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 칼럼] 그리스도인이 요구받는 의(義)와 의행(義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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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 목사. ⓒ크투 DB

▲이경섭 목사. ⓒ크투 DB

우리는 죄인이 하나님으로부터 어떤 ‘율법의 의’를 요구받는지에 대한 분별력 있는 이해가 있어야 한다. 이는 그가 처한 상황에 따라 요구받은 ‘율법의 의’, 곧 범죄 전에 요구받은 ‘율법의 의’와 범죄 후에 요구받은 ‘율법의 의’가 다르기 때문이다. 범죄 전 인간은 율법으로부터 ‘행위의 의’를, 범죄 후엔 우선적으로 ‘구속의 의’를 요구받았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둘을 구분하지 않는다. 예컨대 타락 전 인간도 타락 후 인간도 구분 없이 ‘행위의 의(righteousness by behavior, 이후로 행의(行儀)로 표기함)’를 동일하게 요구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죄인에게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의’는 ‘자신의 죄로 말미암은 죄삯 사망(롬 6:23)’을 지불함으로 이루는 ‘구속의 의(righteousness by redemption)’이다. ‘흠 없는 완전한 죽음’을 죽을 수 없는 죄인은 ‘구속의 의’를 이룰 수 가 없기에 그리스도가 그들을 대신해 이루어 주셨다.

“예수는 하나님께로서 나와서 우리에게 지혜와 의로움과 거룩함과 구속함이 되셨으니(고전 1:30)”.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마 20:28)”.

◈구속받은 죄인에게도 율법이 필요한가?

‘구속의 의’를 전가받아 율법을 이룬 자에게도 여전히 율법은 필요하다. 먼저 그것은 죄인으로 하여금 ‘그의 죄’를 직면 하여 겸손히 그리스도만을 의지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율법의 행위로 그의 앞에 의롭다 하심을 얻을 육체가 없나니 율법으로는 죄를 깨달음이니라(롬 3:20)”.

그런데 유대인들을 비롯한 율법주의자들은 이러한 ‘율법의 역할’을 왜곡시켜, 소위 바울이 말한 바 ‘율법을 법 있게 쓰는 일(딤전 1:8)’에 실패했다. 그들은 율법을 통해 ‘자기의 죄(罪)’보다는 ‘자기의 의(義)’를 발견했고, 이런 자신들의 의(義)를 토대로 자력으로 ‘율법의 의’를 이루려고 했다. 이렇게 율법을 ‘자신들의 의’를 담보로 삼은 결과, 그들은 스스로를 율법 아래 가뒀다.

다음으로, ‘하나님에 대한 경외심’과 ‘구원에 대한 감사와 사랑’이 율법을 존숭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성경은 ‘율법 준수’를 ‘하나님 경외와 사랑의 표징’으로 말한다.

“네 하나님 여호와를 경외하며 이 율법의 모든 말씀을 지켜 행하게 하고(신 31:12)”, “너희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고 그 모든 길로 행하며 그 계명을 지켜 그에게 친근히 하고 너희의 마음을 다하며 성품을 다하여 그를 섬길찌니라(수 22:5)”,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나의 계명을 지키리라(요 14:15)”.

이런 ‘율법의 의의(意義)’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인이 언제나 우선적으로 천착하는 것은 ‘복음’이다. 이는 ‘복음’이 ‘율법의 마침(the end of the law, 롬 10:4)’이기 때문이다.

유대교도(Jew)였다가 그리스도인이 된 사도 바울의 ‘율법(the law)’과 ‘복음(the Gospel)’에 대한 태도는 우리의 귀감이 된다. 그가 유대교도였을 땐 ‘율법 준수’에만 올인했었지만, 그리스도인이 된 후엔 오직 ‘복음’에 올인했다.

그의 ‘하나님 섬김’은 언제나 ‘복음 안에서의 섬김’, 곧 ‘복음의 소명에 대한 응답’으로 나타났다. “내가 그의 아들의 복음 안에서 내 심령으로 섬기는 하나님(롬 1:9)”, “나로 이방인을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의 일군이 되어 하나님의 복음의 제사장 직무를 하게 하사 이방인을 제물로 드리는 그것이 성령 안에서 거룩하게 되어 받으심직하게 하려 하심이라(롬 15:16)”.

