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심준비론, 회심 위해 준비하는 ‘율법주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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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회심준비론’ 소고(小考)

지난 7월 11일 예장 합동 총회 주최로 서울 강남구 총회회관에서 ‘회심준비론 및 능동적 순종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이 공청회에서 중심교회 원로 서문강 목사님이 발표한 ‘회심준비론 소고’ 원고를 지난 14일에 이어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왼쪽부터) 서문강 목사와 김효남 교수가 공청회에 참석한 모습. ⓒ서창원 교수 페이스북

▲(왼쪽부터) 서문강 목사와 김효남 교수가 공청회에 참석한 모습. ⓒ서창원 교수 페이스북
3. 그런데 그 ‘성령의 예비적인 준비’는 공중에서 하지 않으시고 ‘그 사람 속에서 하신다.’ 그런데 그 사람의 회심을 위한 그 성령의 예비 사역 방식은 오직 하나님의 주권에 달린 것이어서, 세부적 국면에서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령 하나님께서는 주로 ‘당신의 교회의 말씀 사역’이라는 은혜의 방편을 통해 그 일을 하신다.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았느니라(롬 10:17)”, “그가 와서 죄에 대하여, 의에 대하여, 심판에 대하여 세상을 책망하시리라(요 16:8)”.

이 말씀들은 다 ‘교회 예배와 말씀과 기도와 성례 등 은혜의 방편’을 통해 역사하시는 성령의 은혜에 관한 것이다. 그래서 사역자는 성경이 말하는 대로 ‘율법의 요구와 그 아래서 정죄와 하나님의 진노 아래 있는 인간의 실상을 증거하고, 거기서 긍휼로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복음의 충분성과 완정성을 충실하게 증거할 절대 필요성’을 늘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사역자는 회중 속에 아직 회심에 이르지 못한 사람들로 하여금 ‘은혜의 방편인 말씀에 집중하게 하고(정규적인 교회생활은 은혜의 방편의 보고(寶庫)), 그 하나님의 회심케 하시는 은혜를 준비하게 하는 것이 필요함’을 인식한다.

그래서 설교자는 회중으로 하여금 ‘교회의 정규 출석과 말씀에 청종하게 하고 기도하게 하여 그 은혜의 방편에 충실하여 하나님의 은혜의 때를 바라고 자신을 준비하라’고 독려한다.

4. 그러나 여기서 특히 주의하여 주목할 것은, 청교도 설교자들은 그런 것을 ‘도식으로 삼아 이런 준비를 하면 곧 회심에 이르게 된다’는 ‘준비주의’를 아주 철저하게 배격했다는 점이다.

예수님의 모든 것을 3년여 동안 목격하고 숙식도 함께한 가룟 유다도 회심에 이르지 못한 것 같이, ‘그런 준비에 참여한 자들’ 모두가 ‘회심에 반드시 이르게 된다’는 공식을 만드는 것을 아주 배격한 것이다. 곧 ‘회심 준비+ 은혜= 회심’이라는 도식은 배격했다.

외적으로 볼 때 ‘은혜의 방편에 충실했던 자’라도 ‘참된 회심에 이르지 못함’을 청교도들은 자기 교회들 속에서 보았다. “또 이르시되 그러므로 전에 너희에게 말하기를 내 아버지께서 오게 하여 주지 아니하시면 누구든지 내게 올 수 없다 하였노라 하시니라(요 6:65)”.

5. 그러니 하나님의 예비적 은혜의 행사를 바라고 자신을 준비하는 것은 ‘자신을 선하고 의롭게 만들어 회심하기에 좋게 만드는 작업’이 아니다. 오직 ‘은혜의 방편을 통해 역사하시는 성령의 주권적인 은혜를 바라고 전인을 외적으로 하나님께 집중시키는 것’을 말한다.

마치 ‘바디매오가 다윗의 자손이여 나를 불쌍히 여겨 주십사’ 하면서 예수님을 향해 애원했듯 말이다. 그의 애소(哀訴·슬프게 하소연함)는 예비적 은혜로 준비된 바디매오의 마음의 애소였다. 그래서 조엘 비키는 그의 ‘회심 준비론’ 책 제목을 ‘Prepared by Grace, for Grace: The Puritans on God’s Ordinary Way of Leading Sinners to Christ(은혜에 의하여 은혜를 위해 준비되다: 죄인들을 그리스도께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일반적인 방식에 대한 청교도들의 발견)’라고 했다.

