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자유·인권·신앙이 하루속히 회복되길”

김신의 기자  sukim@chtoday.co.kr   |  

제4회 KMC-UMC-WMC 한반도 라운드테이블 특강 및 보고

▲제4회 KMC-UMC-WMC 한반도 평화를 위한 라운드테이블 회의에서 첫 특강을 전하고 있는 신범식 교수. ⓒ김신의 기자
▲제4회 KMC-UMC-WMC 한반도 평화를 위한 라운드테이블 회의에서 첫 특강을 전하고 있는 신범식 교수. ⓒ김신의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KMC)-연합감리교회(UMC)-세계감리교협의회(WMC)가 ‘한반도 평화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세계감리교회’를 주제로 제4회 KMC-UMC-WMC 한반도 평화를 위한 라운드테이블 회의를 28일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 남산홀에서 개최했다.

이날 오후 신범식 교수(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반도 안보 환경 변화: 분석과 전망’를 주제로 첫 특강을 전했다.

신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탈냉전기의 평화를 침식시키고 지정학, 강대국 경쟁, 세력권 및 패권 경쟁, 진영 간 대립 등 구세대 국제정치의 특징을 전면으로 부상시키는 계기가 됐다”며 “우크라이나전의 영향은 광범위하고 다층적인데, 한국 입장에서 가장 피부에 와닿는 안보적 우려는 북한의 대외적 행보와 관련된다. 러시아에 대한 적극적 지지를 표명해 온 북한은 무력 시위를 강화함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중-러 간 군사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도 큰 도전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에 따라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안보 환경의 프레임은 중대한 변화를 맞을 수 있다”고 했다.

신 교수는 “가장 주요한 문제는 러시아의 힘 쇠퇴다. 군사, 경제, 사회적으로 약화된 러시아는 역내 세력 균형에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러시아의 힘 쇠퇴는 중국의 힘 증대로 이어질 것이다. 북-중-러 진영 체제에서 중국의 패권적 주도권이 더 강화될 수 있고, 북-중-러와 한-미-일 양 진영 간 대결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북-중-러는 이해관계가 다르고, 이는 불안정성으로 이어진다. 북한은 중국의 지원을 원하면서 중국의 간섭으로부터 자율성을 추구하기에, 중국은 통제되는 북한을 선호하고, 북-중 간 내재적 긴장은 늘 작동한다”고 했다.

그는 “약화된 러시아가 동북아에서 보여 온 균형자로서의 역할을 점차 한계를 노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약화가 중국의 전략적 이익으로 전환되며 한반도의 세력 균형이 변경되는 상황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의 한-미-일 공조체제 강화 노력은 이 같은 우려가 반영된 대외적 반응의 결과라 할 수 있다”며 “한국은 기존 한국이 이뤄온 정치, 경제적 발전의 동력이 되어 온 해양적 발전 벡터와 더불어 한 세기 만에 새롭게 회복되고 있는 대륙에서의 발전 벡터를 아우르는 복합 전환의 대전략을 중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한국과 유사한 지정학적 중간국의 딜레마를 겪고 있는 유사입장국과 연대를 다면적으로 강화하여, 전략적 자율성의 공간을 조금이라도 확대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세력 균형과 안정을 유지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세계교회협의회와 한국교회 평화통일운동’를 특강한 박도웅 목사(WCC중앙위원회)는 “한국교회의 통일운동은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을 겪으며 전환점을 맞이했다. 한국교회는 군사독재의 불의한 구조와 한반도의 분단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자각했고, 교회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논의에 나서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1981년 제4차 한국교회협의회에서 한국교회가 통일운동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 두 나라는 통일이 교회의 과제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통일문제를 다루는 기구를 설치할 것을 권고, 1982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통일문제연구원을 상설기구로 조직했다”고 했다.

▲제4회 KMC-UMC-WMC 한반도 평화를 위한 라운드테이블 회의 현장. ⓒ김신의 기자
▲제4회 KMC-UMC-WMC 한반도 평화를 위한 라운드테이블 회의 현장. ⓒ김신의 기자

박 목사는 1984년에 개최된 동북아시아 평화와 정의에 관한 협의회(도잔서협의회, Consultation on Peace and Justice in North-East Asia)에서 채택한 선언문의 주요 내용과 여섯 가지의 실천 과제를 언급하며 “이는 한반도 평화통일운동의 좌표를 세계교회에 제시하고, 소위 ‘도잔소 프로세스’의 출발점이 되었다”고 했다.

