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순복음교회
▲학술제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에서 두 번째가 헬렌 김 박사. ⓒ여의도순복음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창립 65주년 및 한세대학교 개교 70주년 학술제가 ‘부흥의 역사와 미래’라는 주제로 23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담임 이영훈 목사) 바울성전에서 개최됐다.

학술제에서는 김헬렌 박사(에모리대), 민경배 박사(백석대 석좌교수), 장 다니엘 플뤼스 박사(Pontiflica Università Gregoriana 교수), 배덕만 박사(느헤미야)가 발표했으며, 최재웅 박사(한교총 문화유산연구소), 한상인 박사(광주순복음교회), 전용란 박사(건신대학원대학교 총장), 김영택 박사(성결대)가 각각 논찬했다. 좌장은 김호성 박사(여의도순복음교회 국제신학연구원 원장)와 김형건 박사(여의도순복음교회 국제신학연구원 부원장)가 맡았다.

◈부흥의 미래

‘부흥의 미래’라는 주제로 발표한 헬렌 김 박사는 “저는 예언자가 아니기에, 미래를 상상하려면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1973년 빌리 그래함 전도대회를 포함한 1970년대 부흥 운동이 여성을 포함해 모든 사람에게 끼친 영향을 탐구했다.

헬렌 김 박사는 “20세기 후반 이후 전 세계 기독교인의 표준은 더 이상 유럽 남성이 아니라, 남반구 여성들이다. 그러나 여성들에 대한 연구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며 “세계 최대 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 역시 여성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77년 기념앨범을 비롯해 교회 20주년 자료를 살펴본 결과, 대다수 성도가 여성이었다. 조용기 목사 역시 여성의 핵심적 역할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고 소개했다.

김 박사는 “그래서 부흥의 미래를 위해 점검해야 할 핵심 요소 하나를 꼽자면, 여성의 존재와 경험, 역할에 주목하는 것이다. 여성들은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물론, 1973년 빌리그래함 전도대회에서도 하나님과의 강력한 만남을 경험했다”며 “빌리 그래함 전도대회는 미국 복음주의 선교의 정점인 동시에, 한국인들이 부흥을 통해 민족주의적 목표와 지정학적 열망을 상상하고 달성하려 했던 순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도대회는 한국교회가 전 세계에 복음을 전할 준비가 됐다는 상징이었다. 부흥은 종교적 각성 그 이상이었고, 세계 국가들 사이에서 한국의 위치를 주장하는 것이었다”며 “복음주의 부흥운동은 한국을 현대화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비국가적 권력의 수단이었다. 전도대회의 기록적인 참여 숫자는 한국인들이 복음주의 기독교에서 목격한 능력을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도대회에 참석한 여성 오지영을 소개하면서, 헬렌 김 박사는 “1970년대 이 역사적 사례는 한국 여성의 영적 경험이 부흥의 변혁적인 힘의 확실한 증거를 제공함을 보여준다”며 “이는 부흥의 미래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즉 부흥이 일상 여성들의 삶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박사는 “부흥운동의 자극은 1970년대에서 끝나지 않고, ‘폭발’로 이어졌다. 박정희 시대에는 종종 사회 구원의 충동을 억누르는 개인 구원의 수단으로서 부흥이 강조됐지만, 부흥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다음 3가지를 제안한다”며 “개인 구원과 사회 구원을 모두 노력하기 위해, 먼저 한국전쟁 종식을 외쳐야 한다. 둘째로 미국 흑인 개신교인들과 더 강한 유대감을 형성해야 한다. 셋째로 여성이 세계 기독교 대다수 구성원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끝으로 “특히 오순절주의는 성령과 직접 만나는 여성들을 위한 영성의 매우 강력한 형태이다. 조용기 목사도 자신의 사역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여성들의 역할을 언급했다”며 “어떻게 하면 여성들이 계속 부흥을 이끌 수 있을까? 여성들이 1970년대 비천한 환경에서 부흥의 힘을 경험한 ‘민중’이었다면, 부흥의 미래를 계속 고민하기 위해 부흥의 힘이 한국과 전 세계의 일상적 여성의 삶에 지속적으로 감동을 주고 영향을 미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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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제에서 이영훈 목사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부흥의 역사

