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주권과 인간의 책임, 조화 이룰 수 있을까?”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청교도목사회, 웨스트민스터회의 380주년 세미나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청교도목사회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청교도목사회
웨스트민스터회의 380주년 세미나가 7월 3일 오후 고양 삼송제일교회(담임 정대운 목사)에서 청교도목사회 주최로 개최됐다.

2일 기념예배에 이어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 서창원 목사(전 총신대)는 ‘웨스트민스터 종교회의 의의와 역사적 교훈’, 김효남 교수(총신대)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에서 언약신학의 역할’을 각각 강의했다.

◈380주년 맞은 웨스트민스터 회의
최고 신학자들로 구성된 종교회의
마지막 신조이자 개혁파 교리 총람
21세기에도 적용적 가르침 충분해
건전한 교리가 건전한 삶을 낳는다
현대인도 십자가 복음에 적응해야

서창원 목사는 “17세기 웨스트민스터 종교회의는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 등 수많은 신앙고백서와 요리문답서를 발간, 개혁파 신앙과 신앙을 확정지었다”며 “이후 다양한 교파들이 형성되면서 각각 채택한 문서들이 있더라도 공교회 신앙고백서로서 권위를 가질 교회회의 혹은 공의회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고, 있다 해도 소집할 권위 있는 기관이나 단체가 교단이 없었기에,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운을 뗐다.

서 목사는 “웨스트민스터 종교회의 총대들은 각 주 기사들과 시민들의 추천을 받아 의회가 직접 선택한 자들로, 119명의 신학자들과 평신도 대표 30명, 그리고 스코틀랜드에서 파송 받은 참관인 6명으로 구성됐다. 다수는 장로파였고, 상당수는 감독파, 그리고 소수의 독립파와 국가만능주의파도 있었다”며 “도르트 회의와 더불어 사도시대 이후 가장 탁월한 성직자들로 구성된 회합이었다는 리처드 백스터의 주장이 과장이라 볼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그는 “웨스트민스터 종교회의 이후 교리 문제를 재정리하고 확정짓는 범교회적 종교회의가 없었다는 측면에서,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들은 ‘종교개혁의 마지막 신조’이자 ‘정통 개혁파 교리적 총람’으로 불릴 만하다”며 “17세기 웨스트민스터 종교회의 총대들이 21세기 교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을 예측·규명·설명하는 조항들을 적시한 것은 아니지만, 교리적·성경적 원리를 끄집어내 시대 양상들을 설명할 수 있는 적용적 가르침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또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하나님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인간 세상을 초월하여 내재하신 분으로, 인간을 압도하시는 분이다. 그의 속성과 하시는 일들을 정확하게 제시하는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야말로,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하나님을 증언하기에 충분한 문서”라며 “하나님을 알아야 인간을 알게 된다는 칼빈주의 원리는 최첨단 과학만능주의 시대에도 절대적으로 통용되는 진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 한국에서는 목회에 매력을 느끼는 젊은이들이 감소하고 있다. 인구 절벽 탓도 있겠지만, 교회가 제시하고 있는 하나님이 극히 왜소하고 무기력한 존재이고, 성경의 교리와 삶이 분리된 현상에 기인한다고 본다”며 “사람의 많고 적음보다, 우리가 배우고 확신했던 고귀한 진리를 훼손하지 않고 계승해 나가는 헌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하나님은 알파와 오메가이시기에, 미래 교회의 살 길도 너무 잘 아신다”고 강조했다.

