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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거스틴 웨타 | 민제영 역 | 분도출판사 | 200쪽 | 18,000원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단 생각이 들 때도, 자신을 내려놓기는 참 힘들다. ‘철저하게 낮아져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주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정작 자신의 영향력을 끝끝내 행사하고 싶어한다.
겸손은 인간의 본성에 역행한다. 인간은 높아지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낮아진 인간을 높이신다.
성 베네딕도는 수도생활 중 자연스레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수도 규칙』이라는 규칙서를 작성했고, 이후 대부분의 수도원에서 사용하기에 이른다. 세인트루이스 베네딕도 수도회 사제인 어거스틴 웨타(Augustine Wetta)는 『수도 규칙』의 제7장, ‘겸손’을 주제로 자기 존중을 길을 모색한다.
성 베네딕도는 자기 존중이 거룩함의 형태를 띤다고 생각했고, 거룩함은 자기애가 아니라 자기 버림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그리스도인의 삶은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 하나님은 은혜를 위한 지속적인 자기 비움의 과정이다.
성 베네딕도는 자신의 『수도 규칙』 제7장, ‘겸손에 대하여’를 통해, 우리 삶에서 필연적으로 필요한 ‘겸손’을 12단계로 보여준다. 이 단계들이 꼭 시간 순서대로 일어나지 않을 수 있지만, 모든 단계는 겸손을 위해 필수적이며 어느 정도 순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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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리고 시험산 위 수도원 모습.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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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겸손은 지혜로운 삶이며, 그러한 삶은 분별을 통해 가능하다. 이러한 단계를 통해 우리는 경건할 수 있으며, 경건은 우리의 머리를 숙이게 한다.
너무 가벼운 자존감에 관한 논의는 오히려 자기애로 귀결되기 쉽고, 더 큰 혼란을 줄 수 있다. 진정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만을 사랑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자기를 존중하는 사람은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이웃을 사랑한다.
그렇기에 좀 더 무게감 있고 책임감 있는 사랑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참된 사랑은 어쩌면 인내와 고통의 시련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수도 규칙』과 함께 구비해두고 읽기에 유익하다. 한 번이 아니라 자신의 삶으로 체화될 때까지 읽고 또 읽어야 한다.
모중현 크리스찬북뉴스 명예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