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본철 칼럼] 복음적 영성의 실체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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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본철 교수의 성령론 164

▲배본철 성령의삶 코스 대표(성결대학교 명예교수).
▲배본철 성령의삶 코스 대표(성결대학교 명예교수).

21세기를 맞이한 현대 기독교회와 신학계의 최대 관심사 중에는 영성에 관한 논의를 빼놓을 수 없겠다. 그러나 저마다 영성신학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하지만, 영성에 대한 개념이 매우 애매하게 혼돈된 상태이다. 그래서 현재 영성이란 말은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모두를 포함시키는 막연한 용어가 되어 버린 듯하다.

어떤 이들은 신비주의, 금욕주의적이거나 은사 체험적인 영성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어떤 이들은 사회 해방이나 문화적 관점의 영성을 말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보수적인 신학 노선에서는 영성을 성령충만의 상태와 연관 지어 사용하고, 진보적 노선에서는 사회 해방과 인권 운동의 차원에서 영성이라는 말을 사용하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영성의 개념은 혼미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혼란된 상태에서는 한국교회의 바람직한 영성운동의 맥을 잡아가는 데에 많은 어려움이 생기게 된다. 그러므로 영성의 개념부터 정립되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영성’이라는 용어는 1960년 이후 가톨릭교회에서 본격적으로 말하기 시작하였는데, 영성신학의 태동에는 계몽주의 이후의 서구의 합리적 사고에 대한 반작용으로서의 post-modernism의 성격이 깃들어 있다. 즉 영성신학은 신학을 분석과 비판적 사고의 서구적 틀 말고 다른 사고의 패러다임을 가지고 총체적인 각도에서 새롭게 보자는 정신이 숨어 있다.

영성이라는 말이 사용되기 전에는 주로 ‘경건’이라는 말이 이와는 가장 가까운 의미로서 사용되어져 왔다. 그러나 경건이라는 말은 그 개념의 변천사에서 너무나 개인적, 그리고 신-인간의 수직적 개념으로 좁아져서 보다 넓은 범주의 것을 표현할 수 없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서구에서는 경건이라는 말이 그 본연의 의미보다는 매우 경시적인 용어로 전락되어 버렸다는 아쉬움도 있다.

그렇다면 진정한 복음적 영성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가? 복음적 영성은 우선 영육 대립의 플라톤적 이원적 신령주의(spiritualism)도 아니고, 탈현세적 도피주의(escapism)도 아니며, 탈이성적 열정주의(enthusiasm) 또한 아니다. 그렌즈(Stanley Grenz)에 의하면, “영성이란 성령의 인도 아래서 -하지만 성결을 향한 신자의 협조와 더불어- 탐구하는 일이다. 그것은 그리스도와의 연합과 성령께 대한 복종의 힘으로서, 하나님의 영광을 향한 생명력 있는 삶을 추구하는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몇 가지 점이 주목되어야 한다. 첫째, 영성이란 기꺼이 순종하는(willing) 신자의 영혼에 대한 삼위일체 하나님 중 제 삼위의 사역이라는 점이다. 둘째, 성결에 대한 크리스천의 관념은 확고히 성경과 연관되어야만 한다는 그렌즈(Stanley J. Grenz)의 강조가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신약성경은 외부적인 것들에 대해 진력을 기울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신자로 하여금 자신을 부인하여 신비적인 그리스도와의 연합에 참여케 한다. 그러므로 크리스천의 참된 영성은 어떤 창조적 갈등을 포함하게 된다. 브레쉬(Donald Bloesch)가 주목해 온 바처럼, 그것은 물리적 세계로부터의 신플라톤적 탈출이 아니고, “자연주의적 신비주의도 역시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직관적 동력들(instinctual drives)과 능력과 성취를 향한 의지를 선양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도 바울에게 있어서 ‘영적’이라는 말은 영과 육의 이원적인 대립보다는 성령의 인도를 따르는 것을 의미했다. ‘복음적 영성’(evangelical spirituality)이란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의 인도를 따라 하나님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신앙의 삶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것을 목표로 하지 않거나 핵심에 두지 않는 영성론은 복음의 정신에 역행하는 무익한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므로 21세기를 향한 복음적 영성의 전망은 성령의 인격적인 내주하심 속에서 그분의 인도하심을 순간마다 따르는, 한 마디로 말해서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르는 삶’에 있다.

그렇다면 21세기의 현대교회 영성의 상태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그러한 평가는 연구에 임하는 복음주의자 그룹들에 나름대로 달려 있긴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복음주의자들은 그들의 현행 경건생활의 조건에 무언가 충족스럽지 못한 점이 나타난다고 생각해 왔다.

계몽주의로부터의 유산 -프로그램식 전도와 학습된 성결의 지침들을 통한 인식적 방법 속에서 정례화된 개인적 경건에 우선적 강조를 두는- 은 많은 이들로 하여금 좀 더 전례적인 전통들을 통해서나 또는 개신교 종교개혁가들과 청교도들의 저술 속에서 발견되는 영적 지혜의 풍요를 추구하게끔 해 주었다. 웨슬리안적 전통에 충실한 복음주의자들은 개인적 성결의 탐구를 그들의 종교적 여정의 중요한 부분으로 만들었다.

전의 글에서 필자는 개혁주의적 영성, 웨슬리안적 영성, 오순절적 영성, 그리고 빈야드운동의 영성을 대표적인 현대 기독교 영성으로 소개하였다. 이들 간에는 저마다 지닌 신학적 전통과 강조점의 특색이 완연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간에 결코 손상될 수 없는 복음적 확신의 틀이 존재하고 있음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은 복음적 영성이란 거듭난 자의 영과 성령과의 관계성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이 말은 성령을 배제한 인간의 영만을 중심으로 한 어떠한 영성과도, 그리고 타종교의 영성과도 당연히 구분되어야 함을 말해준다.

무엇보다도 복음적 영성운동의 질은 객관적인 하나님의 계시인 성경의 정신을 근본으로 구현되어야 한다. 물론 영성생활에 있어서의 인간의 능력과 자연의 질서와 전통 등을 무시할 수는 없으나, 검증의 잣대는 언제나 성경이어야 한다.

또한 복음적 영성은 개개인의 하나님과의 영적 관계 뿐 아니라 교회와 사회라고 하는 공동체의 차원 역시 중시되어야 한다는 점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성숙한 형태의 영성운동이 전개되어질 때 21세기의 기독교회는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로서의 능력과 세상 속에서의 사명을 효과적으로 감당해 나가게 될 것이다.

배본철 성령의삶 코스 대표(성결대학교 명예교수)
유튜브 www.youtube.com/user/bonjour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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