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데려가신 하나님, 원망 대신 감사로…”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알래스카 연어’ 같은 삶 사는 윤호용 목사

▲윤호용 목사는 책에서 “알래스카에 도착하고, 문득 내가 알래스카로 돌아가는 연어 같다고 생각했다. 고향을 떠나 더 깊은 바다로 헤엄쳐 간 연어는 더 단단해진 살집과 힘을 갖게 되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새로운 생명을 낳기 위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다”며 “나의 영적 고향이었던 알래스카로 돌아와 새 생명을 낳을 교회를 개척하는 일생이, 연어와 너무도 흡사해 보였다”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윤호용 목사는 책에서 “알래스카에 도착하고, 문득 내가 알래스카로 돌아가는 연어 같다고 생각했다. 고향을 떠나 더 깊은 바다로 헤엄쳐 간 연어는 더 단단해진 살집과 힘을 갖게 되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새로운 생명을 낳기 위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다”며 “나의 영적 고향이었던 알래스카로 돌아와 새 생명을 낳을 교회를 개척하는 일생이, 연어와 너무도 흡사해 보였다”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기업인 자녀의 소중함을, 둘이 있을 때는 실감하지 못했다. 있다가 없는 것이 이렇게 큰 고통인 줄 몰랐다. 그러다 ‘왜’라는 질문이 원망임을 깨달았다. 이제 다시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남겨 주신 하나에 감사, 데려가신 하나에 감사, 하나님께 오직 감사를 올려드렸더니, 열을 백으로 더해 주셨다.”

1989년 2월 미국 알래스카로 이주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열심히 살던 윤호용 목사는 나름대로 평탄한 삶을 살았지만, 인격적으로 주님을 만나 주의 종이 된다. 이후 척박한 알래스카 땅에서 ‘만남을 복되게, 관계 속 승리’를 날마다 체험하며 감사로 살고 있다. 사랑하는 아들을 먼저 보내고 날선 주변 반응에 아파하면서 고난이 유익임을 깨달아간 후, 부르신 자리에는 ‘무조건 순종’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이던 2021년 알래스카 주도 주노(Juneau)에 한인교회가 없어질 위기에서 지교회를, 2021년 베델(Bethel)에 사역자를 보내 지교회를, 2023년 페어뱅크스(Fairbanks) 지역에 세 번째 지교회를 세우는 등, 알래스카 복음화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자신의 인생이 ‘알래스카 연어’와 비슷하다는 그는 최근 첫 책 <알래스카에서 하나님 나라를 꿈꾸다>에 자신의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풀어놓았다.

윤호용 목사는 ‘은혜와 평강 순복음교회’ 담임이며, 알래스카교회연합회 회장과 순복음 세계선교회 북미총회 부총회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5월 31일부터 2박 3일간 진행된 순복음 세계선교대회 참석차 잠시 한국을 찾은 윤호용 목사와의 인터뷰.

아들 사고 소식, 주님 평안 주셔
평소 감사 훈련, 고난 중 발휘돼
세상은 육신, 믿음은 마음 평안
자녀 잃은 성도 아픔 위로 역할

알래스카에서 하나님 나라를 꿈꾸다
윤호용 | 토기장이 | 240쪽 | 15,000원

-책 시작부터 충격적입니다. 다 큰 자녀를 한순간 잃으셨는데, 반응이 너무 뜻밖입니다.

“소중한 하나를 하나님께서 데려가시고 더 많은 은사와 은혜를 주셔서, 아들을 잃은 슬픔보다는 다시 만날 천국에 대한 소망과 확신을 가지고 맡겨진 사역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저도 그때 어떻게 그런 차분한 반응이 나왔는지 잘 이해가 안 됩니다. 저는 금요예배를 드리던 중이었고, 아들과 친구들은 여름성경학교가 끝나 2시간 거리 캠프에서 쉬고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요한계시록 소아시아 일곱 교회에 대해 설교 중이었습니다. 사랑이 식고 순결과 열심을 잃어버린 교회들에게 ‘귀 있는 자들은 들을지어다’라는 말씀을 전했습니다. 사고 소식을 듣고 교인들에게 기도를 요청했고, 예배 말미 아들이 천국에 갔다고 알려 줘서 마무리 기도를 하고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한 권사님이 ‘끝까지 강단을 지켜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했습니다. 주님께서 평안을 주셔서 감당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내가 장기기증을 하자고 한 것도 깜짝 놀랐습니다. 제게 임했던 평안이 아내에게도 임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들이 떠난 후 지난 10여 년간 어떠셨는지요.

