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살육의 반복,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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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1)

서방과 유대인들의 오래된 관계,
오늘날 그치지 않는 분쟁 출발점
유대인 진출, 팔레스타인엔 재앙
팔레스타인 등 대응 방식도 처참
전쟁과 테러 주된 수단으로 선택
네 차례 전면전 도발, 모두 패배

▲지난 10월 7일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가자지구 리말 지역 내 하마스 관련 건물들이 이스라엘 폭격으로 파괴된 모습. ⓒKRM

▲지난 10월 7일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가자지구 리말 지역 내 하마스 관련 건물들이 이스라엘 폭격으로 파괴된 모습. ⓒKRM
◈이스라엘과 한국: 이스라엘에 전반적으로 우호적인 한국인들의 정서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발발했다. 하마스의 대규모 로켓탄 공습, 그리고 가자 지구 주변 지역의 이스라엘 민간인 학살과 납치로 인해 전쟁이 개시되었다. 이 사태가 국지적인 소규모 분쟁으로 끝날 가능성은 거의 전무해 보인다. 현재 양측 간 대규모 재래전이 격화되는 중이며, 사상자 수 또한 수천 명 이상으로 급증하고 있다.

해당 사안에 대한 전 세계 여론은 크게 셋으로 갈렸다. 국제질서를 주도하는 서방 주요국 대부분은 하마스의 테러를 규탄하고 이스라엘의 군사적 대응에 지지를 표하고 있다. 반대로 사우디, 이란 등 이슬람 주요국들은 하마스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그 외 해당 전쟁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나라들 대부분은 하마스의 테러 행위를 규탄하면서도 각자 자국의 이익을 계산하며 상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리 한국 정부 역시 친미, 친서방 민주주의 국가로서 기본적으로는 하마스의 테러를 규탄하는 입장이지만, 날이 갈수록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중동 국가들과의 국제교역을 고려해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에 대한 전면적 지지는 표명하지 않고 있다. 미국, 이스라엘, 그리고 사우디 등 중동 국가들과의 복잡한 외교적 정황을 고려할 때, 우리 정부가 굳이 눈에 띄게 나서는 입장을 취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정부와는 별도로, 이 전쟁을 바라보는 우리 한국 국민들의 정서, 특히 한국 기독교인들이 이 전쟁을 둘러싸고 느끼는 감정은 기본적으로 이스라엘에 우호적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한국인들은 세속주의 문화를 향유하며 살아간다. 따라서 초월자인 하나님을 섬기는 방식의 차이 때문에, 그리고 그 하나님에 의해 선택받은 민족이라는 신념 때문에 전쟁이나 테러를 일으키는 행태에 대해 본능적 거부감을 느낀다.

그리고 현대에 들어 이런 종교적 광신의 행태를 보이는 거의 대부분의 국가 및 무장단체가 이슬람 진영이었다. 따라서 세속주의 관점에서 종교의 가치를 바라보는 대다수 한국인들에게는 일단 하마스가 악의 무리로 비쳐질 것이다. 실제로 이번 전쟁을 주도적으로 시작하고 잔혹한 민간인 학살을 감행했다는 점에서 이 집단이 악의 무리라는 사실은 부정할 길이 없다.

여기에 더해 한국은 한때 개신교 신앙이 사회 전반에 퍼져,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 바 있다. 한국 기독교인들 대부분은 이슬람에 대한 기독교 세계의 역사적 경계심을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고, 게다가 유대교 신앙으로부터 기독교 신앙이 유래했다는 사실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이스라엘에 대해 우호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

▲9.11 테러 10주기를 맞은 추모 행렬. ⓒ크투 DB

▲9.11 테러 10주기를 맞은 추모 행렬. ⓒ크투 DB
여기에 더해 한국 정부, 특히 국방부가 한때 이스라엘 군을 군사력 증강의 모범으로 삼았다는 점 또한 한국인들이 감정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들게 만드는 요인일 것이다.

