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법원, 가족에게 살해 위협받던 기독교인 보호 명령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이슬람서 기독교로 개종할 수 있는 기본적 권리 강조

▲나이지리아 오그모보쇼에 위치한 트루워시퍼교회에서 교인들이 기도하고 있다.   ⓒGracious Adebayo/ Unsplash.com

▲나이지리아 오그모보쇼에 위치한 트루워시퍼교회에서 교인들이 기도하고 있다. ⓒGracious Adebayo/ Unsplash.com

나이지리아 북부 법원은 기독교로 개종한 18세 소녀를 가족들의 생명의 위협에서 보호하는 명령을 최근 승인했다. 이는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할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를 강조한 판결이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메리 올로웨(Mary Olowe·가명)는 기독교로 개종한 뒤 아버지와 형제들에게 살해 위협을 받아 왔다. 그녀의 어머니는 앞서 그녀를 안전한 기독교 공동체로 탈출하도록 도왔다.

재판부는 “이슬람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하기로 한 신청인의 결정 이후, 피신청인이 신청인의 생명을 위협하려 시도하거나 종교나 사상의 선택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명령을 내렸다.

인권단체 국제 자유수호연맹(ADF International)에 따르면, 이 명령에 대해 항소는 아직 제기되지 않았다.

국제 ADF 션 넬슨(Sean Nelson) 국제법률고문은 성명을 통해 “메리가 이러한 위협으로부터 보호받고 법원이 그녀에게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할 수 있는 기본적 권리를 인정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다”며 “이는 그리스도를 믿게 됐다는 이유만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중요한 결정”이라고 했다.

넬슨 고문은 “나이지리아의 이슬람교에서 개종한 기독교인들은 심지어 가족으로부터 위협과 공격을 받고, 자신의 신앙을 자유롭게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을 거부당한다”면서 “그 누구도 자신의 신앙 때문에, 또는 다른 신앙으로 개종했다는 이유로 박해나 괴롭힘을 당하거나 살해 위협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나이지리아 북서부 소코토주에서 25세 기독교 학생이 무슬림 동급생들에게 구타당해 사망한 이후 발생했다.

위닝올에반젤리칼교회(Evangelical Church Winning All) 성도이자 셰후 샤가리(Shehu Shagari) 교육대학생인 데보라 임마누엘(Deborah Emmanuel)은 그녀가 동급생에게 보낸 왓츠앱 메시지가 신성모독적이라는 이유로 학우들과 논쟁을 벌인 후 2022년 5월 살해됐다.

▲나이지리아 소코토주의 셰후 샤가리 교육대학에 재학 중이던 데보라 임마누엘(25)이 신성모독 혐의로 무슬림 동급생들에게 구타당한 뒤 화형을 당했다. ⓒWION 뉴스 보도화면 캡쳐

▲나이지리아 소코토주의 셰후 샤가리 교육대학에 재학 중이던 데보라 임마누엘(25)이 신성모독 혐의로 무슬림 동급생들에게 구타당한 뒤 화형을 당했다. ⓒWION 뉴스 보도화면 캡쳐

이어 로다 야우 자타우(Rhoda Ya'u Jatau)라는 기독교인 여성이 왓츠앱에 이 사건을 비판하는 게시물을 공유했다가, 바우치(Bauchi)주에서 신성모독 혐의로 체포된 후 4개월 넘게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에 있었다고 모닝스타뉴스는 보도했다.

박해 감시단체인 오픈도어(Open Doors)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의 기독교인에 대한 박해는 특히 심각하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신앙 때문에 살해된 기독교인 5,600명 중 90%가 나이지리아인이었다. 특히 메리처럼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사람들은 상당한 사회적 적대감에 직면해 있다.

국제 ADF는 “신성모독법을 포함한 나이지리아의 법률은 종교적 소수자를 체계적으로 처벌한다”고 지적했다.

미 국무부는 최신 국제종교자유보고서에서 “나이지리아의 기독교인과 무슬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치명적인 폭력 사태가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NGO인 ‘무력 충돌 위치 및 사건 데이터 프로젝트’는 2022년 나이지리아에서 폭력으로 사망한 민간인 수가 3,953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해당 보고서에서 “특히 북부 지역에서 무슬림과 기독교인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폭력 사건이 빈번히 발생해 수많은 이들이 사망했다”며 “범죄조직에 의한 납치와 무장강도가 남부는 물론 북서부, 남부, 남동부 지역에서도 증가했다”고 했다.

2022년 6월, 무장괴한들이 남서부 온도주에 있는 ‘성 프란시스 가톨릭교회’에 들이닥쳐 수십 명이 사망했다.

나이지리아 기독교인들과 인권단체들은 중부 지역의 기독교 농업 공동체를 상대로 과격화된 목동들이 자행한 폭력이, 최근 몇 년간 수천 명이 사망하는 등 집단 학살 수준에 이르렀다는 우려를 수 년 동안 표명해 왔다.

그러나 나이지리아 정부는 이 같은 폭력 사태가 종교의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을 일축하며 “이는 수십 년 동안 지속된 농민과 목동 간의 충돌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 국무부가 인용한 데이터에 따르면,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한 폭력은 살인 사건의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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