▲서창원 목사가 강의하고 있다. ⓒ청교도목사회

▲서창원 목사가 강의하고 있다. ⓒ청교도목사회
서창원 목사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1645년 9월 논의가 시작돼 1647년 4월에 마무리된 것으로, 총 33장으로 구성돼 있다. 문서의 특징은 17세기 교회개혁 운동에 있어 정확무오한 하나님 말씀으로서 성경의 권위를 제일 원리로 앞세운 것”이라며 “그러나 이 표준문서들이 성경에 충실한 작품이라 할지라도, 정확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는 성경과 같은 범주에 두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서 목사는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들은 말씀을 가장 우위(primacy)에 둬야 한다는 진한 교훈을 설파한다. 웨스트민스터 총회의 목사들과 교사들에게 말씀의 우선권은 성경이 모든 영적인 문제에 대한 처음이자 최후의 심판자임을 의미했다”며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의 가치는 바로 성경의 권위를 최고의 자리에 놓은 데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개혁돼야 할 영역이 어떤 것들이든, 성경이라는 표준 잣대로 검증하되 성경의 교훈을 잘 정리해 놓은 신앙고백서의 지침을 잘 활용해야 한다”며 “최근 교리적 가르침이 여러 교회에서 시도되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나, 절대 다수의 지도자들이 표준문서나 요리문답서들에 대해 무지한 채 종교생활 프로그램에 의존하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교회가 사회적 신망과 존중을 상실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1643년 웨스트민스터 총회 모습을 담은 그림. ⓒ크투 DB

▲1643년 웨스트민스터 총회 모습을 담은 그림. ⓒ크투 DB
또 “교리를 충실히 가르침에도 별로 나아진 모습을 가지지 못하는 것은 교리 공부를 교인들을 교회에 묶이게 하는 교회 성장의 방편으로 간주할 뿐, ‘건전한 교리가 건전한 삶을 낳는다’는 열매에 별로 주목하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라며 “성도들이 쉽게 성경의 교훈에서 이탈하는 것은 교리적 가르침이 탄탄하게 서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기초 자체가 튼튼하면 인내할 수 있지만, 기초가 부실하면 쉽게 무너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적 적용에 대해선 “오늘날 감성에 호소하고 자의적 행복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세상 사람에게는 엄격한 신앙고백서가 아닌 새로운 문건이나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일면 일리가 있다”며 “그러나 복음을 현대인에 맞게 산뜻하게 개정할 것이 아니라, 현대인이 십자가 복음에 적응하는 것이 더 사실적이고 중요하다”고 단언했다.

더불어 “목회 실천적 교훈으로서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만 있으면 충분하다. 인간의 수고와 공로와 노력과 헌신이 강조될수록, 하나님 은혜의 교리는 절실하게 외쳐야 할 교훈”이라며 “사람들 귀에 듣기 좋고 입맛에 맞는 윤리 도덕 설교는 복음이 아니다. 세상은 문제가 밖에 있고 해결은 내 안에 있다고 하나, 복음은 문제가 내 안에(죄) 있고 해답은 밖에서(하늘로부터) 찾는다. 세상 종교는 윤리적 가르침을 중시하고 신학은 거의 없으나, 기독교는 인간의 행동이 아니라 하나님이 인간을 위해 무엇을 하셨는지를 강조한다. 그것이 은혜의 교리”라고 했다.

▲3일 개회예배에서 정대운 목사가 설교하고 있다. ⓒ청교도목사회

▲3일 개회예배에서 정대운 목사가 설교하고 있다. ⓒ청교도목사회
끝으로 “목사는 성도들의 삶의 현장에서 필요한 유익한 조언을 제시하는 자가 아니라, 복음을 전하는 자이다. 내가 구원받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가 아니라, 나를 구원하시기 위해 하나님이 하신 것이 무엇인지를 강조해야 한다”며 “그 은혜의 복음이 가슴에 새겨지면 세상이 필요한 빛을 발산하고 세상에 필요한 맛을 내는 소금으로 살게 된다. 신학은 생활 신앙으로 구현된다. 의롭다 하심을 받은 자들은 성화를 추구하고, 세상과 구별된 거룩한 백성으로 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경이 정확무오한 하나님의 영원한 말씀이라면, 그 성경 교훈을 바탕으로 작성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시대를 불문하고 지금도 유효한 진리 체계”라며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들을 가르치고 실천하는 교회와 그렇지 않은 교회는 장기적 측면에서 존속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진리를 위한 개혁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의 수고는 누가 참으로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인지, 누가 악한 자인지 분별하시는 그 때에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웨스트민스터 교리와 언약신학
행위 언약과 은혜 언약 2가지 구분
은혜 언약 조건 요구, 낯설게 들려
언약 완결 조건 아닌, 하나님 명령
그리스도 수동적·능동적 순종으로
택자들 언약 회원 될 때 받는 축복