“이전부터 감사 훈련을 많이 했습니다. 골로새서 3장 15-17절에 감사한 자가 되라고 하셨습니다. 식당에서 메뉴판을 갖다줘도 ‘감사합니다’, 숟가락을 놓으면서 ‘감사합니다’ 등 밥을 먹을 때도 10번 넘게 감사하는 훈련을 했습니다. 이런 훈련들이 고난 가운데 발휘됐다고 생각합니다.

말씀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거나 지식으로 쌓아선 안 되고, 마음의 돌비에 새겨야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고난 가운데 그리스도의 말씀이 내 마음을 주장하게 하니, 고난을 겪으면서도 평온할 수 있었습니다. 시편 119편 67절과 71절에서는 고난을 당하고 주의 율례를 알게 됐다고 했습니다. 말씀의 깊이를 깨달으면서, 감춰진 보화를 캐내는 느낌이었습니다.

가끔은 ‘내 아들이 죽은 게 맞나’ 할 정도로 평안을 느낍니다. 세상은 육신의 평안을 추구하지만, 믿음은 마음의 평안을 추구하지요. ‘믿으면 자녀들이 잘 된다, 복 받는다’고 하니, 이 시대에 아프고 힘든 자녀들에 대한 기도제목도 나누기가 힘듭니다. 그런데 제가 아들을 잃으니, 성도님 자녀들의 아픔을 보게 하셨어요.

아들을 잃고 성도님들 중 비슷한 나이대 자녀들을 잃은 가정을 두 곳이나 알게 하셨습니다. 더 많은 은혜를 주셨고, 집회 다니면서 은사도 주시는 등 하나님께서 사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 훈련을 했더니, 그런 상황 속에서도 감사가 나온 것입니다.”

알래스카, 복음화율 10% 선교지
과거와 달리 한인들 교회 안 나와
주로 관계전도, 사업 경험도 활용
대면 예배 지키니 성도들 찾아와

-알래스카는 어떤 땅인가요. 복음화율이나 선교지 현황이 궁금합니다.

“한 마디로 ‘광활하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천연 보고의 땅입니다. 마지막 개척지로 개발된 곳이 5% 정도이지만, 이지만 석유와 금, 천연자원과 해상자원 등이 풍부합니다. 오로라도 볼 수 있습니다.

알래스카는 복음화율이 10% 정도 되는 선교지입니다. 한인들 중 신자 비율은 10-15%입니다. 앵커리지 한인 숫자를 1만 명 정도로 보는데, 한인교회를 다 합쳐도 1천-1천 5백 정도입니다.

예전엔 이민을 오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교회에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들 넉넉하니, 인터넷으로 필요한 걸 다 알아서 합니다. 사업도 본인들 알아서 하죠. 주도(州都) 주노에는 금광이 있습니다. 앵커리지에서 비행기로 1시간 40분 거리입니다.

전도는 주로 관계전도입니다. 수평이동이 많고 타지에서 이사오신 분들이 대부분 나오십니다. 미국 교회들이 건강하게 잘 세워져 있고 원주민 특수사역도 있습니다.”

-사업을 하다 선교를 하셨는데, 장단점이 있을까요.

“예수님도 고향에서 대접받지 못하신 것처럼 사업을 하던 곳에서 사역을 하게 돼 꼬리표가 붙었지만, 오히려 더 감사하지요. 사업할 때 별명이 독사였습니다(웃음).

장점이라면 세상에서 사업을 했던 경험들을 영혼 구원 사업에 잘 활용하고 목회에 적용하면서 그들 눈높이로 복음을 전할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생겼다는 점입니다.”

-코로나19로 힘드셨을 텐데, 최근 사역은 어떠셨나요.

“미국 이민교회가 3천 곳 정도라고 하는데, 코로나19를 거치면서 9백 곳이 없어지고 3백 곳이 새로 생겼다고 합니다. 지금은 2천 4백여 곳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개척교회의 경우, 생계를 위한 일을 병행하다 성도들이 팬데믹으로 못 나오시니 결국 목회를 접고 일만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알래스카 순복음교회에서는 오히려 더 왕성하게 지교회도 주노, 베델, 페어뱅크스 등 3곳에 세울 수 있었습니다. 대면 예배를 끝까지 지켰더니 성도도 찾아오고 재정도 튼튼해졌습니다. 하나님의 먼저 일하심을 체험케 하셨습니다.”

예배 횟수 늘리면서 팬데믹 견뎌
인생 위기 느껴 교회 찾아오기도
교회 건강? 전 세대 골고루 분포
간증 통해 힘든 사람들 위로받길

-최근 한인교회가 없어질 위기가 있었다는데, 무슨 일이었나요.

