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16장 속 바울이 인사했던 이들의 이름 속 비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마스터스 세미너리 제7회 특별강좌

노예 적지 않아, 여성도 1/3 정도
사회개혁 무관심했다는 건 오해
모순과 부조리도 사랑으로 변화
시급한 개혁보다 무릎 꿇고 기도

▲최더함 목사가 강연하고 있다.

▲최더함 목사가 강연하고 있다.
마스터스 세미너리 제7회 특별강좌가 ‘바울 공동체와 초기 기독교’를 주제로 8월 26일 오전 서울 은평구 바로선개혁교회(담임 최더함 목사)에서 개최됐다.

특별강좌에서는 최더함 목사가 로마서에 나타난 바울 공동체 구성원들에 대해 소개했다.

최더함 목사는 “로마서 16장은 과거 단순한 문안 인사 정도로 치부됐지만, 에드윈 저지 교수(Edwin Judge)가 논문 ‘he Early Christians as a Scholastic Community(1961)’를 통해 바울 주변 인물들에 대한 사회사적 연구를 통해 초기 기독교 공동체의 성격을 규명하고자 시도한 후 새롭게 조명받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최 목사는 “로마서 16장에는 브리스가(Prisca)부터 올름바(Olympas)까지 1-15절의 인사에서 총 26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이들 중 바울이 개인적으로 만나지 못하고 브리스가 부부로부터 소개받은 인물이 9명”이라며 “인종적으로는 유대인과 이방인이 있었고, 노예와 해방노예 등 계급도 다양했으며, 여성이 26명 중 8명을 차지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에베네도(Epennetus)는 아시아 첫 개종자인데(5절) 로마에 와 있었고, 안드로니고(Andronicus)와 유니아(Junia)는 바울과 함께 로마에서 투옥당한 적이 있다(7절)”며 “아굴라(Aquilla)는 본도(Pontus) 출신이고, 뵈뵈(Phoebe, 1-2절)는 아가야 지방 항구도시 겐그레아 출신이고, 버시(Persis, 12절)도 동부 지역 출신”이라고 전했다.

최더함 목사는 “사도행전 이후 바울 서신서를 분석하면, 바울과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거나 교제한 이들은 약 80명에 이른다(목회서신서는 제외)”며 “성경은 이 사람들에 대해 대부분 이름 외에는 사회적 지위나 신분 등 다른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러나 에드윈 저지 교수는 80명 중 40명은 바울의 선교 활동을 후원한 것으로 보고, 이들을 ‘부유하고 교양있는 사회적 엘리트들’로 추정한다. 다른 40명은 바울을 따르던 사람들로 바울과 함께 선교활동에 참여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순수함’이라는 의미의 뵈뵈는 고린도 동쪽 겐그레아 교회 일꾼으로 성경에서 단 한 번 언급된다. 바울의 2차 전도여행 때 만난(행 18:18) 후 바울의 ‘보호자’가 됐다”며 “그녀는 독립적 부양 능력을 지닌 여성으로 바울의 여행경비를 부담하는 등 재정적 후원을 했을 뿐 아니라, 초기 바울 공동체 여러 사람들의 후견인으로 사역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브리스길라(존경할 만한)와 아굴라(독수리)에 대해선 “언제나 부부가 함께 거론되고, 성경 기록 6회 중 4회에 아내 이름이 남편에 앞선다. 이는 아내 브리스길라가 남편 아굴라보다 공동체 안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다는 것”이라며 “두 사람은 중류층 이상 계층에 속해 충분히 개인적 복락을 누릴 수 있었지만, 하나님과 하나님 나라를 위해 바울과 그 동역자들의 후견인 사역에 최선을 다하고, 개인보다 복음과 교회 사역을 우선시한 그리스도인 부부의 ‘롤 모델’”이라고 했다.

안드리니고와 유니아는 “바울의 친척으로 함께 투옥됐고, 사도들에게도 유명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바울보다 먼저 신앙을 가진 부부로 보인다”며 “이들은 초기 예루살렘 신앙공동체의 일원일 가능성이 높고 헬라파 유대인으로 로마교회의 창립 멤버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했다.

23절에서 바울과 함께 문안 인사를 보내는 가이오와 에라스도에 대해선 “바울은 가이오를 가리켜 ‘나와 온 교회를 돌보아주는’이라고 소개했다. 이는 바울뿐 아니라 고린도 신앙 공동체 회원들이 모일 수 있는 넓은 주택을 제공한 것으로 보아, 지체 높고 큰 재력가로 보인다”며 “에라스도의 공식 직함은 고린도시 재무관으로 고위직이었다. 로마 시민권자이자 자유인이었고, 상당한 재산을 소유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최더함 목사가 강연하고 있다.