이어 김효남 교수는 “웨스트민스터 신학자들은 일관되게 하나님을 완전히 주권적 존재로 묘사하는 반면, 인간은 구원 문제에서 완전히 무능하고 부패한 존재로 표현했다. 그럼에도 이는 구원에 있어 인간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이러한 주장은 상호 모순적으로 보일 수 있고, 종종 하나님의 주권을 약화시킨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신앙고백서는 계속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책임, 하나님의 예정과 인간의 자유의지가 성령의 도움을 통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를 위해 신앙고백서는 여기저기서 인간의 책임과 자유의지가 하나님의 선행하는 은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시사한다”며 “그러나 신앙고백서 안에서 이러한 관계를 체계적이고 신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주요하게 채택된 수단은 언약신학(covenant theology)”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신앙고백서는 하나님의 언약을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는 이중 언약 체계를 인정했다. 첫째는 인간이 언약 조건에 대한 완벽한 순종을 통해 생명을 약속하는 언약 즉 행위언약이고, 둘째는 중보자이자 모든 인간을 대표하는 머리이신 그리스도께서 언약 조건을 충족함으로써 택자에게 생명과 구원을 약속하는 은혜의 언약”이라며 “신앙고백서는 언약이 기본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의 결과라고 확언한다. 은혜 언약뿐 아니라 행위 언약도 하나님 은혜 속에서 주어졌다. 하지만 하나님 은혜에 대한 강조와 함께, 신앙고백서는 두 언약 안에 조건적 요소도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효남 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청교도목사회

▲김효남 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청교도목사회
김효남 교수는 “은혜 언약이 언약의 축복을 누리기 위해 인간으로부터 조건을 요구한다는 사실이 낯설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조건은 언약의 완결을 위한 조건으로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이 언약은 하나님의 명령에 대한 그리스도의 수동적 순종과 능동적 순종을 통해 성취되었기 때문”이라며 “중요한 것은 성취된 은혜 언약 안에 있는 축복을 택자들에게 적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축복은 택자들이 언약 회원이 될 때 그들에게 주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우리의 믿음도 하나님에게서 받는 것이라면, 회심에서 인간의 책임은 무엇일까? 달리 말해 은혜 언약 안에서 신자에게 주어진 책임과 의무는 무엇인가”라며 “엄격하게 말해, 회심 과정에서 하나님 은혜에 인간이 더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럼에도 이 사실이 회심에 있어 인간이 전적으로 수동적이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것은 곤란하다. 하나님의 은혜와 함께, 신자들도 죄를 회개해야 한다. 그리고 은혜 언약에 들어가기 위해 신자들에게는 믿음이 요구된다”고 했다.

그는 “신앙고백서가 채택한 이중적 언약 구조 즉 인간에게 율법에 대한 순종을 요구할 때, 행위언약 안에 있는 이들에게 구원을 위한 완전한 행위를 요구하는 것이며, 한편으로는 은혜언약 안에 있는 이들에게 구원을 위한 공로적 행위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구원의 확신을 얻기 위해 율법에 순종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신앙고백서는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의지 또는 책임 사이의 관계에 균형 잡힌 관점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신앙고백서에 묘사된 은혜 언약이 조건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 요구 조건은 결코 공로가 아니다. 또한 신앙고백은 언약신학을 통해 반율법주의자들(Antinomians)에게 구원을 위해 법을 지키라고 권면하는 것이 아니라, 언약회원으로서 구원에 대한 감사를 하나님께 드리고 자신의 구원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해 법을 지키라고 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알미니안들에게는 구원에 있어 하나님의 은혜와 주권을 인정하면서, 하나님의 보좌 앞으로 겸손히 나오라고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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