‘부흥의 역사’를 주제로 발표한 민경배 박사는 “성령 부흥은 기독교회 신앙의 생명으로, 한국교회의 원상(原狀·본디 형편이나 상)이다. 하지만 세계교회 역사에서는 현대에 들어 일어났다”며 “한국교회는 선교 초기부터 대개 미국 대각성운동의 물결을 타고 찾아온 선교사들에 의해 성령부흥 전통으로 인도되고 있었다. 그러다 1905-1907년 성령대부흥 불길에 인도돼, 찬란한 오순절 신앙 전통이 확립됐다”고 말했다.

민 박사는 “1907 평양 성령대부흥은 세계사적으로 엄청난 사건이었다. 세계 언론은 서구 기독교의 사도적 전통 그대로의 복음적 기독교가 한국에서 약진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를 통해 한국교회가 전방위적(full-orbed) 기독교에 이르렀고, 한국인은 기독교의 핵심을 파악하는 힘이 있다는 평가도 받았다”며 그 역사적 의미를 ①한국적·애국적 ②성경공부가 기초 ③교회 조직과 밀접한 관계 ④성례전과 그 신학의 확립 ⑤한국의 품격 또는 체질 변화 등으로 소개했다.

민경배 박사는 “그런데 장로교 대세인 서북교회에서는 ‘부흥회’ 대신 성경공부에 집중하는 ‘사경회(査經會)’를 몇 주일에 걸쳐 실시했다. 이 역시 한국교회의 다른 신앙 전통을 고양하는 특별하고 자랑스러운 현상”이라며 “그런 역사의 기운을 타고 김익두·이용도·정남수·이대영 목사 등의 부흥운동이 지속됐고, 해방 후 이성봉 목사에 이어 1960년대 말부터 조용기 목사를 통해 ‘성령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 거대한 파고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조용기 목사의 성령부흥 운동에 대해선 “1960년대 한국전쟁 후 엄청난 피해에 시달리고 있을 때, 성령의 역사를 선도하고 주도했다. 그는 이런 시대적 물결을 세계 도처에 파급시켜 현대 교회의 생명력을 용솟음치게 하고 있었다”며 “성령인격 신앙으로 하나님을 우리 역사 속에 생생히 살아계신 분으로 체험시키면서, 기독교는 숨쉬고 살아있는 역동과 실상의 신앙임을 체감하게 했다. 조 목사의 성령부흥 운동은 교회와 사회, 한국과 세계를 연계시키고, 현재와 미래, 영원을 연통했다”고 이야기했다.

민 박사는 “조용기 목사의 성령신학에 과열과 기성교회 비판, 독선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에서 성령신학의 정통성을 엿볼 수 있다. 또 초대나 중세 교회, 남미의 성령운동과도 차별되는 독자적이고 강력한 성령운동이었다”며 “이는 조용기 목사의 신앙 유형이 한국교회 복음주의 전통에 서 있으면서, 탄력성을 갖고 신령 인격신학의 새 유형을 자생적으로 이뤘다는 정설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한국에서는 조용기 목사 때에 세계적인 성령부흥 역사가 시작돼 처음으로 세계 전역, 동서양 6대주, 공산권, 회교권에 전파됐다. 이는 기독교가 영원과 현재, 교회와 세계, 경건과 삶, 그 차원을 연결하는 거대하고 무궁한 실체와 거점임을 역사상 처음으로 전파 구현한 계기가 됐다”며 “조 목사의 성령론은 성령인격론이다. 지금까지의 성령론과 달리, 창조주 하나님께서 지금 여기 함께 계시고 역사하신다는 것이다. 우리와 직접 말씀하시고 함께 동행하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성령인격론은 세계사적 의미를 가진다. 한국의 세계적 부상 시기가 조 목사의 세계적 활동과 묘하게 겹친다”며 “조 목사의 세계적 복음 전파의 지칠 줄 모르는 발길, 세계 6위 강대국의 등장이 동시에 진행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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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제가 진행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카리스마와 제도와 갱신

이후 장 다니엘 플뤼스 박사는 ‘카리스마와 제도와 갱신 사이의 상호작용에 관한 고찰’에서 “카리스마와 제도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성경에서는 두 요소가 모두 발견된다. 독립적 선지자나 고린도 교회에서 나타난 하나님 은혜의 움직임으로서 카리스마가 바로 그것”이라며 “반면 제도적 요소들은 성전에서 사역을 수행했던 선지자들 가운데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특히 안수와 기도를 통해 사역을 확정하기 시작했던 두 번째 세대 가운데서도 발견된다”고 밝혔다.