강렬한 애국심을 바탕삼는 여성들마저 군복무를 수행하는 전 국민 징병제, 주변 이슬람 국가에 고립된 채 고군분투하는 항전 정신, 그리고 서방과의 긴밀한 군사적 협력 하에 주변국을 압도하는 군사기술과 무기체계를 갖춘 이스라엘 군의 모습은 적어도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한국군이 나아가야 할 모범으로 인식되었다. 그래서 과거 학교나 군에서 정훈교육 소재로 이스라엘 건국과 전쟁 과정이 자주 언급되곤 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서구 열강을 이용해 압제자가 된 유대인들

그러나 이스라엘에 대한 이런 우호적 정서, 특히 기독교인들 사이에 보이는 이스라엘에 대한 심정적 지지에 분명한 성경적 근거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구약에서 하나님이 이스라엘 민족을 사역의 주된 도구로 쓰셨던 것과 그리스도께서 유대인을 통해 오셨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전 인류에게 동등한 복음 전파 기회가 열린 신약 정황 속에서는 유대인들이 영적으로 어떤 특별한 위치를 점유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제 유대인들도 그저 복음을 듣고 그리스도를 믿어야 하는 수많은 민족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런 관점으로 볼 때, 현재 격화되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보다 냉정한 국제정치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스라엘을 둘러싼 팔레스타인 지역의 역사를 생각해 본다면, 맹목적으로 이스라엘과 서방 주요국의 편을 들 만한 정당성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1948년 성사된 이스라엘 건국은 1900년 가까이 서방 각지를 떠돌아야 했던 유대인 디아스포라들에게 가해진 끊임없는 학대와 멸시에 대한 서방 세계의 배상의 일환이었다. 주후 70년 제1차 유대-로마 전쟁을 기점으로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거주 기반을 상당부분 상실한 채 로마 제국 각지로 퍼져나갔다.

▲A.D. 70년 발발한 유대-로마 전쟁에서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는 모습을 그린 그림. 유대인들은 처참하게 패배한다.

▲A.D. 70년 발발한 유대-로마 전쟁에서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는 모습을 그린 그림. 유대인들은 처참하게 패배한다.
유대인들의 독특한 종교적 색채는 제국 각지에서 이들이 배척받게 된 주된 원인이 되었다. 그리고 주후 4세기 이후 유럽 전역이 점차 기독교 세계로 변해가면서 유대인들은 ‘그리스도를 거부하고 죽인 이들의 후예’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반복적인 학대와 멸시로 큰 고통을 받아왔다. 반유대주의는 서방 세계의 민중 정서를 지탱하는 하나의 주축으로 자리잡았다.

11-12세기 십자군 전쟁 당시 반복적으로 행해진 유대인 학살, 1492년 스페인의 유대인 추방령(알람브라 칙령), 1894년 프랑스의 드레퓌스 사건, 19세기 말-20세기 초 제정 러시아 말기의 반유대주의 폭동과 학살(포그롬),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1930-1940년대 나치 독일에 의해 자행된 유대인 차별과 대량학살 등, 유대인들에 대한 서방 세계의 멸시와 폭력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순간도 그친 적이 없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영국이 중심이 된 연합군 승전국들은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지역에 나라를 건국하는 일을 묵인했다. 유럽 각국의 정·재계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던 유력한 유대인 자본가들, 그리고 중동 지역에 정치력 영향력을 계속해서 행사하고 싶었던 제국주의 열강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며 이루어진 일이었다. 반유대주의와 홀로코스트로 인해 서방 세계가 유대인들에게 지고 있던 마음의 빚 또한 이스라엘 건국의 주된 성사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서방 세계와 유대인들의 오래된 관계가 오늘날 이스라엘과 주변 이슬람 국가들 간의 그치지 않는 소규모 분쟁과 전면전을 촉발하게 된 출발점이 된 셈이다.

주후 1-2세기경 이후로는 팔레스타인 지역의 점유권을 거의 행사하지 못했던 유대인들이 정치적 영향력과 재력을 바탕으로 그들의 고토를 회복한 것, 이는 팔레스타인에 살던 무슬림들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이 없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시각으로 본다면 까마득한 과거에 그 지역의 원주민이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이방인이 되어버린 유대인들이 제국주의 열강의 힘을 빌어 강압적으로 나라를 빼앗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물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지역을 강제 점령한 데 대해 팔레스타인인들과 주변 이슬람 국가들의 대응방식 또한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이들은 이슬람 특유의 배타성과 호전성에 의거해 즉각적으로 이스라엘에 전쟁을 개시했고, 이후 벌어진 네 차례의 전면전에서 모두 패배해 버리고 말았다.

팔레스타인인들의 대응이 처참했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그들이 전쟁에서 졌기 때문이 아니라, 이스라엘을 상대함에 있어 전쟁과 테러를 주된 수단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1973년의 제4차 중동전쟁, 이스라엘의 전면전 승리로 막을 내렸다. ⓒ위키

▲1973년의 제4차 중동전쟁, 이스라엘의 전면전 승리로 막을 내렸다. ⓒ위키
박욱주 박사

연세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객원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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