“지난 3년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알래스카에 있는 교회 214곳 중 97곳이 없어지고, 117곳 남았다고 합니다. 저희 교회는 사역자가 없고 재정이 힘든 교회의 사역자와 재정을 지원하며 다시 세우는 일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사도 바울의 고백처럼 ‘아무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 되게 하셨습니다.

저희 교회도 코로나 중에 더 부흥했습니다. 저희는 대면 예배를 고수했습니다. 2020년 11월 한 달만 현장 예배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10월 할로윈을 앞두고 한 자매가 학교에서 코로나에 걸렸는데, 할로윈 대신 진행하는 교회의 ‘할렐루야 데이’에 참석했다가 청년들에게 전파됐기 때문입니다. 고령의 어르신들을 위해, 한 달간 비대면 예배를 드리게 됐습니다.

이 외에는 예배 당 참석 숫자를 줄이고 횟수를 늘리면서 예배를 계속 드렸습니다. 기저질환 있는 분들에게는 집집마다 떡이나 빵을 만들어 주보와 함께 보내 드렸습니다.

이를 지속하다 보니, 어르신들은 건강이 허락하면 예배를 사모하셔서 교회 예배에 반드시 참석하셨습니다. 가정마다 신경을 쓰니까, 교회 재정도 채워졌습니다.

예배에 안 오던 분들이 위기를 느끼고 오시기도 하고, 예배 안 드리는 교회에서 찾아오시기도 하고, 타 지역에서 이주한 분들이 오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윤호용 목사는 책에서 &ldquo;예수를 믿으면 고난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이겨낼 힘을 얻게 된다&rdquo;며 &ldquo;어떠한 상황에도 원망과 불평이 아닌 감사의 이유를 찾아낸다&rdquo;고 강조했다. ⓒ이대웅 기자
▲윤호용 목사는 책에서 “예수를 믿으면 고난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이겨낼 힘을 얻게 된다”며 “어떠한 상황에도 원망과 불평이 아닌 감사의 이유를 찾아낸다”고 강조했다. ⓒ이대웅 기자

개척 18년째인데, 올해 선포한 비전이 창립 20주년이 되는 2025년까지 ‘건강한 교회, 행복한 성도, 거룩한 세대’ 3가지를 모토로 삼았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건강한 교회는 숫자 많고 건물 큰 교회가 아니라, 10명이 있어도 세대가 골고루 분포돼 있는 교회입니다.

저희가 작은 교회 치고는 청년들이 많은 편입니다. 영아부, 유아부, 주일학교 유초등부, 중고등부, 대학청년부까지 세팅을 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미리 준비하고 계십니다. 건물이 좀 큰 편인데 장비도 세팅하고 교사들도 충원하고 있습니다.”

-훈련 과정에서 성도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면.

“저희 교회 평생 실천 목표가 ‘주님의 사랑과 섬김과 나눔을 반복, 학습, 훈련하는 공동체’와 ‘어른을 공경하고 자녀를 말씀으로 양육하는 공동체’입니다.

나아가 교회 모든 프로그램에 ‘운동’을 붙였습니다. 하나님 말씀 쓰기 운동, 929 기도 운동, 153 축복 운동 등을 통해 바로 알고 바로 믿고 바로 전하고자 합니다.”

-책 제목에 있는 ‘하나님의 꿈’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복음 전파를 통한 하나님 나라 확장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지으신 목적을 이루는 삶, 주님의 기쁨 되어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삶입니다.”

-사역적 비전과 개인 비전이 무엇인가요.

“사역 비전은 아까 창립 20주년 3가지 슬로건으로 말씀드렸습니다. 제 간증을 통해 아프고 힘든 누군가가 위로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신앙은 다른 것 없습니다. 말씀과 기도입니다. 하나님을 믿는다면, 약속의 말씀을 믿고 나아갈 때 우리가 원하는 때가 아니더라도 응답하실 것입니다. 감당치 못할 시험을 허락지 않는다고 하셨으니, 감당할 힘을 주실 것입니다.

어디서 간증하든, 누군가 신앙이 다운된 한 사람이라도 도전과 치유를 받을 수 있길 기도합니다. 정말 힘든 사람이라면 하나님의 계획 가운데 위로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 책을 읽고 회복된다면, 그것이 가장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일 아닐까요.

어디서 만나는 누구든, 항상 그런 사람이 한 명은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몇 명이 있더라도, 담대하게 말씀을 전하는 편입니다. 아들 이야기는 간증으로 거의 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간증이 많기 때문입니다. 지금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이야기해야죠. 목사니까 이겨낸 것이 아닙니다. 말씀이 삶에 녹아 있으면, 누구든 이겨낼 수 있습니다.

‘약할 때 강함되시는 주의 은혜’로 주님 원하시는 일에 크게가 아니라 끝까지 쓰임받고 싶습니다. 주님 오시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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