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 “디쇽, 빛날 때 만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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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첫째 주일 ‘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소강석 목사가 강정식 장로 빈소에서 예배를 인도하고 있다.

▲소강석 목사가 강정식 장로 빈소에서 예배를 인도하고 있다.

“디쇽, 빛날 때 만끽하라.”

지난 수요일 저녁 저는 태백시 황지교회에서 열린 성시화대성회 강사로 갔습니다. 제가 어지간하면 전교인 수련회를 앞두고 외부 집회를 가지 않지만, 태백시는 한강 발원지 ‘검룡소’가 있는 곳이고 제가 즐겨 보았던 드라마 ‘에덴의 동쪽’의 배경지로 각인이 되어 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함백산이 바로 보이는 숙소에서 하루 저녁 묵고 오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예약했던 숙소를 취소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새벽에 병원 중환자실에 가서 故 강정식 장로님의 임종을 지켜보며 마음이 심란하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임종 직전 들리는 소리로는 “장로님, 천국에 잘 가세요. 천국에서 만납시다. 그곳은 더 이상 눈물도 고통도 질병도 없는 곳입니다. 천국에 가서 평안히 쉬세요”라고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얼마나 질타를 하였는지 모릅니다.

강 장로님은 생전에 당뇨병을 앓으면서도 운동하기를 그렇게 싫어했습니다. 한여름에 팥빙수, 아이스크림 겨울에는 꿀호떡, 호빵 등 온갖 달달한 것을 가리지 않고 먹고 살았습니다. 공복 시에도 당 수치가 250, 300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얼마나 잔소리를 많이 했는지 모릅니다.

강제로 산에 끌고 다니면서 운동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오대산을 한번 가고 나서는 다시는 산행에 따라오지 않는 것입니다. “죽으면 죽었지 저런 험한 산은 못 오르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더니 몇 년 동안 투병을 하다 죽음을 맞이하시게 되었습니다.

▲소강석 목사가 강정식 장로 빈소에서 예배를 인도하고 있다.

▲소강석 목사가 강정식 장로 빈소에서 예배를 인도하고 있다.

강정식 장로님은 정자동과 구미동 목회 시절 제 가까이서 섬기고 봉사를 했던 분입니다. 그런 분의 임종을 지켜보니 마음이 심란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수요일 오후 위로예배를 드리고 빈소를 지켰습니다. 그리고 겨우 집회 시간에 맞게 태백에 도착했습니다.

도착을 해보니 공기가 수도권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정말 가을 날씨고 바람이 스산할 정도로 시원했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잠깐 움직였습니다. “이곳에서 하룻밤 자면 어떨까.” 그런데 순간 전교인 여름수련회 생각이 났습니다. 그 긴장감과 강박감이 마음을 억눌러서 결국 하룻밤도 쉬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돌아와서 시간이 되는 대로 강 장로님 조문소를 지켰고, 발인예배까지 인도했습니다. 다행히 강 장로님이 전교인 여름수련회 전에 돌아가셔서 제가 빈소를 지키고 모든 장례 절차를 집례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에 수련회 기간에 돌아가셨으면 그렇게 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장례식장을 지키고, 강정식 장로님의 영정사진을 볼 때, 계속 떠오르는 한 단어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엘리멘탈’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불의 세계 언어인 ‘디쇽’이라는 단어입니다. ‘디쇽’은 작가가 만들어낸 가상의 언어인데, “영원한 불꽃은 없으니 빛날 때 만끽하라”는 의미입니다.

강정식 장로님이 아이스크림이나 팥빙수를 드실 때 제가 먹지 말라고 잔소리를 하면 이런 말을 했거든요. “목사님, 인간이 살면 얼마나 살겠습니까? 짧은 세상 사는데 먹고 싶은 거 먹는 것이 만끽이고 즐거움이 아니겠습니까? 먹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아세요? 저는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막 먹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인생의 진정한 행복이고 즐거움이고 만끽이었을까요? 그분이 좀 더 먹는 걸 절제하고 운동을 하며 건강 관리를 잘했더라면 72세의 연세에 돌아가셨을까요? 그러니 건강 100세 시대를 추구하는 세상에 장로님의 장례식을 집례하면서 참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소강석 목사가 강정식 장로 빈소에서 예배를 인도하고 있다.

▲소강석 목사가 강정식 장로 빈소에서 예배를 인도하고 있다.

물론 영원한 불꽃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빛날 때 만끽해야지요. 그러나 그 만끽은 방종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무절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영원한 불꽃이 없으니 빛날 때 좀 더 절제하고 건강을 지켰다면 더 행복한 삶을 만끽하고 오래 사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왔습니다.

저는 이러한 생각을 전교인 여름수련회에 대입해 보았습니다. 어떤 인생이든 영원한 불꽃은 없습니다. 언젠가는 병들고 언젠가는 죽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육신의 즐거움을 위하여 먹고 마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지 않습니까?

영혼의 만족과 즐거움을 위하여 은혜를 받는 것, 그것이 그리스도인에게 더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은혜도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받고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늙고 병들면 은혜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성도들에게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영원한 불꽃, 영원한 삶은 없으니 조금이라도 삶이 젊고 빛날 때 은혜를 만끽하자”고 말입니다.

며칠 전 산행을 할 때 늦은 여름까지도 울어대는 소쩍새의 울음소리가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그 소쩍새의 울음소리가 제 글의 한 문장 속에 다시 깃을 치는 듯합니다.

소쩍새 역시 영원한 불꽃은 없으니 빛날 때, 젊을 때 은혜를 받고 만끽하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은혜받고 삶을 만끽하다 언젠가 아름답게 죽음을 껴안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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