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자 개 양 떼
목자, 개, 양 떼

해럴드 센크바일 | 김순현 역 | 무근검 | 464쪽 | 20,000원

렉켐(Lexham)에서 나온 헤럴드 센크바일(Harold L. Senkbeil)의 책, <목자, 개, 양 떼: 성도가 바라는 목사>는 2019년 여러 기독교 저자, 목사, 기관 등에 의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다(제라드 윌슨, TGC, 크리스채너티투데이).

원제는 ‘The Care of Souls’로 ‘영혼의 돌봄’ 정도로 번역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미니스트리’로 분류되고, 목회를 다루고 있다. 저자 센크바일은 루터교라는 독특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데, 50년 이상 목회 경험을 바탕으로 ‘Spiritual Warfare: For the Care of Souls(2023)’, ‘Pastoral Leadership, Church Leadership(2021)’, ‘Strategy: For the Care of Souls(2019)’ 등 리더십에 관한 책을 몇 권 더 저술했다.

원서 표지에는 농장을 그린 삽화가 그려져 있다. 저자의 아버지가 농부로서 보여주신 근면 성실함과 목장 일에서 배울 수 있는 여러 교훈들을 목회에 접목시켜 설명하기 때문이다. 번역서는 그래서 제목을 <목자, 개, 양 떼>로 지었다.

양을 돌보시는 대 목자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을 바라보며 받은 지혜와 방침대로 양 떼를 몰아야 하는 목양견 목사, 돌봄을 받는 성도들을 각각 의미한다.

센크바일은 신학교에서 배운 교리와 옛 세대의 지혜와 함께 목사는 반드시 ‘습성’을 통해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말이 옳다. 경험으로만 얻을 수 있는 습성이 있다. 목자와 함께 동행하며 목자의 시선으로 양 떼를 바라보는 법은 오랜 세월을 통해 습득하고 체득하는 것이다. 양을 더 알아갈수록 양의 필요와 심정을 더 빨리 알아차릴 수 있고 채워줄 수 있다.

저자 센크바일이 다룬 목회의 가장 신선하고 참신한 부분은 그가 가지고 있는 루터교 배경에서 나온다. 성례를 집전하고 성찬을 전달하고 죄를 용서하고 말씀을 선포하고 영적 치료와 돌봄을 제공하는 목사의 사역은 전적으로 대목자(목자장)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인으로서 하는 일이다.

저자는 목사의 고전적 모델을 벗어나지 않고 정통성을 유지하면서도, 목사의 역할을 제시하는 일반적인 가르침이 크게 강조하지 않는 대리자 성격을 부각하여 설명한다.

목사는 자신이 받은 것만 전달할 수 있다. 그 말은 곧 목사가 받은 것을 전달하는 일을 맡았다는 걸 의미한다.

예수 양치기 목자 예수님
ⓒpixabay
신선한 충격이다. 개혁주의도 목사가 하는 모든 일에 있어 그리스도께 철저히 의존해야 한다는 걸 가르치지만, 센크바일의 강조점은 한 발 더 나아가 목사가 그리스도께 받은 것을 성도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가령 목사는 성도의 죄 용서를 선포한다. 목사가 가진 권한이 아닌 위임받은 권한으로. 약속된 성경 말씀에 따라서.

오늘날 인기 있는 목회 모델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회원 관리부터 교회 경영, 프로그램 구현 등 다양한 전략과 전술이 목회에 필수적이며, 성공(?)을 보장하는 특별한 방식을 따르면 누구나 반드시 부흥할 수 있다고 선전한다.

하지만 저자가 말한 것처럼 궁극적으로 목회는 죄책감과 수치심에 시달리는 영혼을 돌보는 일이다. 회원 관리가 아니라 영혼 돌봄이다. 인간이 세운 기관이나 센터가 줄 수 있는 안락함과 평안함, 위로와 격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그리스도만이 해결하실 수 있는 죄책을 제거하고, 용서를 선포하며, 계속해서 수치심이 아니라 용납과 은혜를 맛보게 하는 일이다.

이 일에 끝까지 성실한 일꾼이 되려면 다른 이들을 돌아보기 전에 먼저 자기를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빌 2:4). 하나님과 친밀한 교제 안에서 말씀과 기도로 자기 영혼의 용서를 받고 수치심을 씻어 평안을 누리는 자가 다른 이의 영혼도 돌볼 수 있는 것이다.

저자 센크바일이 마지막으로 강조한 것처럼, 목양견에게도 목자가 필요하다(다른 말로 목사에게도 목사를 돌봐줄 목사가 필요하다). 그리스도 외에는 아무도 필요 없을 만큼 홀로 위대하고 완벽한 목사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센크바일은 머리말에 밝힌 것처럼 최대한 ‘루터교 용어’를 피하며 이 책을 썼다. 하지만, 루터교 전통은 그의 사도 방식과 신앙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고, 또 책의 여러 부분에서 그것을 독자가 발견할 수 있다. 어떤 구체적 기술은 개혁주의 전통 안에 있거나 넓은 복음주의 안에 있는 독자를 당황하게 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질감은 부정적인 영향이 아니라 긍정적인 영향으로 독자에게 신선하게 목회에 필요한 통찰과 교훈을 줄 것이라 확신한다.

<목자, 개, 양 떼: 성도가 바라는 목사>를 통하여 목양견으로 충성하는 많은 독자가 더 충성스럽게 주인을 바라보고, 더 풍성히 목자에게 받아 양 떼에게 나눠주고, 자기 목숨을 내어줄 만큼 사랑하시는 양 떼를 돌보는 기쁨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기를, 시련과 고난이 있어도 그것을 뛰어넘는 은혜와 돌봄을 얻기를, 마침내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나의 종”이란 목자의 음성을 듣게 되기를 간절히 구한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