ이윤재 목사
미국의 시인 George Rivera가 쓴 시가 내 마음을 잘 표현했다

장벽을 따라서

장벽을 따라 걷는다
팔레스타인 안쪽에서
자유와 항의를 호소하는
낙서를 보며
땅은 하나님께 속한 것
땅은 모래 한 알 한 알에도 계시는
하나님의 것
누가 땅을 뺏고 누가 땅을 분리시키는가?
누구에게도 그럴 권리는 없는 것
사람들과 군대가 모래로 만든 것을 위해
전쟁으로 돌진하는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에덴의 동쪽에서
죄로 인해 버림받은
모든 인류를 위해 천국이 있는 것
천국은
장벽 없는 세상에 살다가
장벽 없는 천국으로 승천하는
모든 신실한 자들의 것

평화의 왕으로 베들레헴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
그는 오늘의 이 거대한 분리장벽을 어떻게 바라볼까?
이 땅에서 예수믿는다는 것은 무엇이고 선교는 무엇을 하는 것일까?
베들레헴에서 태어났으면서도 한 번도 갈릴리 호수를 가본 적이 없다는 팔레스틴 학생들,
언제 그 옆에 유대인 친구들이 마주 앉아 도란도란 우리는 같은 아브라함의 자손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 땅의 희망은 십자가에 죽어 자신을 세상의 화해의 제물로 내놓으신
예수 그리스도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땅에 더 이상 장벽을 세우지 말라.
세우려거든 차라리 자기 죽음의 기념비를 세우라
사람들에게 더 이상 돌을 던지지 말라
던지려거든 차라리 사랑의 꽃다발을 던지라.
그 꽃잎 떨어져 한 알의 밀알이 되고
그 밀알 깨어져 평화의 열매를 맺도록
(2022.9.22. 이윤재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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