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 칼럼] 하나님은 ‘그의 택한 백성’을 버리실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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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 목사. ⓒ크투 DB

▲이경섭 목사. ⓒ크투 DB

하나님은 자신이 ‘구원 택정하신 자’를 잘못했다고 도태(selection, 淘汰)시키거나 버리시질 않는다. 만일 하나님이 그렇게 하신다면, 그것은 그가 그들을 선택한 것이 실수였고 그의 전지성(omniscience, 全知性)을 부정하는 꼴이 된다.

전지(全知)하신 하나님은 그들을 구원 예정하실 때부터 그들이 어떤 사람인 줄 아셨다. 따라서 새삼 그를 실망시켜 그들을 도태시킬 일 같은 것은 그에게 일어나지 않는다.

흔히 하나님이 성도를 버리실 수 있다는 근거로 ‘과실 없는 포도·무화과나무를 베는 비유(눅 13:6-9)’와 ‘나쁜 열매 맺는 못 된 나무를 찍어내는 비유(마 7:16-21)’를 흔히 들고 나온다.

그러나 그것들은 예수 믿는 성도들에 대한 것이 아니다. 전자는 ‘이스라엘의 형식적인 종교에 대한 심판’을, 후자는 ‘거짓 선지자들의 사기(fraud, 詐欺)에 심판’에 대한 것이다.

원리적으로 ‘중생한 그리스도인’에겐 열매를 맺지 못하는 일이 불가능하다. “이 복음이 이미 너희에게 이르매 너희가 듣고 참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은 날부터 너희 중에서와 같이 또한 온 천하에서도 열매를 맺어 자라는도다(골 1:6)”.

만일 그들이 끝내 열매맺질 않으면 ‘전지(pruning, 剪枝)’를 해서라도 반드시 열매 맺게 하신다. “내가 참 포도나무요 내 아버지는 그 농부라 무릇 내게 있어 과실을 맺지 아니하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이를 제해 버리시고 무릇 과실을 맺는 가지는 더 과실을 맺게 하려하여 이를 깨끗케 하시느니라(요 15:1-2)”.

여기서 ‘과실을 맺지 아니하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이를 제해 버리신다’는 말은 ‘과실을 맺지 않는 택자를 도태시킨다’는 뜻이 아니라, ‘그들로 하여금 과실을 맺지 못하게 하는 원인을 징계와 연단을 통해 제거하신다’는 뜻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하나님이 택자를 도태시킬 수 없는 이유는 그들에게 그는 ‘지엄한 교주(敎主)’나 ‘전제군주(despot, 專制君主)’가 아닌 ‘자애(慈愛)로운 아버지’이시기 때문이다. 전자(교주나 전제군주)에게선 자비를 기대할 수 없다. 자신들 요구에 부응하질 않는 자들은 즉각 도태시켜 버린다.

그러나 부모는 그렇지 않다. 속 썩이는 자식이라고 도태시키거나 버리질 않는다. ‘아픈 손가락(a sore finger)’이라는 말이 있듯, 오히려 부모에겐 ‘속 썩이는 못난 자식’이 더 애틋하다. 이는 탕자가 아버지 집을 가출했을 때 그의 귀향을 학수고대하던(눅 15:20) 아버지의 마음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런 ‘부성애적(父性愛的)인 하나님 사랑’은 ‘실용성·효용성’에 기반하지 않은 ‘자기희생적 속성’을 갖는다. 상술적(商術的) 표현을 빌리면 그것은 ‘밑지는 장사’다. 곧 계산기를 두드려 보고 이문(利文)이 생길 만한 자를 사랑하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는 말이다.

‘사랑은 자기의 유익을 구치 아니한다(고전 13:5)’는 ‘성경적 사랑 정의(定意)’에 가장 근접한 사랑은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 곧 ‘택자에 대한 성부(聖父)의 사랑’이다. 이런 ‘자기희생적 하나님 사랑’은 하나님이 죄인을 사랑하여 자기의 목숨을 버리신 그의 ‘구속적 사랑’에서 절정을 이룬다.

