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의소리, 탈북민 위한 ‘바이블 댄스 테라피’ 시작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한국 생활서 직면하는 문제들 해결할 창의적 방법”

▲바이블 댄스 테라피에 참여한 학생들이 부채춤을 연습하고 있다.

▲바이블 댄스 테라피에 참여한 학생들이 부채춤을 연습하고 있다.
한국순교자의소리(Voice of the Martyrs Korea, VOM Korea)는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유유 선교학교’와 ‘유티 제자훈련학교’의 탈북민들을 위해 최근 ‘바이블 댄스 테라피’ 수업을 시작했다.

강사는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와 97호 살풀이춤의 예능 보유자인 이매방 선생에게 무용을 배운 순교자의소리 현숙 폴리(Hyun Sook Foley) 대표다. 현숙 폴리 대표는 댄스 테라피 수업을 시작한 이유와, 이것이 탈북민 학생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탈북민은 한국 생활에 적응하면서 보통 세 가지 복잡한 문제에 직면한다. 순교자의 소리 사역자들은 특히 영적으로 탈북민들을 양육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복잡한 문제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며 “첫째, 북한 사람은 한국 기독교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한국적인 방식으로 기독교에 접근하려면 한국의 문화적·언어적 기반이 필요한데 북한 사람은 그런 기반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북한 사람들이 설교를 듣거나 성경을 읽을 때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다. 왜냐하면 한국의 학자들이 평범한 한국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한국어 성경을 번역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둘째, 북한에서 익숙해져 있던 사회 생활이 본질적으로 공동체적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가까운 이웃과 자주 함께 먹고 노래하고 춤추는 것이 포함돼 있다”며 “그러나 남한 사람들은 좋아하는 사람들, 편리함, 사생활을 기본으로 사회 생활을 형성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의 집으로 사람들을 초청하여 이웃과 관계를 맺는 북한 사람들과 남한 사람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별로 없다”고 했다.

또 “이러한 이유로 서로 주고받으며 관계를 맺는 북한 사람들의 방법은 남한에서 통하지 않게 되고 북한 사람들은 더 깊은 우울감을 빠지게 된다”며 “많은 북한 사람이 트라우마와 우울증 및 그것과 관련된 정신 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북한 사람들이 직면하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정부에서는 항정신병 치료제와 항우울제를 지원해 주기도 하고 수면제를 처방해 주기도 한다. 이런 약들은 북한 사람들이 정신 건강 문제를 조절하는 데 유익할 수도 있지만, 많은 북한 사람들은 증상이 지속되고 약을 의지하게 되며 약에 대한 내성이 생긴다고 전하고 있다”고 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이 바로 ‘바이블 댄스 테라피’라며, 이러한 이름에 포함된 각 단어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녀는 “첫 번째 단어는 성경이다. 순교자의소리는 북한 사람들이 존 로스(John Ross) 성경을 번역하며 성경을 평범한 백성들이 이해할 수 있는 조선의 언어로 가장 먼저 번역한 사람들이 당시 북한 지역에 살던 주민들이라는 사실을 깨닫도록 돕고 있다”며 “현재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는 성경이 남한 중심적이고 학문적이지만, 성경이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다. 북한 사람들은 한국에서 성경의 역사에 관하여 배울 때, 북한 지하교회의 신앙과 실천이 더 역사가 깊고 잘 뿌리내린 한국의 기독교 형태임을 깨닫는다”고 했다.

그녀는 “두 번째 단어는 무용이다. 북한 사람들에게 음악과 넓은 공간을 주면, 무엇을 어떻게 할지 알고 바로 기쁘게 행동한다”며 “한국에 도착하기 전까지 그들 대부분의 삶은 이렇게 형성됐다. 한국에서 무용은 보통 댄스 스튜디오와 동호회에 귀속되어 있고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여가 활동으로는 여겨지지 않는다. 북한 사람들에게 무용을 하는 기회와 공간을 주면, 북한이 지닌 건강한 공동체 생활을 유지하도록 도울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 단어는 테라피, 즉 치유이다. 그녀는 “댄스 테라피는 약물이라는 주된 치료 방법으로 지금까지 효과를 보지 못한 북한 사람들의 트라우마와 우울증 및 기타 정신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라며 “바이블 댄스 테라피는 이 세 가지 모두를 치료하기 위한 방법이다. 바이블 댄스 테라피는 북한 사람들이 한국의 성경 역사를 배우고 무용을 통해 표현하며 트라우마와 정신 건강 문제를 극복하도록 돕는다”고 강조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현재 6명의 학생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각 학생에게 필요한 개별 레슨의 양이 너무 많기 때문에 참여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저는 먼저 학생들을 다 모아놓고 한국 전통 무용의 기본 동작 몇 가지를 가르친 후, 개별적으로 지도하면서 학생들 각자가 자신만의 무용을 창작하여 트라우마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한다”고 했다.

이 수업에 참여하는 탈북민 학생 가운데 한 명인 김 선생(보안상 이름 비공개)은 1990년대 북한의 ‘고난의 행군’ 때 사람까지도 잡아먹던 이들에게 어린 자녀를 잃었다. 아무리 독한 약을 써도 잠을 잘 수가 없던 김 선생은 친구의 권유로 바이블 댄스 테라피 수업에 참여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김 선생의 무용 실력이 뛰어난 편이고, 다른 학생들도 김 선생의 무용 동작을 보고 눈물을 흘릴 정도라며 “김 선생님은 약으로는 얻을 수 없는 치유를 체험했다”고 말한다.

▲바이블 댄스 테라피에 참여한 탈북민 학생들이 옥외 야영장에서 연습하고 있다.

▲바이블 댄스 테라피에 참여한 탈북민 학생들이 옥외 야영장에서 연습하고 있다.
현숙 폴리 대표는 탈북민 학생들이 바이블 댄스 테라피를 통해, 남한 문화를 따라하지 않아도 기독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이 수업에 참여한 탈북민 조 선생은 (보안상 이름은 공개하지 않음) 바이블 댄스 테라피를 통해, 성경이 처음 들어온 곳이 남한이 아니라 북한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조 선생은 “기독교 역사는 남한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바이블 댄스 테라피를 통해 그 생각이 깨졌다. 이 수업을 받으면서 로버트 토마스(Robert Thomas·평양 근처에서 순교한 최초의 한국 선교사 가운데 한 명) 선교사님에 관해 알게 되었고, 성경이 처음으로 한국에 들어온 과정도 알게 되었다”고 전했다.

이런 점들에 대해 배우자마자 조 선생은 “선교사님들의 헌신과 봉사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알게 되어 너무 기쁘고 설렌다. 제가 예수 그리스도를 몰랐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도 하기 싫다. 토마스 선교사와 같은 많은 선교사님들의 순교를 통해 많은 북한 여성이 예수님을 전할 수 있었고, 또 지금 제가 예수님을 만나고 전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고백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학생들이 10월에 공연을 하기로 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원봉사자들의 추가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또 공연을 하려면 조명과 음향 장비가 갖춰진 공간을 지원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녀는 또한 한국의 전통 악기를 연주할 줄 아는 성도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주기를 소망하고 있다. 그녀는 “이것은 선구자적인 노력이다. 우리는 이런 치유 사역이 탈북민에게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 수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저는 일개 무용수일 뿐이다. 많은 성도님들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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