그가 자신의 목숨을 초개같이 버리면서까지 위하여 헌신하려 했던 것도 ‘복음’이었다. “나의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 증거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을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행 20:24)”.

◈의행(義行) 이전에 구속(救贖)의 의

죄인이 ‘의행(義行, 율법을 이루는 행의(行儀)와 다른 그리스도인의 의로운 행위)’을 행하려면, 그것이 정죄거리가 되지 않도록 먼저 ‘구속의 의’를 전가받아 ‘율법 아래(under the law)’서 나와야 한다. 그가 율법 아래 있는 한 그가 행하는 ‘의행(義行)’은 자신을 정죄에 빠트리는 ‘행의(行儀)’가 될 뿐이다.

이처럼 율법 아래 있는 자들은 ‘율법과 죄’에 대해서만 천착하므로, ‘구원 확신의 결여’와 ‘죄의식’으로 ‘진정한 하나님 섬김’인 ‘복음에의 헌신’까진 나아가지 못한다.

‘자기 구원의 불확실성’에 매몰돼 ‘자기 구원’에만 집착함으로 ‘복음에의 헌신 같은’ 공적(公的)인 일엔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에게서 ‘나면서 소경된 자’를 보고 ‘그의 소경됨이 원인이 누구의 죄 때문인가?(요 9:2)’만 따지던 예수님 제자들의 모습을 본다.

이와 달랐던 ‘소경에 대한 예수님의 태도’를 보라. 그들과 전혀 다른 ‘안목’을 보여주셨다. 예수님은 그에게서 ‘그의 죄’가 아닌, ‘그의 죄보다 크신 하나님'과 ‘그에 대한 하나님의 하실 일’을 보셨다. “이 사람이나 그 부모가 죄를 범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니라(요 9:3)”.

오늘 ‘자기 구원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구원 의심증(syndrome of doubt of salvation)’에 빠진 율법주의자들, 신율주의자들, 천주교도들이 왜 ‘복음 전도’는 없이 ‘선행’에만 매달리는가에 대한 답변이기도 하다. ‘그리스도의 구속의 의(義)’의 완전함을 믿지 못함으로 ‘자기 의’로 구원을 완성시켜야 한다는 조바심이 그들을 ‘도덕주의자(the moralist)’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리스도로부터 ‘완전한 구속의 의(義)’를 전가 받은 ‘복음의 사람’은 율법의 성취자(the acomplisher of the law)가 되어, 루터(Martin Luther)가 말했듯 더 이상 자기 구원을 위해 하나님과 거래할 일이 없어졌으므로, ‘구원의 확신'과 ‘그로 인한 마음의 여유’로 이웃의 일과 다른 사람의 구원을 위해 힘쓰게 된다.

또한 그는 자신의 ‘복음을 위한 헌신’과 ‘의행(行儀)’이 보잘 것 없을지라도, 하나님께 기쁘게 열납되고 나아가 상급까지 따를 것을 알고 그것들을 행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이 모든 수고가 하나도 소실됨 없이 ‘하늘에 보물로 쌓일 것(마 6:20)'임을 안다.

“또 참으로 나와 멍에를 같이한 네게 구하노니 복음에 나와 함께 힘쓰던 저 여인들을 돕고 또한 글레멘드와 그 외에 나의 동역자들을 도우라 그 이름들이 생명책에 있느니라(빌 4:3)”.

“볼찌어다 내가 네 앞에 열린 문을 두었으되 능히 닫을 사람이 없으리라 내가 네 행위를 아노니 네가 적은 능력을 가지고도 내 말을 지키며 내 이름을 배반치 아니하였도다(계 3:8)”, “누구든지 제자의 이름으로 이 소자 중 하나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자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 사람이 결단코 상을 잃지 아니하리라(요 10:42)”. 할렐루야!

이경섭 목사(인천반석교회, 개혁신학포럼, https://blog.naver.com/PostList.nhn?blogId=byterian ) 저·역서: <이신칭의, 값싼 은혜가 아닙니다(CLC)>,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CLC)>, <개혁주의 영성체험(도서출판 예루살렘)>, <현대 칭의론 논쟁(CLC, 공저)>, <개혁주의 교육학(CLC)>, <신학의 역사(CLC)>, <기독교신학 묵상집(CLC, 근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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