하나님이 택자를 도태(selection, 淘汰)시키실 수 없는 또 한 가지 이유는 ‘그것(도태)’이 ‘그리스도 밖’의 ‘유기된 자들(the reprobated)’에게 해당되는 용어이지, 구원 택정된 자들(the elect)에겐 쓸 수 없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구원 택정을 받았다’는 말은 ‘도태되지 않는다’는 뜻인데(물론 엄밀한 의미에선 ‘유기’와 ‘도태’는 구분되나 ‘버려진다’는 점에선 둘 다 일치된다), ‘구원 택정된 자들’ 가운데서 ‘도태’가 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고쳐 쓰시는 하나님

‘구원 택정을 받은 자’가 구원과 정반대의 길을 가면 하나님이 그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으신다. 곧 하나님은 그에게 ‘내가 너를 구원 택정했으니 네가 어떤 길을 가도 너를 구원해 줄 것이다(이것이 예정 교리를 공격하는 이들의 공격 포인트다)’고 하질 않으신다는 말이다. 이는 ‘그의 거룩성과 공의’에도 맞지 않으며,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부인하는 일이다.

‘거룩하고 공의로우신 하나님’은 누구를 구원 택정했다면, 그로 하여금 반드시 ‘구원받은 자답게’ 되도록(그러나 그 기준은 모든 사람에게 일률적이지 않다) 그를 만들어 나가신다.

‘하나님의 구원 예정’에는 ‘택자의 구원’뿐 아니라, 택자로 하여금 ‘아들의 형상을 본받도록 하는 것’까지 포함돼 있다. “하나님이 미리 아신 자들로 또한 그 아들의 형상을 본받게 하기 위하여 미리 정하셨으니(롬 8:29)”.

택자가 어그러진 길을 갈 때 하나님이 그것을 그냥 두지 않고 고치시는 것은 택자에 대한 ‘하나님의 책임인 동시에 권리’이다. ‘그의 책임’이라 함은 그들을 구원 택정한 주권자로 그들의 구원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뜻에서이고, ‘그의 권리’라 함은 구속하여 자기의 소유로 삼은 자들을 결코 잃을 수 없다는 점에서이다.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은 내게 주신 자 중에 내가 하나도 잃어버리지 아니하고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리는 이것이니라(요 6:39)”, “저희를 주신 내 아버지는 만유보다 크시매 아무도 아버지 손에서 빼앗을 수 없느니라(요 10:29)”.

그리고 하나님이 택자를 고치시는데 동원되는 방편들이 ‘연단(refinement, 사 48:10)’과 ‘징계(chastisement, 히 12:8)’이다. 야곱은 믿음의 사람이었지만 ‘속이는 자(a deceiver)’, ‘약탈자(a plunderer)’라는 그의 이름에 걸맞게 실제 그의 삶도 그랬으며, 율법주의자들의 기준에서 보면 그는 ‘도태 대상’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를 도태시키지 않고, 연단을 통해 그를 고쳐나가셨다. 삶의 종장(終章)에서 그가 ‘바로(Pharaoh) 왕’을 축복할 때 ‘일백 삼십년 어간(於間) 자신의 삶’을 회상하며 ‘험악한 세월(창 47:9)’로 규정한 것은 ‘고난과 질곡(桎梏)’으로 점철된 그의 인생여정을 잘 표현한 것이다. 그것들은 하나님이 그를 고치시는 ‘일련의 연단 과정’이었다.

실제로 성경은 ‘연단과 징계’는 하나님이 택자를 고치시는 방편이라고 말한다. “내 이름을 위하여 내가 노하기를 더디 할 것이며 내 영예를 위하여 내가 참고 너를 멸절하지 아니하리라 보라 내가 너를 연단하였으나 은처럼 하지 아니하고 너를 고난의 풀무에서 택하였노라(사 48:9-10)”.

“주께서 그 사랑하시는 자를 징계하시고 그의 받으시는 아들마다 채찍질하심이니라… 징계는 다 받는 것이거늘 너희에게 없으면 사생자요 참 아들이 아니니라… 저희는 잠시 자기의 뜻대로 우리를 징계하였거니와 오직 하나님은 우리의 유익을 위하여 그의 거룩하심에 참예케 하시느니라… 그러므로 피곤한 손과 연약한 무릎을 일으켜 세우고 너희 발을 위하여 곧은 길을 만들어 저는 다리로 하여금 어그러지지 않고 고침을 받게 하라(히 12:6-13)”.