플뤼스 박사는 “구약의 선지자와 이후 교회 역사, 특히 종교개혁 가운데 제도화된 종교에 대한 저항은 항상 존재해 왔는데, 이러한 저항은 사회적 의미가 있고 신학적이면서 도덕적이었다”며 “루터와 츠빙글리 같은 개혁자들과 이후 웨슬리 형제 등은 교회를 내부로부터 갱신하고자 했다. 그들은 새로운 교회를 설립하는 것이 본래 목표가 아니었다. 진정한 카리스마란 신학적·교회적·도덕적 관련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셋째로 “교회에서 일어난 카리스마적 각성은 성령 역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이었다”며 “성령 없이는 설명이 불가능한 부가가치가 있다. 이러한 자극은 종종 소명으로부터 출발하고, 변화를 위한 자극으로 이어졌다. 이는 특정 개인이나 교회 직분 이상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후 스위스 오순절 성회 역사 속의 카리스마와 제도를 살피면서 “본질적 자극은 확정된 직분이나 기관을 통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계획 밖 상황을 통해 일어났다”며 “변화를 일으킨 자는 뛰어난 인물이 아닌 회중들이었다. 이러한 새로운 지평은 분명히 성령의 역사에 기인하고, 그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카리스마적이고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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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발제자 및 순서자들과 함께한 모습. ⓒ여의도순복음교회
◈한국교회 부흥을 꿈꾸며

‘한국교회의 부흥을 꿈꾸며’를 주제로 배덕만 박사는 한국교회 부흥을 위한 5가지 제언에 나섰다. 그는 “부흥은 피상적 진단과 단순한 구호만으론 부족하다.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과 철저한 분석을 통해, 체계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교회와 사회가 직면한 현실을 정직하게 인식하고, 철저하게 성찰해야 답을 찾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둘째로 “부흥운동의 궁극적 주체는 단연 성령이시지만, 목회자들을 철저히 훈련시켜야 한다”며 “역사적으로 부흥의 장애물은 인격적·영적·신학적으로 미성숙하거나 타락했던 부흥사들이었다. 다시 한 번 강력한 부흥을 경험하고 싶다면, 성령의 도구로 강단에 설 목회자들을 인격적·신학적·영성적으로 철저히 훈련시켜야 한다. 그러므로 신학교 개혁과 발전이 부흥과 연결돼 있는 것”이라고 했다.

셋째로 “건전한 부흥신학을 발전시켜야 한다”며 “부흥운동이 수많은 신학적 오류와 타락으로 변질됐던 역사를 기억하고, 건강한 방식으로 선한 열매를 광범위하게 맺을 수 있도록 올바로 교육하고 안내할 목회자와 신학자들의 책임이 긴급하고 막중하다”며 “탁월한 수준의 성령론, 부흥운동, 영성신학 전문가 양성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넷째로 “부흥의 생태계를 창조해야 한다”며 “소수가 아닌 한국교회 전체가 부흥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도래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 목회자들은 설교 시간에 이를 반복해서 전하고, 신학자들은 강의실에서 철저히 교육시켜야 한다. 선교단체나 언론, NGO 단체들도 역할을 수행하고, 기업인들은 재원을 지혜롭고 신실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섯째로 “현재 상황은 분명 절체절명의 위기이지만, 절망해선 안 된다”며 “위기는 곧 부흥을 체험할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까움을 기억해야 한다. 흑암 앞에서 절망할 때가 아니라, 다가올 부흥을 앙망하며 온 교회가 함께 기도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