그는 “도잔소협의회의 중요한 열매로 글리온협의회가 열렸다. 도잔소협의회에 참석하지 못한 조선기독교도연맹은 당시 ‘모든 결정에 찬성한다’는 전문을 보낸 바 있다. 이에 따라 북한교회 대표 6인(고기준, 김운봉, 김혜숙, 김남혁, 최기문)이 세계교회협의회 국제위원회가 주관한 글리온협의회에 참석했고, 1945년 분단 후 남북교회 대표들이 처음 만나 함께 예배하고 성만찬을 나누었다. 그리고 2차 글리온협의회의 결정에 따라 첫 번째 남북교회 공동기도문이 작성됐다”고 했다.

박 목사는 “도잔소에서 열린 에큐메니칼 회의를 기점으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 이슈가 세계적인 이슈가 되었고, 세계교회협의회는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한의 교회 지도자들을 초청함으로 함께 성만찬을 나누는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되었다. 이후 해외 많은 교회 지도자들이 국제협의회를 개최, 평양을 방문하는 등의 역할을 했다. 또한 북한이 수해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1995년, 전 세계 교회는 즉각 식량과 의약품을 보내 긴급 구호 사업에 힘썼고, 지금까지 많은 교회들이 식량과 의약품, 의복, 기타 생필품을 보내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며 “그러나 교회와 비정부기구들은 북한의 식량부족문제가 단순히 재해 문제라기보다 근본적으로 북한의 경제구조에 기인하고 있다는 공동된 인식에 도달하게 됐다. 만성적 식량부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낙후된 경제구조를 대대적으로 개선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또 1988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발표한 8.8선언(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 2013년 제10차 부산총회에서 발표한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관한 성명서’, 2022년 제11차 카를스루에 총회에서 채택한 회의록 ‘한반도 종전과 평화구축에 관한 회의록’, 2023년 세계교회협의회 중앙위원회가 채택한 성명서 ‘정전 70년, 한반도 화해와 평화를 위한 성명’ 등에 대해 전한 후, “2차 세계대전 후 세계를 지배한 냉전논리로 인해 30년 넘게 막혀 있던 통일에 관한 논의를 열어 주었다. 2024년은 도잔소협의회 40주년을 맞는 해로, 한국교회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목소리를 내야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반도 평화운동을 위한 감리교회의 신앙고백과 실천과제를 제안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하나님께서 지으신 창조세계를 지키고 보존하는 또 다른 길이라는 것이다. 웨슬리는 ‘보편적 정신’이라는 설교에서 진정한 보편적 정신을 가진 사람은 ‘아는 사람이거나 모르는 사람이거나 간에 자신의 마음을 온 인류를 향해 넓히고 있다면, 그는 이웃과 낯선 사람, 친구나 원수를 강렬하고 간곡한 애정으로 포옹하게 된다’고 가르쳤다”며 “한국감리교회는 세계교회협의회를 중심으로 세계교회가 보여준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아름다운 형제애와 우정에 감사하며, 전 세계 감리교회와 함께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도하고 헌신하며 연대해 갈 것”이라고 전했다.

▲제4회 KMC-UMC-WMC 한반도 평화를 위한 라운드테이블 회의 현장. 참석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2023 한(조선)반도 평화통일 남북공동기도문’을 낭독하고 있다. ⓒ김신의 기자
▲제4회 KMC-UMC-WMC 한반도 평화를 위한 라운드테이블 회의 현장. 참석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2023 한(조선)반도 평화통일 남북공동기도문’을 낭독하고 있다. ⓒ김신의 기자

평화활동단체 보고 시간도 마련됐다. ‘북한 교회 공동체의 회복’을 제목으로 보고서를 발표한 황건원 목사(북한회복감리교회연합 공동의장)는 “우리의 사명은 북한에 하나님 나라의 복음이 선포되고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가 회복되는 그날까지 성령과 교통하며 기도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하루속히 회복되기를 기도한다. 자유민주의 이념이 회복되고 북한 주민의 인권과 신앙이 회복되고 무너진 교회가 회복되고 하나님을 향한 기도와 찬송이 회복되기를 참으로 이 땅과 이 민족에 온전한 평화가 회복되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황 목사는 “북한의 정세 변화로 북한의 주민들이 이탈하는 가운데, 그들이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고통받고 있음을 알게 됐다”며 북한회복감리교연합의 설립과 사역에 대해 소개했다.