“슬프다 범죄한 나라요 허물 진 백성이요 행악의 종자요 행위가 부패한 자식이로다 그들이 여호와를 버리며 이스라엘의 거룩한 자를 만홀히 여겨 멀리하고 물러갔도다 너희가 어찌하여 매를 더 맞으려고 더욱 더욱 패역하느냐 온 머리는 병 들었고 온 마음은 피곤하였으며 발바닥에서 머리까지 성한 곳이 없이 상한 것과 터진 것과 새로 맞은 흔적 뿐이어늘 그것을 짜며 싸매며 기름으로 유하게 함을 받지 못하였도다(사 1:4-6)”.

위 내용들은 모두 하나님이 택한 백성 이스라엘이 어그러진 길을 갈 때 그들에게 사용하신 ‘연단의 내용들’이며, ‘도태’ 같은 것은 아예 그의 염두에 없었음을 보여 준다. 하나님을 버린 그들은 하나님의 버림을 받아 마땅하지만 하나님은 결코 그들을 버리지 않고 고쳐 세우셨다.

그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성한 곳이 없도록 맞아 터진 것’ 역시 패역한 그들을 버리지 않고 고쳐 쓰겠다는 ‘하나님의 강한 의지의 발현’으로 된 결과물이다.

◈택자를 도태시킬 수 없는 영원한 사랑

택자가 도태될 수 없음은 그에 대한 그의 사랑이 ‘영원부터 영원에 이르기(from everlasting to everlasting)’때문이다. 만일 택자가 도중에 도태된다면, ‘영원(an everlasting)’을 그 속성으로 하는 이 ‘하나님의 사랑’은 허구가 된다. 다음은 ‘택자에 대한 하나님 사랑의 영원함’을 예찬하는 내용들이다.

“옛적에 여호와께서 나에게 나타나사 내가 영원한 사랑(an everlasting love)으로 너를 사랑하기에 인자함으로 너를 이끌었다 하였노라(렘 31:3)”, “하나님은 세상 창조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시고 사랑해 주셔서, 하나님 앞에서 거룩하고 흠이 없는 사람이 되게 하셨습니다(엡 1:4)”.

예레미야 선지자는 ‘택자의 고난’과 ‘하나님의 영원한 사랑’을 연결지었다. 곧 하나님이 그들을 영원히 버리지 않으시려고 ‘연단과 징계’로 그들을 경륜하셨다는 것이다.

“이는 주께서 영원토록 버리지 않으실 것임이며 저가 비록 근심케 하시나 그 풍부한 자비대로 긍휼히 여기실 것임이라 33주께서 인생으로 고생하며 근심하게 하심이 본심이 아니시로다(애 3:31-33)”.

모세가 “영원부터 영원까지 주는 하나님이시니이다(시 90:2)”라고 찬송할 수 있음도, 다윗이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의 영원함(시 106:1)”을 노래할 수 있음도 택자에 대한 하나님 사랑이 도중하차 없이 영원히 이어짐을 알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택자를 도태시킬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어쩌면 이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일지 모른다) 만일 택자가 도태된다면, 그를 구속하기 위해 흘린 고귀한 성자의 피가 헛되게 되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아들의 고귀한 피를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택자를 도태시키지 않으신다. 할렐루야!

※‘그의 택한 백성’, ‘구원택정을 받은 자’, ‘하나님이 구원 택정하신 자’, ‘택자’를 같은 의미로 서로 혼용했다. 혼동이 없기를 바란다.

이경섭 목사(인천반석교회, 개혁신학포럼, https://blog.naver.com/PostList.nhn?blogId=byterian ) 저·역서: <이신칭의, 값싼 은혜가 아닙니다(CLC)>,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CLC)>, <개혁주의 영성체험(도서출판 예루살렘)>, <현대 칭의론 논쟁(CLC, 공저)>, <개혁주의 교육학(CLC)>, <신학의 역사(CLC)>, <기독교신학 묵상집(CLC, 근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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