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가 일군 자산은 누구의 것?… 한국 선교계, ‘공공성’ 다짐

송경호 기자  7twins@naver.com   |  

KWMA·한교선, 선교 출구 전략과 이양 정책 결의서 발표

▲한국교회 9개 주요 교단과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21일 한국선교 출구 전략과 이양 정책에 대한 결의서를 발표했다. ⓒ송경호 기자

▲한국교회 9개 주요 교단과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21일 한국선교 출구 전략과 이양 정책에 대한 결의서를 발표했다. ⓒ송경호 기자
선교사가 열정적인 모금, 혹은 탁월한 비즈니스 수완으로 선교센터를 마련했다면, 그 개인에게 할당할 수 있는 지분(?)은 어느 정도일까. 복음 전파를 위해 형성된 모든 선교적 재산은 공적 자산인 동시에 오직 그 목적대로 사용하는 것이 옳다는 한국 선교계의 다짐이 나왔다.

한국교회 9개 주요 교단과 한국세계선교협의회(사무총장 강대흥 목사, 이하 KWMA)가 한국선교 출구 전략과 이양 정책에 대한 결의서를 발표했다. 선교사 은퇴와 재산권 이양과 관련해 교단 선교 책임자들이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이다.

기감, 기성, 기침, 고신, 대신, 백석, 통합, 합동, 합신 교단 선교부가 함께한 한국교단선교실무대표협의회(이하 한교선)와 KWMA는 21일 오전 11시 노량진 CTS 사옥 9층 KWMA 세미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그동안 한국교회가 선교사 파송에는 힘을 모아 전략과 방향성을 세워 왔지만, 선교사의 은퇴를 전후로 발생되는 문제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고 자성했다. 특히 선교사 혹은 파송교회가 설립한 현지 선교센터 등의 재산권 이양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교단별로 대처할 뿐 일관성 있는 원칙과 정책을 수립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리더십 이양’ 등 변화 요구되는 선교계

현대 선교계의 흐름은 지나친 선교사 중심 및 물질에 의존한 보여주기식 프로젝트형 선교에서, 현지인 제자 양성과 리더십 이양으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한국선교계는 지난 6월 제8차 세계선교전략회의(NCOWE, 이하 엔코위) 평창선언을 통해 건강한 선교로의 방향성 전환을 다짐했다.

대회 직후 KWMA와 KWMC(기독교한인세계선교협의회), KWMF(한인세계선교사회)는 공동 결의문을 통해 △선교사 중심이 아닌 현지교회의 필요성에 따라 사역하고 △‘복음을 전하는 일’과 ‘현지인 리더’를 세우고 프로젝트 사역을 지양하는 대신 현지인들이 스스로 교회를 개척하는 데 조력자의 역할을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8일에는 엔코위 이후 구체적인 실천을 위한 한국선교 출구전략 이양 세미나를 갖고, 주요 교단 선교 실무 대표자와 이양 정책 전문가가 참석해 선교사 은퇴 이후 선교지 재산 이양에 대한 문제와 출구 전략을 논의했다.

▲결의서에 서명하는 교단 선교부 책임자들. ⓒ송경호 기자

▲결의서에 서명하는 교단 선교부 책임자들. ⓒ송경호 기자
모든 선교적 재산, 하나님나라 위해

한교선과 KWMA는 이날 결의서에서 첫째로 “우리는 지난 한국교회의 선교가 많은 부분 돈과 프로젝트가 중심이 되는 힘에 의한 선교에 있었음을 회개하며, 앞으로 이를 지양하고 선교지 중심의 건강한 선교로 나아가기를 결의한다”고 밝혔다.

둘째로 “선교지에서 형성된 모든 선교적 재산들은 하나님나라를 위한 공적 재산임을 인정하고, 앞으로도 그 목적대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한국교회가 그동안 열정적으로 파송하고 일하도록 했던 선교사의 은퇴 이후의 삶의 문제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구체적인 대안들을 선교사들과 함께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제도적·정서적 문제 동시에 살펴야

예장 합동 GMS 전철영 사무총장은 “선교지의 재산권 문제는 오늘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제도적인 문제와 정서적 문제를 동시에 살펴야 하며, 특별히 현지에서 사역하는 2만여 선교사들의 상황을 들여다 봐야 한다. 특정 교단과 선교단체가 아닌 한국교회 전체가 관심 갖고 대응해 나가야 할 문제”라고 했다.

예장 합신 세계선교회 김충환 총무는 “선교지 이양과 선교사의 재정 투명성, 사적 재상과 공적 재산의 구분 등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선교사들의 은퇴 이후 노후 대책과 연결지어 각 교단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야 한다”며 “선교지는 한국교회의 모습을 그대로 배우는 측면이 있다. 한국교회도 자성하는 측면에서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더십 및 재산권 이양의 긍정적 사례도 소개됐다. 기독교한국침례회 해외선교회 주민호 회장은 “중앙아시아 선교지에선 15년간 (선교사의) 집값이 10배나 올랐음에도 은퇴할 때 생필품 하나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 후임선교사와 교회·지교회에 모든 걸 위임했고, 이를 토대로 4, 5개의 교회가 설립되고 현지 지도력만으로 1천 명의 성도에 이르렀다”며 “교단 선교부가 현지 경험들의 명암을 구분해 전체 선교사가 동의하는 방향으로 훈련했다. 큰 전략과 더불어 모든 소유를 흘려보내는 노력이 있었다”고 밝혔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선교국 태동화 총무는 한국 선교 초기 울릉도가 1909년 감리교회에 의해 복음이 확산되었으나 1907년과 1914년 각각 강원도에서 경상남도로, 다시 경상북도로 행정구역이 이관되면서 선교지 분할 정책에 의해 장로교에 이양된 사례를 소개하며, “많은 좋은 선례들을 통해 충분히 건강한 이양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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