그러므로 ‘회심 준비론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의 참된 회심은 전적인 하나님의 불가항력적 은혜의 소산이라’는 전제 위에 서 있다. “너희 안에서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이루실 줄을 우리는 확신하노라(빌 1:6)”.

6. 어거스틴이나 칼빈도 회심을 하나의 사건으로 인식하면서도, 그 회심에 이르는 영적 과정이 있음을 인지했다. 그리고 그에 합당하게 목양적으로 대응할 방안을 강구했다.

어느 목사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교회를 섬긴다 하자.

①복음의 소명에 충실하되, 회중들 중 구원받지 못하는 자가 하나도 없기를 바라면서 항상 주권적으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와 긍휼을 바라고 늘 기도에 힘쓰고 회중도 그렇게 하게 가르치고 ②회중에게 각종 예배에 회중 모두가 참여하도록 독려하며 ③성경대로 설교하되 사도 바울 같이 자기의 설교의 웅변술에 은혜가 임하는 것이 아니고 오직 성령의 나타남으로만 은혜가 임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④설교 내용은 율법과 계명의 요구를 증거하되, 그에 순응할 인간의 책임과 그렇지 못한 죄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의 가공함을 늘 깨우치며 ⑤아울러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와 그 대속의 은혜 안에서 죄인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의 충분성과 완전성을 광포하고 ⑥그 말씀들이 죄와 허물로 죽어 있는 자를 깨우시고 회심하게 하여 구원신앙에 이르게 하시는 성령의 불가항력적인 은혜의 도구가 되게 하시기를 아버지께 간구하되, 설교 전이나 설교하면서나 설교 후에 간절하게 기도하고 ⑦성도들의 영적 상태를 살피며 그에 맞게 적용하고 호소하고 위로할 말씀을 위하여 성경을 늘 연구하고 ⑧그 모든 자기의 사역 전체의 일이 자기의 공력이나 노력의 열매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은혜의 소산임을 알고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리고 회중도 그리하게 하고 ⑨자기 원하는 대로 회심의 열매가 회중에게 보이지 않는다 해서 절대 절망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주권적인 뜻에 맡긴다.

바로 그런 목사가 ‘청교도들이 말하는 회심준비론’을 알든 모르든 ‘청교도들과 같이 회심준비론’의 관점대로 성경에 걸맞게 성령에 이끌림을 받는 충실한 목사일 것이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이 ‘회심준비론’을 ‘회심을 위하여 자신을 준비하는 율법주의’로 착각하지 말고, 오직 ‘복음의 은혜의 영광의 깊이와 높이와 넓이를 더 알게 하시는 성령의 은혜의 방식을 존중하고 순종하는 종의 교리’로 알아야 한다.

그래서 이런 회심준비론 관점을 가진 청교도 설교자들은 신약에 나타난 사도의 본을 중시하여 ‘율법주의’와 ‘도덕폐기론(무율법주의)’을 다 배격했다. 아울러 자기 속에 역사하시는 성령을 의지하여 “각 사람을 정결한 처녀로 한 남편인 그리스도께 드리려고 중매하기를(고후 11:2)” 힘썼고, “각 사람을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하게 세우는 일(골 1:25-29) ”에 매진했다.

그래서 윌리암 쉐드(William Shedd, 1820-1894)는 그의 저작 ‘The Sermons to the Natural Man(거듭나지 않은 자연인에게 하는 설교들 : 사망의 잠 깨워 거듭나게 하는 말씀)’에서 ‘회심준비론’ 관점에서 아직 ‘거듭나지 못한 자연인들에게 율법 아래 있는 죄인들의 가공할 실상’을 제시하며 복음 신앙의 절박성을 호소한다.

필자는 윌리암 쉐드의 이 책을 번역해 <사망의 잠 깨워 거듭나게 하는 말씀>이라는 제하로 청교도신앙사에서 발간해 많은 독자들이 찾고 있다. 이런 말씀 사역을 통하여 자신의 택한 백성들로 하여금 거듭나게 하시는 성령님의 역사를 사모하면서 말이다.

이런 교회의 강단과 회중의 무너지지 않을 견고한 터 되신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으로 말미암아 ‘평안하고 든든한 교회’로 서는 은혜를 주실 하나님 우리 아버지를 찬미하는 바이다. 아멘.

서문강(중심교회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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