▲최더함 목사가 강연하고 있다.
최더함 목사는 “이들 중에는 노예들도 많았다. 로마 제국 서부 지역에서는 그리스식 이름은 그 자체가 노예 신분임을 나타냈다. 이런 성경 속 인물들로는 유두고(Eutychus), 허메(Hermes), 빌롤로고(Philologus), 에라스도, 에바브로디도(Epaphroditus), 두기고(Tychicus) 등이 있다”며 “누가복음 저자 누가(Luke)도 노예 출신일 가능성이 높다. 당시 기술자나 장인, 특히 의사는 교육받은 노예들의 주요 직업이었다”고 했다.

최 목사는 “라틴식 이름으로는 버시(페르시아인), 아가이고(아가야인), 암블리아(Amplias), 루포(Rufus) 등이 노예식 이름이었다”며 “당시 도망가는 노예들을 체포하기 위해 노예체포조들이 현상금을 노리고 암약했다. 바울이 노예 오네시모(Onesimus)를 주인 빌레몬(Philemon)에게 돌려보낼 때 두기고를 동행케 한 것은 노예 체포조를 염두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울이 로마서 서두에서 유독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의 종’으로 소개한 것은, 로마 교회 교인 다수가 노예 출신임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며 “바울은 다른 지역에 편지를 보낼 때 수신자를 교회(살전 1:1, 살후 1:1) 혹은 하나님의 교회(고전 1:2, 고후 1:1)라 했지만, 로마에 보낸 편지에는 수신자를 ‘성도’라 불렀다”고도 했다.

최더함 목사는 “초기 기독교는 사회구조 개혁이나 개선에 직접적이거나 구체적으로 관여하진 않았다. 기존 노예제도도 현실적으로 묵인했다”며 “사회 이념과 세계관은 회귀론적 역사관이 대세여서, 과거가 중요한 표준이 되어 새로움(res novae)을 수용하는 일이 낯설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로마 사회에서는 사회개혁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고 했다.

최 목사는 “바울도 노예제도 자체의 폐지나 변개에 대한 관심보다,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대하라고 권면했다. 노예를 형제로 대하라(몬 1:16), 그리스도 안에서 자유자나 종이나 구분없이 동일하다(고전 12:13, 갈 3:28, 골 3:11), 노예를 혹사시키지 말라(엡 6:9), 공평하게 대우하라(골 4:1)고 했다”며 “노예들에 대해선 양심적으로 자기 의무를 다하라(골 3:22), 종들아 두려워하고 떨며 성실한 마음으로 육체의 상전에게 순종하기를 그리스도에게 하듯 하라(엡 6:5), 종들로는 자기 상전들에게 범사에 순종하여 기쁘게 하고 거슬러 말하지 말고, 떼어먹지 말고 오직 선한 충성을 다하게 하라(딛 2:9)고 조언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인간적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가르침은 간혹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트릴취 같은 자유주의 신학자들이 ‘예수나 초대교회는 모두 사회개혁에 무관심했다’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이 모든 의문을 잠재우는 말씀은 사도 바울에게서 나왔다. 그는 불의한 상전에게도 그리스도에게 하듯 순종할 것을 요구한 이유에 대해 ‘범사에 우리 구주 하나님의 교훈을 빛나게 하려 함이라(딛 2:10)’고 답했다”고 강조했다.

결론에서 그는 “이처럼 당장 시급한 개혁이 필요한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리스도인은 언제나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가를 우선 고려하고 사회 문제 접근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하나님은 모순과 부조리에 대해서도 그리스도의 사랑의 실천을 통해 점진적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악한 지도자의 통치에 대해서도 우리는 그를 위해 기도하며 그가 하나님의 일꾼으로 일하기를 소망해야 한다. 동시에 하나님을 대적하는 모든 통치에 대해 비폭력 저항의 목소리를 내고 계속 권면을 전해야 한다”며 “이 모든 저항 행위는 반드시 인격적이고 하나님의 방식 즉 성경이 지시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그러므로 지금 당장 무엇을 결행하려는 마음이 들거든, 지금 당장 무릎을 먼저 꿇고 기도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며 “기도만이 하나님의 뜻을 정확히 분별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기도하는 자에게 갈 길을 보여주시고 지시하신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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