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유명무실했던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정상화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정부과천청사로 복귀해 현판식

통일 최우선 과제는 北 주민들 인권
민주화 인사 北 인권 침묵 자기모순
북한인권재단 설립 지연 납득 안 돼

안 쓰는 물건 안 보이게 치워버리듯
문재인 정권, 2018년 용인으로 옮겨
北 정권에 경고 메시지 보내는 기관

▲(왼쪽부터) 현판식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법무부

▲(왼쪽부터) 현판식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법무부

법무부에서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법무행정 중심인 정부과천청사로 이전하고, 8월 18일(금) 오후 정부과천청사 4동에서 현판식을 개최했다.

이날 현판식에는 김영호 통일부 장관,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이신화 북한인권 국제협력대사, 제임스 히난(James Heenan)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서울사무소장, 최용석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장 등이 참석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통일을 위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 중 하나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증진시켜 나가는 것”이라며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법률로 규정된 ‘북한인권재단’ 설립이 조속히 이행되기를 기대한다”고 축사했다.

▲관계자들의 현판식 모습. ⓒ법무부

▲관계자들의 현판식 모습. ⓒ법무부

김영호 장관은 “인권은 인류 보편적인 가치로서 우리나라 민주화 시기의 핵심적 의제 중의 하나였다”며 “과거 민주화 활동을 통해 인권을 주창하던 사람들이 북한인권 문제 제기에 침묵하고 심지어 반대하는데, 이는 자기모순”이라고도 꼬집었다.

김 장관은 “북한인권 개선의 체계적 추진을 위해 법률로 규정된 북한인권재단 설립이 지연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나 국제사회는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6년 북한인권법이 제정됐음에도, 야당이 인사 추천을 하지 않아 7년째 법률이 규정한 북한인권재단을 출범시키지 못한 것에 대해 통일부 장관으로서 지적한 것이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역대 정부 처음으로 ‘2023 북한인권보고서’를 공개 발간했다. 북한 내부에서 인권 탄압을 자행하고 있는 이들의 책임을 분명하게 규명하고, 이를 대내외에 널리 알려야 한다”며 “실제로 북한 내부에서 이러한 외부의 시선을 고려해 인권 문제에서 일부 변화가 있다는 조사결과도 수집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 장관이 축사하고 있다. ⓒ법무부

▲한동훈 장관이 축사하고 있다. ⓒ법무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용인 법무연수원 분원으로 이전돼 5년간 사실상 방치된 것을 오늘 바로잡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동훈 장관은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인권침해 범죄행위를 대한민국 사법시스템에 따라 형사 처벌하기 위한 법적 증거를 모으고 보관하는 매우 실무적인 기관”이라며 “북한 인권을 신경쓰고 있다는 자기만족을 위한 상징물이나, 우월한 체제의 선전물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고 전했다.

한 장관은 “북한에 사는 사람들의 참담한 인권상황을 외면하고도 ‘우린 뭐라도 했어’ 하면서 우리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한 상징물도 아니다. 할 일이 구체적이고 현실세계에서 성취 가능하다”며 “이념적인 장식품도 아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지켜내려는 인권은 보편적 인권이고, 진영이나 이념을 따지지 않는다”고 정리했다.

둘째로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인권침해 범죄행위가 후일 법에 따라 형사처벌될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기관”이라며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고, 여기에 법정에서 쓰일 증거가 쌓이고 있다는 메시지를 말한다. 역사의 법정이 아니라 현실세계의 법정에서”라고 했다.

또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지난 세기 나치나 일제의 인권침해 가담자들이 나중에 뉘른베르크 재판이나 도쿄 재판이 열리리라는 것을 미리 예상했다면, 인권침해 피해 정도가 줄었을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한 장관은 “반인도범죄에는 시효가 없고, 북한인권 침해의 증거들은 영구적으로 보존될 것”이라며 “이제 다시,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할 일을 하겠다”고 전했다.

▲내빈 기념촬영 모습. ⓒ법무부

▲내빈 기념촬영 모습.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란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권침해 기록을 객관적으로 관리하고 영구 보존하여 책임자들에 대한 형사소추 등 책임규명을 준비하고 이를 통해 북한주민의 인권을 증진하기 위한 기관이다.

여야 합의에 따른 북한인권법 제정으로 지난 2016년 10월 정부과천청사에 설치됐으나, 문재인 정권 시절인 2018년 9월 법무연수원 분원(용인)으로 이전됐다.

한동훈 장관 체제의 법무부는 지난 8월 8일 직제를 개편해 소속을 인권국에서 법무실로 변경하고, 부장검사인 통일법무과장이 소장을 겸직토록 해 전문성을 제고했다.

한동훈 장관은 이에 대해 이날 축사에서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용인 법무연수원 분원 한귀퉁이로 마치 안쓰는 물건 안보이게 치워버리듯 옮겨졌고, 홀대받고 방치돼 맡겨진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다”며 “제가 2020년 법무연수원 용인 분원으로 두 번째 좌천을 당했을 때 제가 지내던 바로 옆방이 그렇게 옮겨진 북한인권기록보존소였기 때문에, 그 상황을 매일 봐서 알고 있다”고 증언했다.

▲현판식 참석자들이 북한인권기록보존소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법무부

▲현판식 참석자들이 북한인권기록보존소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법무부

한 장관은 “북한인권기록보존소에 맡겨진 임무의 중요성과 의미를 생각한다면, 그런 식으로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방치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며 “오늘, 여러분과 함께 바로잡고자 한다”고 의의를 밝혔다.

법무부는 “1992년 설치된 통일법무과에서 축적한 통일·남북관계 법률 전문성과 함께 북한의 체제불법 관련 자료를 활용하고, 긴밀한 협업으로 보다 심층적·체계적 자료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법무부는 인적·물적 기능을 지속적 강화하고 통일부와 외교부, 유엔(UN) 북한인권 현장사무소 등 유관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함으로써 책임 규명에 필요한 자료를 내실 있게 수집하고, 북한주민의 인권 증진을 위한 실효적인 노력을 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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