북한회복감리교연합은 2012년 초교파적으로 진행된 가칭 ‘탈북난민 북송반대 북한구원을 위한 특별기도회’ 모임에 참석한 감리교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들이 탈북 난민들의 생존과 새터민의 정착을 돕는 사역이 시급함을 인지하고, 감리교회만의 모임의 필요성을 공유하며 시작됐다. 창립 총회에서 송기성 목사(정동제일교회)를 대표 의장으로, 이어 조경열 목사(아현교회), 최이우 목사(종로교회), 현인호 목사(돈암교회), 권종호 목사(중곡제일교회), 이원재 목사(남산교회), 김동현 목사(은평교회)를, 올해 1월에 열린 제10차 총회에서 이현식 목사(진관교회)를 대표 의장으로 선출했다.

현재 북한회복감리교회연합은 46개 교회가 정회원으로 매달 회비를 납부하며 활동하고 있다. 북한회복감리교회연합은 감리교 최초 탈북민 목사인 강철호 목사가 시무하는 새터교회 이전을 위해 협력했고, 탈북 난민 제3국 이동을 위한 비용 지불, 탈북 과정에 동상에 걸린 탈북민 긴급 지원 등 탈북민 구출 활동을 하고 있다. 2014년에는 체계적으로 새터민을 돕고자 중국 현지에 도피처 2곳을 설치했다. 또 북한에 옷 보내기 운동, 북한 바로 알기 세미나, 통일 선교 학당 등을 진행하고 있다.

황 목사는 “통일이 되는 그날까지 북한에 살고 있는 동포들과 탈북해 타국에서 떠도는 탈북민의 안녕을 위해, 대한민국에 정착한 새터민의 건강한 정착을 위해 계속 기도할 것이고 그들을 도울 것”이라며 “북한에도 하나님을 찬양하고 예수를 그리스도라 고백하는 교회가 세워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는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성령 하나님의 권능으로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성령 하나님의 권능이 이 땅에 임하도록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 무엇보다 분단의 아픔을 넘어 분단의 극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민족의 통일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한반도가 세계 분쟁의 불씨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한반도에서 전쟁이 재발되지 않도록 경계하고 평화가 정착되도록 기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남북 평화구축 노력: 종전선언(한반도종전평화캠페인을 중심으로’를 제목으로 보고한 남기평 목사는 “남북분단 70년의 세월이 가혹하고 길었다. 대결 구도 속 분단체제는 완고해져만 가고 있다. 지금까지 분단 상황으로 몰아간 우리들의 결과에 대해 통렬하게 반성하고 죄책 고백을 해야 한다. 평화의 시작인 정전에서 종전으로 가는 것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며 국회의 ‘정전협정 70주년, 한반도 평화 구축 촉구 결의안’과 함께 한반도 종전평화운동을 제안했다.

한편 제4회 KMC-UMC-WMC 한반도 평화를 위한 라운드테이블 회의 29일 행사는 광림교회에서 진행된다. 이날은 로즈마리 벤너 감독(WMC 제네바 총무)이 ‘분열 극복과 평화를 위한 노력-독일에서의 지속적인 여정과 에큐메니칼 파트너로부터의 배움’, 장상 목사(통일미래로 대표)가 ‘통일미래로 가는 길’을 특강하고, 전남병 목사가 ‘고난받는 이들에게서 하나님의 형상을 보다’, 임향자 목사가 ‘아픔을 넘어 놀랍게 성장하고 있는 북한이탈청소년들’을 주제로 보고한다. 또 이날 2023 평화선언문을 채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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