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개정, 법인·구성원 모두 건학이념 강력 추구할 때 가능”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한국교회법학회 제31회 학술세미나

기독 사학 정상화 위한 5가지 대안
1. 법과 제도의 새로운 정비
2. 교육 현실 개선과 입법화
3. 건학이년 구현 중심 대응
4. 학부모와 학생 권익 신장
5. 긍정·친화적 이미지 개선

▲기념촬영 모습. ⓒ이대웅 기자
▲기념촬영 모습. ⓒ이대웅 기자

한국교회법학회(대표회장 이정익 목사, 이사장 소강석 목사) 제31회 학술세미나가 ‘기독교 사학의 자율성 회복,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담임 오정현 목사)에서 개최됐다.

이날 주제발표에는 박상진 교수(장신대)가 ‘기독교 사립학교의 자율성과 교육정책, 법’, 이상현 교수(숭실대)가 ‘기독교 대학의 채플 운영에 대한 국가기관 개입의 문제점과 개선안’, 사학법인 미션네트워크 사무총장 함승수 교수(숭실대)가 ‘21대 국회 개정 사립학교법이 기독교학교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안’을 각각 발표했다.

서헌제 학회장은 환영사에서 “오늘은 기독교 사학에 대한 제도적 문제를 주로 논하겠지만, 비단 제도적인 것들뿐 아니라 반기독교적 사상이 팽배해지면서 정부가 제도적으로 굳이 막지 않아도 사회 분위기가 다음 세대 선교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에 그동안 이 분야를 연구하시고 현장에서 활동하시는 전문가들을 모시고 세미나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기독 사립학교 자율성과 교육정책

박상진 교수는 “한국교회는 수많은 기독교 학교를 설립해 일제 치하에서 온갖 박해를 받고 상당수 기독교 학교들이 폐교당했지만, 해방 후 재건돼 오늘날 468개 기독 사립학교들이 존재하고 있다”며 “그러나 오늘날 기독교 학교는 공교육 체계 속에서 정체성에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특히 1969년 중학교 무시험제도와 1974년 고교 평준화 정책 시행 이후, 기독교 사립학교는 건학이념대로 학원선교와 기독교적 종교교육을 제대로 실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이후 사립학교법 개정, 국가교육과정 개정, 강의석 군 사건과 대법원 판결, 학생인권조례 중 종교교육 제한 조치 등 계속되는 도전 속에서, ‘과연 한국에서 기독교 사립학교가 존립할 수 있는가?’라는 심각한 정체성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위기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 사립학교의 자율성 근거로는 ‘사립학교의 자율성’과 ‘종교교육의 자유’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먼저 사립학교 자율성은 종교계 사립학교를 포함한 전체 사립학교가 정체성대로 건학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기초로서 국·공립학교와 구별되는 사립학교의 토대”라며 “일반 사립학교로서의 자율성에 더해, 종교교육 자유로 인한 자율성 보장에 기초해 있다”고 전했다.

또 “둘째로 ‘종교교육의 자유’는, 헌법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므로 종교계 사립학교의 자율성은 일반 사립학교의 그것보다 더 두텁게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두 가지 근거 모두 위축돼 있어 기독교 사립학교의 자율성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진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박상진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기독교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교육정책과 법률로는 △학교 선택권을 제한하는 평준화 정책 △시·도 교육감이 사립 초·중등학교 교원 임용에 개입하는 개정 사립학교법 △건학이념에 따른 개별 종교의 신앙교육을 제한하는 종교교육 과정 △전임 문재인 정권의 다양성 있는 교육을 추구했던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폐지 방침 △중앙집권적 통제 식의 고교학점제 △사립학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거나 무용론 입장으로 나아가는 사학 공영화 정책 등을 꼽았다.

기독교 사립학교 정상화를 위한 대안으로는 5가지를 제시했다. 먼저 ‘기독교 사립학교 재건’에 대해 “지금 사립학교들은 공교육 체계라는 울타리에 갇혀, 사실상 국·공립학교로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사립학교는 국·공립학교와 분명히 정체성이 다르고, 이 본질이 회복될 때 자율성·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며 “사립학교 재건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법적·제도적 뒷받침이다. 사립학교는 가능한 한 국가가 규제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둘째로 ‘교육현실 개선: 법 개정 및 판결에 반영되는 준공립화 현실’에 대해선 “평준화 이후 준공립화된 사립학교 현실 때문에, 사립학교 자율성은 통제되고 공공성이 강조되고 있다”며 “때문에 궁극적 방안은 법조문 수정뿐 아니라 본래의 사립학교가 존립할 수 있는 현실로 바꾸는 비전 제시와 결단, 공동체 구성원들의 의지가 필요하다. 기독교 사학에서는 이것이 신적 소명, 존재 이유와도 연결된다”고 밝혔다.

셋째로 ‘기독교 학교 건학이념 구현 중심 대응’을 주문했다. 그는 “사학법인이 설립자나 이사 개인의 이해관계를 떠나, 건학이념 구현의 보루가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건학이념을 추구하는 기독교 학교 공동체를 형성해야 한다. 법인이사들이 학교 구성원들에 적극적으로 건학이념을 알리고 소통하고, 더 철저히 건학이념에 입각한 교직원들을 임용해야 한다. 법인도 구성원도 건학이념을 강력히 추구할 때, 사학법 개정도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넷째로 ‘기독 학부모와 학생 권익 운동’은 사학법인의 이익 대변이 아닌 학부모의 학교선택권 등 부모와 학생의 이익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강조함으로써 사학 활성화를 모색해야 한다”며 “다섯째로 사학의 공헌에 대한 지속적 홍보, 인성교육과 감동 사례 소개와 나눔, 교사들의 제자 교육에 대한 헌신·열정·신념·수고, 이로 인한 사제지간의 공동체적 동행에 대한 미담 등 ‘사학 이미지 제고’도 필요하다”고 했다.

