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 “때늦게 바친 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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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넷째 주일 ‘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소강석 목사가 소베스가야 언덕에서 시를 낭송하고 있다.

▲소강석 목사가 소베스가야 언덕에서 시를 낭송하고 있다.

“때늦게 바친 조시”.

“님은 이곳 언덕 어딘가에 싸늘한 시신이 되었고 / 한 줌의 바람이 되어 떠났지만 / 우린 여전히 님을 보내지 못하고 그리워 합니다 / 포시에트 항구에 지쳐 쓰러졌던 소년이 / 우수리스크의 거상이 되어 / 독립운동가들의 차가운 몸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 불의 페치카가 되었으니 / 시베리아의 혹독한 겨울 눈보라도 / 그 푸른 불꽃을 꺼뜨릴 수 없었습니다 / 최재형 선생님이여, 지금도 타오르는 페치카여 / 님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고서야 / 어찌 자유 대한의 역사를 안다고 할 수 있으리오 / 그대처럼 조국의 제단에 모든 걸 던져 타오르지 않고서야 / 어찌 나라를 사랑한다 할 수 있으리오 / 때늦은 조시를 바치는 우리를 용서해 주십시오 / 이제, 당신 가슴에 타오르던 그 푸른 불꽃을 / 우리 가슴의 촛대에 점화시켜 주시고 / 님은 결코 지워지지 않을 별과 들꽃의 이름이 되어 / 더 이상 압제와 굴종이 없는 / 자유와 평화의 세상의 밤하늘을 비춰 주십시오.”

이 시는 제가 고 최재형 선생님이 순국을 한 소베스가야 언덕에서 낭송한 시입니다.

▲소강석 목사의 최재형 다큐 촬영 현장.

▲소강석 목사의 최재형 다큐 촬영 현장.

사실 저는 최재형 선생님을 잘 몰랐습니다. 몇 년 전, 블라디보스토크에 선교 집회를 하러 가서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이 분은 함경북도에서 소작농인 아버지와 기생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흙수저 출신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8살 나이에 러시아로 갔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은혜로 블라디보스토크의 거상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거상이 되었으면 요즘 말로 갑질도 하고 가오도 잡으며 살 수 있지 않았겠습니까? 그런데 거상이 되고 귀족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흙수저와 같은 고려인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권익을 신장시켜 주었습니다. 오죽하면 그의 별명을 고려인들이 페치카(벽난로)라고 했지 않겠습니까?

이분은 고려인들의 페치카만 되어 준 것이 아니라, 독립운동의 대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재산 거의 대부분을 독립운동 자금으로 다 쓴 것입니다. 특별히 안중근 의사의 실질적 후원자였고 후견인이 되어 주었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안중근 의사에 대해서만 많이 들었지만, 안중근 의사가 위대한 열사가 되기까지 그분의 후원과 지원이 있었습니다.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이후에도 최재형 선생님은 안중근 의사의 가족들을 잘 보호해 주고 뒷바라지를 해 주었습니다.

그가 그렇게 할 수 있던 것은 최재형 선생님을 어린 시절 때부터 키워준 양부모의 독실한 기독교 신앙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연해주에 32개 학교와 32개의 교회를 지은 것입니다.

나라를 사랑하려면 교육도 받아야 되지만, 기독교 신앙을 가져야 한다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정말 당시로서 남자의 향기를 발하신 분이고 미스터 선샤인의 삶을 살았던 분이죠.

저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분에 대해서 빚진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2019년 여름에 당시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었던 안민석 의원님의 도움을 받아 그분의 흉상을 건립했습니다. 그리고 그분에 대한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싶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코로나로부터 어느 정도 해방을 받아 이런 일을 시도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외주 제작사에서 제가 블라디보스토크와 우수리스크 현장을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러시아가 전쟁 중이라 비행기가 운항이 되지 않습니다. 25시간 배를 타고 가야 되고, 올 때는 중국 북경을 거쳐 돌아와야 됐습니다. 더구나 밤 비행기로 북경에 와서 공항에서 꼬박 밤을 새우고 오전 비행기로 인천공항으로 와야 합니다. 그래야 주일을 지킬 수가 있습니다.

▲다큐 촬영 스탭들과 함께.

▲다큐 촬영 스탭들과 함께.

그래서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굴뚝같아서 안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작사에서는 제가 가서 화면에 등장하여 설명도 하고 인터뷰도 해야 빛이 나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려운 결단 끝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최재형 기념관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촬영을 하고 마침내 주 촬영 장소인 소베스가야 언덕에서 때늦게 바치는 조시를 낭독하였습니다. 조시를 낭독하는데 가슴이 울컥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소베스가야 언덕에서 최재형 선생님이 총살을 당하여 죽으셨거든요. 그러나 그분의 유해조차 찾지 못했습니다. 그 근방 어디에 분명히 묻혀 있을 것입니다.

그걸 생각하며 조시를 낭독하니까 가슴이 먹먹하고 눈시울이 뜨거웠습니다. 조시를 낭독하는 동안 들꽃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 바람을 통하여 들꽃들과 들풀들을 흔들리게 하셨고, 저는 마치 그 들꽃들의 향기가 최재형 선생님의 정신과 혼처럼 느껴졌습니다.

거침없이 비춰오는 오후의 태양 열기로 이마에서뿐만 아니라 온몸에 땀이 흘러내렸지만, 바람에 흔들리는 들꽃의 모습과 향기는 정말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온몸을 땀으로 목욕하고 얼굴이 까맣게 탔지만, 그래도 나름 고생하고 온 보람과 가치가 느껴졌습니다. 욕심 같아서는 연추와 포시에트 항구까지 가고 싶었지만 주일을 지키기 위해 저는 미리 갑니다.

촬영을 어느 정도 마치고 나니, 어서 빨리 교회로 돌아가고 싶네요. 소베스가야 언덕에 그 아름다운 들풀의 모습과 향기를 가슴에 담고 어서 빨리 교회로 돌아가겠습니다.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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