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중은 설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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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변화시키는 설교노트 19] 설교의 실제

왜 이 본문인지는 설교자만 알아, 청중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몰라
왜 그 메시지 도출했는지도 몰라, 최선 다해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
아무것도 모른단 사실 기억해야, 비로소 지식의 저주 벗어나게 돼

▲이렇게 많은 청중이 설교를 들어도, 그들이 목회자의 생각을 꿰뚫어 다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픽사베이

▲이렇게 많은 청중이 설교를 들어도, 그들이 목회자의 생각을 꿰뚫어 다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픽사베이
1. 지식의 저주에서 벗어나라!

그동안 설교 철학에 대해 길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만큼 설교 철학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설교자는 자주 자신의 설교 철학을 점검해야 합니다. 그때 방향성을 잃지 않는 설교자가 될 수 있고, 가끔 길을 잃었을 때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시간부터는 삶을 변화시키는 설교의 실제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말씀으로 청중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선포되는 말씀을 청중의 가슴에 더 깊이 박히게 할 수 있는지, 더 오래 기억에 남게 할 수 있는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청중 자신의 이야기로 듣게 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함께 찾아가 보겠습니다.

첫 번째로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지식의 저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이가 없었던 첫 유학 시절, 아내와 집에서 했던 놀이를 소개하려 합니다. 한 사람이 손뼉을 치거나 탁자를 치면서 노래의 리듬을 연주하면, 다른 사람이 그 리듬을 듣고 무슨 노래인지 정답을 찾는 놀이입니다.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누구나 다 아는, 너무 익숙해서 도무지 모를 수 없는 노래여야 합니다. 아내도 저도 자신만만했습니다. 저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저는 이래 봬도 한때 로커를 꿈꿨던 사람이며, 아내는 피아노를 전공한 사람이었지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처참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아내도 저도 어떻게 이 쉽고 간단한 노래를 모를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아내가 저보다 조금 더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10-15% 정도 더 정답을 찾아냈습니다), 그래 봐야 도토리 키 재기, 그 나물에 그 밥 수준이었습니다.

서로 얼굴을 쳐다보면서 왜 이렇게 쉬운 노래를 틀렸는지 이해하지 못해,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시간이 제법 지난 후 책을 읽다 깜짝 놀랐습니다. 과학자들이 아내와 했던 바로 그 놀이로 실험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과학자들은 누구나 다 아는 노래, 모든 사람이 다 아는 노래, 이 노래를 맞추지 못할 리 없다고 생각하는 노래의 리듬을 들려주고 정답을 맞혀보라고 요구했습니다. 대다수가 저희처럼 자신만만하게 실험에 참여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그들 역시 처참한 수준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옛날 그 시간이 떠올릴 수밖에 없었지요. 한 가지 위로라면, 다들 비슷한 수준의 정답률을 보인다는 점에서 내가 바보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이 실험을 마친 후 이 현상을 ‘지식의 저주’라고 불렀습니다. 너무나 익숙하고 도무지 모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일이나 사건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도 나와 똑같이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일일이 설명하거나 말해주지 않아도 단번에 이해할 것으로 판단하지요. 너무나 잘 알려진 사건과 이야기이어서 달리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대단한 착각입니다. 안타깝게도 사람은 정확한 언어로 설명해 주지 않으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짐작 혹은 직감으로 이해할 때가 있지만, 훨씬 높은 확률로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간략한 설명, 짧은 한두 마디 말, 심지어 한두 단어만 이야기해도 충분히 지식의 저주를 피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여기서 질문해 보면 좋겠습니다. 설교는 어떨까요? 의심의 여지 없이 지식의 저주가 나타납니다. 설교자는 왜 이 본문을 정했는지 압니다. 본문을 결정하고 나면, 당연히 본문을 연구합니다. 연구를 통해 많은 정보와 지식을 습득합니다. 주해 과정을 통해 메시지를 끌어냅니다.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을 때도 있습니다.

그중에서 신중하게 한 가지 메시지를 선택합니다. 그 메시지를 끌어내고 선택한 이유도 분명히 압니다. 끌어낸 메시지를 중심으로 어떻게 전개하고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하면서 설교구조를 세웁니다. 설교자는 이 모든 과정을 너무나 자세하게 이해합니다. 설교자가 다 준비했기 때문입니다.

청중은 어떨까요? 모릅니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모릅니다. 다음번 설교 본문과 제목을 미리 알려주지 않는 이상, 목사님이 왜 이 본문을 택하셨는지 이유를 전혀 모릅니다. 선택한 본문에서 무슨 연구를 하셨는지, 어떤 책을 읽고 주석을 참고하고 강해서를 읽었는지 모릅니다. 어떤 묵상 과정을 거쳤는지, 어떤 메시지를 중요하게 선택했는지 모릅니다. 심지어 왜 그 메시지를 도출해냈는지조차 모릅니다.

설교 구조도 다르지 않습니다. 도출한 메시지를 어떻게 구조화했는지, 어떤 논리 흐름을 따라 원고를 작성했는지 모릅니다. 심지어 핵심 메시지가 무엇인지조차 모릅니다.

청중이 설교 준비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청중은 아무것도 모릅니다. 오랜 시간 신앙생활을 했다면 이 본문으로 설교자들이 어떤 메시지를 도출하고 어떤 식으로 설교하더라고 짐작하는 것이 전부입니다(이 짐작이 그대로 들어맞는다면 뻔한 설교, 도무지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처참한 결과를 얻을 따름이지요). 안타깝게도 그마저 모르는 청중도 적지 않습니다.

목사님께서 어련히 알아서 본문을 정하셨고 열심히 준비하셨을 것이며, 부지런히 원고를 쓰고 최선을 다해 준비하셨을 것으로 생각하는 정도가 전부입니다. 이 정도만 되어도 매우 좋은 성도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목사님이 설교하시니까 들어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과 존중하려는 태도를 보인다면 꽤 바람직한 성도라 말해도 좋을 것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청중은 설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그때 비로소 지식의 저주를 벗어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립니다.

▲지혁철 목사는 “탁월한 설교를 위해, 설교자는 자신만의 분명한 설교 철학을 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세한 내용은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

▲지혁철 목사는 “탁월한 설교를 위해, 설교자는 자신만의 분명한 설교 철학을 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세한 내용은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
지혁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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