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비전, ‘세계 난민의 날’ 맞아 보고서 발간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잊힌 난민 아동들, 기아 등 복합적 위기 3년 연속 증가

강제 이주 가정 85%, 필수 영양 식량 구입 못해
이주 가정 아동 25% 경제 어려움에 학업 중단
아프간 12%, 니제르 7% 빈곤으로 자녀 조혼

▲2년 6개월 넘게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레이 난민 캠프 텐트에서 살고 있는 10살 소녀 메크데스의 모습. ⓒ월드비전

▲2년 6개월 넘게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레이 난민 캠프 텐트에서 살고 있는 10살 소녀 메크데스의 모습. ⓒ월드비전
“저는 부모님이 어디 계신지 모릅니다. 이모와 사촌과 함께 살고 있어요. 이모가 친절하게 대해 주시지만, 엄마의 사랑이 정말 그리워요.”

2년 6개월 넘게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레이 지역에 있는 난민 캠프 텐트에서 살고 있는 10살 소녀 메크데스는 어린이로서의 기쁨을 잊은 것 같다.

메크데스는 에티오피아 북부 분쟁으로 난민이 된 수천 명의 아이들 중 한 명이다. 에티오피아에서 국내 실향민으로 추정되는 460만 명 중 3분의 2가 메크데스와 같은 여성과 아동이다.

“제가 더 많은 것을 할 수 없고 조카와 아들을 더 잘 먹일 수 없다는 것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아이들에게 하루에 겨우 한 끼를 먹일 수 있습니다. 11개월 된 제 아들은 저체중입니다.”

메크데스의 이모 레테브레한은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은 6월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잊혀진 난민과 국내 이주 아동들의 기아 위기와 폭력 수준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반면 이들을 위한 지원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월드비전은 지난 2023년 3-4월 아프가니스탄, 브라질, 부르키나파소, 콜롬비아, 콩고민주공화국, 에콰도르, 엘살바도르, 에티오피아, 과테말라, 온두라스, 요르단, 말리, 니카라과, 니카라과, 페루, 남수단, 우간다, 베네수엘라 등 18개국 난민과 실향민 847가구를 대상으로 표본 추출 방법론(랜덤 추출, 편의 추출, 유의 추출)을 혼합해 조사했으며, 가구당 평균 6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아동에 대한 기아와 폭력이 급격히 증가했음이 드러났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만연했던 2021년 데이터에 비해서도 증가했으며, 기본 생필품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빌려야 하는 가정이 2022년보다 2배로 늘었고, 빈곤에 대처하기 위해 식사의 질과 양을 모두 줄인 가정이 82%에 달했다.

▲2년 6개월 넘게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레이 난민 캠프 텐트에서 살고 있는 10살 소녀 메크데스의 모습. ⓒ월드비전

▲2년 6개월 넘게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레이 난민 캠프 텐트에서 살고 있는 10살 소녀 메크데스의 모습. ⓒ월드비전
월드비전 재난 대응 총책임자 아만다 리브스(Amanda Lives)는 “시리아, 니제르, 콩고민주공화국,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아동들의 어려움은 몇 년 전보다 더 커졌지만,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충분한 예산이 마련되지 않았고 아동들은 잊혀지고 있다”며 “오늘날 수백만 아이들이 난민 캠프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기아 위기에 처해 있고 학교에도 갈 수 없으며, 살아남기 위해 어린 나이에 결혼과 아동 노동을 강요당하고 평범한 유년기를 빼앗긴 채 살고 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우리가 그들을 잊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월드비전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담은 ‘세계 난민의 날’ 보고서 <보이지 않고 잊혀진(Invisible and forgotten: Displaced children hungrier and at more risk than ever)>을 통해 이주 아동들이 어느 때보다 기아와 폭력의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부모들은 빈곤으로 절박한 상황 때문에 자녀들을 학교 대신 일터에 보내고, 조혼을 강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가구 중 3분의 1의 자녀들은 학업을 중단한 상태였다.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교육비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가구는 11%에 불과하며, 31% 였던 2022년 대비 대폭 감소했다.

리브스는 “3년 연속으로 강제 이주된 사람들을 조사했고, 어느 때보다 많은 가정(2022년 30%에서 41% 증가)이 아동들에 대한 폭력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만다 리브스는 “다른 지역에 사는 아동들과 비교했을 때, 난민 캠프에 사는 아이들은 강제로 일을 해야 할 가능성이 두 배나 높다. 특히 아프가니스탄과 니제르 아동들의 조혼율은 매우 우려스럽다. 그곳 많은 가정들은 수입이 거의 없고, 기본적인 식량 조차 얻기 어렵다”며 “때문에 그들은 우리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선택을 하고 있다. 바로 자녀들이 굶어 죽도록 방치하거나, 자녀 한 명을 조혼 시켜 지참금을 받아 남은 가족들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선택이다. 이것은 어떤 부모도 하지 말아야 할 결정이지만, 너무나 많은 부모들이 그러한 선택에 직면하고 있다. 2023년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에 정말 화가 나고 비통하다”고 말했다.

월드비전이 조사한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가족을 부양하고 나라를 재건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아동들이 영양실조에 걸려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도움의 필요성이 증가하는 것에 비해 자금 지원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언젠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라도 아동들의 미래는 지금 당장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리브스는 “국제사회는 충분한 예산과 자원이 있는 만큼 아동 노동과 조혼, 기아의 수치가 더이상 증가해서는 안 된다. 오늘날 세계의 난민과 국내 실향민 가족의 수는 압도적일 수 있지만, 만약 그들이 지금 필요한 도움을 받는다면, 그들은 살아남아서 공동체를 재건하고, 성장해 갈 수 있다”며 “우리는 응답해야 한다. 잊혀진 난민들과 국내 실향민 가족들을 위한 자금 지원이 절실하다. 아동들은 평범한 어린 시절을 누릴 자격이 있다. 그들은 존엄성을 가질 자격이 있다. 그들은 기억될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월드비전은 코로나19와 전쟁, 지진, 기근 등 재난으로 인도적 지원이 절실한 전 세계 인구가 약 3억 6천만 명으로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는 이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을 규정한 법이 없어 인도적 지원의 법적 기반 마련을 위한 청원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김혜자 친선대사와 함께 하는 ‘아웃크라이’ 캠페인은 월드비전 홈페이지에서 참여 가능하다. 14세 미만인 경우 청원 편지를 작성할 수 있으며, 14세 이상은 이름과 이메일 작성 후, 서명을 제출하면 된다. 취합된 서명과 편지는 월드비전 국민청원서로 정부와 국회에 전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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