끝으로 “지금까지는 사학과 국가가 서로 힘겨루기를 했지만, 이제는 자녀의 끼를 살리며 올바른 인성교육을 위해 학교를 선택하려는 부모가 획일적인 교육을 고집하는 국가를 향해 외치도록 도와야 한다”며 “건강하고 풍성한 한국 교육은 사립학교의 (준)공립화가 아니라, 다양한 사립학교들이 보다 자율성·정체성을 확립해야 가능함을 인식하고 상호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상현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상현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채플 운영에 대한 국가기관 개입

이상현 교수는 “대한민국 헌법은 종교의 자유을 보장(20조 1항)하면서 교육 자주성과 대학 자율성도 보장(31조 4항)하고 있다. 31조 4항은 설립자의 건학이념을 위한 자율, 교육 내용 결정, 물적·인적 시설 운영, 교직원 임면 등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있다”며 “따라서 국가기관이 종교교육의 핵심이자 종교수업인 채플에 대해 법적 규제를 하려면 법률의 근거가 필요하다. 반면 대학생은 종교를 강요받지 않을 자유 또는 소극적 종교의 자유를 갖는다”고 전제했다.

이 교수는 “최근 기독교 대학의 학사 및 채플 운영에 대해 국가기관이 개입하려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그러나 최고 사법부인 대법원에서 ‘학생들의 신앙을 가지지 않을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보편적 교양인을 양성하는 목표를 가진 종교교육 6학기 예배 참석 요건’에 대해 적법하다(1998년 숭실대 채플 관련)고 선고한 바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럼에도 국가인권위원회는 ‘교육의 공공성’이라는 미명 아래 종교 지식교육과 종교 전파교육을 나눠 채플 수업이 후자에 해당하는 경우 학생 동의를 필요로 하며 상당한 정도의 종교교육에 대한 수인 의무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 비신앙 학생들을 위해 수강거부권을 인정하거나 대체과목 개설을 권고했다”며 “더구나 인권위가 대학교 측의 사전 채플 공지, 예배가 아닌 문화적 교육 형식과 참석만을 체크하는 채플에서도 기독교에 강조를 뒀다 해서 대체 강좌 개설을 권고했는데, 이는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재 한국 기독교 대학들은 인구 감소, 젊은 크리스천 수 감소, 권리 의식 고양으로 쉽지 않은 여건인 바, 비예배 형식의 채플 수업을 운영해 비신앙 학생들에게 반감이 아닌 긍정적 관심을 심어주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대학생들이 신앙심을 가질 여건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한 바, 선제적으로 채플 요건을 신입생 모집 요강에 명시하고, 예배 형식 외에도 독서/인문학 지도 같은 대체 소그룹 채플, 문화 채플, 강연 채플, 메시지 채플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헌제 학회장이 환영사를 전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서헌제 학회장이 환영사를 전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사학법 개정안과 기독교 학교

함승수 교수는 “21대 국회 사학법 개정안은 교원 임용의 1차 권한을 시·도 교육감에게 강제 위탁시켜, 헌법상 보장된 학교법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동시에 건학이념 구현을 위해 행사하는 학교법인 고유의 인사권을 명백하게 제한했다”며 “사학 교원 선발에 교육감이 주관하는 1차 필기시험을 반드시 거치도록 한 것은 ‘기독교 학교 건학이념 형해화(形骸化)’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함 교수는 “사립학교는 특성상 자주성과 주체성이 요체인 바, 인사권을 제한해 사립학교 운영을 제한하겠다는 목적 자체가 헌법이 추구하는 사학 운영의 자유에 배치된다”며 “강제적 인사권 제한 규정은 사학비리 근절과 투명 임용 절차를 만든다는 입법 목적을 직접 달성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입법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적합한 수단으로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교육 공공성과 사립학교 자율성 개념을 상호보완적으로 재개념화할 수 있어야 하고, 문제가 되는 사립학교법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철저히 함으로써 실제적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개정 사립학교법을 수세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넘어, 다시 한번 한국 기독교 학교들이 본래 건학이념을 구현할 수 있도록 존립기반을 적극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 교수는 “한국교회와 기독교 학교 구성원들은 의심과 불신, 통제 대상이 되어버린 오늘날 사립학교의 현실을 통감하면서 더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며 “뿐만 아니라 기독교 학교들이 앞장서서 학교의 투명성을 높이고, 교육의 공공성을 증진시킬 수 있는 빛과 소금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했다.

이후 지정토론에서는 명재진 교수(충남대), 김종화 박사(명지고), 변창배 목사(CTS 다음세대운동본부) 등이 나섰다. 자유토론 후에는 신장환 목사(낙원성도교회)가 ‘실제 VR을 통한 비대면 전도방법’에 대해 특강을 전했다.

이날 세미나는 한국교회법학회와 사학법인 미션네트워크(이사장 이재훈 목사), CTS 다음세대운동본부 등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전국17개 광역시도 기독교연합회(대표회장 소강석 목사) 등이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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