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지 않을 핑계거리도 있었고
모이려면 모일 방법도 충분했다
예수님이라면, 온라인 하셨을까
이틀 간, 한 가정씩 찾아가 예배

김종원 은혜의동산교회
▲집집마다 찾아가서 예배드리던 너머서 예배 당시 모습.
2020년 10월 첫째 주에 우리 교회는 첫 모임을 가졌다. 첫 모임 장소는 우리 집이었다. 집에서 모인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돈이 없어서.

문제는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당시 빌라였던 우리 집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들락거리니까, 빌라에 함께 사는 이웃들이 불편해하는 것이 느껴졌다. 당시는 식당과 카페에서 4인 이상 모이는 것을 금하던 시절이 아니었던가.

그러던 찰나에 12월이 되어서는 급기야 한국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선포했다. 결국 우리는 더이상 우리 집에서 모일 수 없게 되었다.

지혜가 필요했다. 인도 속담에 “하고자 하는 자는 방법을 찾고, 하기 싫은 자는 핑계를 찾는다”는 말이 있다. 모이지 않으려면 모이지 않을 핑계거리가 충분히 있었고, 모이려면 모일 수 있는 방법이 충분히 있었다.

개척한 지 이제 3개월 된 우리 교회는 이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야 할까? 기도하며 요리조리 궁리를 하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개척교회라 몇 가정 되지도 않는데, 모든 가정을 가정별로 직접 찾아가서 예배드리자.’ 그리고 기도하며 내린 결정을 성도들과 함께 있는 단톡방과 교회 밴드에 올렸다.

“사랑하는 성도님들, 이제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라는 아주 힘든 현실이 찾아왔습니다. 이제 더 이상 우리 모두가 다같이 모일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이전처럼 저희 집에서 모이면 법적으로 큰 문제가 됩니다. 현재 상황에 다같이 예배드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온라인으로 예배드리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온라인 예배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하는 예배 방법입니다. 몸이 아파서 병원에 있거나 교회에 나오지 못하는 사람, 또는 출장이나 해외로 가게 되어서 예배당에 오지 못하는 분들을 섬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차선책으로 선택하는 방법이 온라인 예배입니다.

물론 지금도 어쩔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이긴 하지만, 우리는 개척교회이고 사람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합니다. ‘만약 예수님이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라구요.

김종원 은혜의동산교회
▲집집마다 찾아가서 예배드리던 너머서 예배 당시 모습.
예수님은 아마 온라인으로 우리를 만나지 않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예수님은 하늘에서 땅으로 직접 오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여러분을 직접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교회는 네 가정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제가 직접 토요일에 두 가정, 주일에 두 가정, 여러분의 집으로 찾아가 네 번의 예배를 드리겠습니다.

혹시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를 대형교회로 성장시켜 주시면, 저는 앞으로 4부 이상의 예배를 인도해야 합니다. 저는 우리 교회가 대형교회라 생각하고, 지금부터 네 번의 예배를 인도하는 훈련을 할까 생각합니다. 토요일과 주일, 가정별로 예배 가능한 시간을 알려주시면 그 시간에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돌아보면,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한 가정 한 가정 찾아가서 드렸던 예배에서, 매주 눈물이 있었다. 매주 감격이 있었다. 식탁에 둘러앉아 하나님께서 자기 아들의 피로 맺어주신 하늘 가족 공동체를 누리며 예배를 통해 풍성한 하나님의 임재를 맛보았다.

사람이 소수이니까 예배가 일방적이지 않아서 좋았고, 어른들과 예배를 드린 후 그집 아이들과 노는 시간은 나에게 안식 그 자체였다. 우리는 이 때의 예배를 이름하여 ‘너머서 예배’라고 했다. 코로나를 넘어서, 장애물을 넘어서, 예배당을 넘어서, 우리의 한계를 넘어서!

도종환 시인은 담쟁이라는 시를 통해 한계상황을 마주한 이들을 격려하고 응원하며 이렇게 노래한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김종원 은혜의동산교회
▲너머서 예배 설명.
코로나가 전 세계를 덮은 지 어느덧 3년의 시간이 훌쩍 지났고,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에 시작된 은혜의동산교회는 어느덧 우리만의 따뜻한 공간을 얻어 하나님 나라를 온몸으로 맛보고 누리며 그때 받은 은혜와 사랑을 이웃과 주변에 흘려 보내고 있다.

만약 돈도, 사람도 별로 없던 그때 그 시절, 예배드릴 공간도 없어 집에서 모여야 했던 그 때 그 시절을 ‘어쩔 수 없는 벽’이라 생각하고 주저 앉아 있었더라면 지금의 아름다운 공동체는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힘겨운 시절 하나님께서 주신 지혜를 통해 우리는 놀라운 진리를 온 몸에 새기게 되었다.

“2,000년 전 예수님께서 가르치고 사셨던 방식으로 사랑하고 복음을 전하면,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교회는 세워지고, 하나님의 역사는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 분은 하늘을 ‘너머서’ 땅으로 오셨다. 그 분은 하나님의 신분을 ‘너머서’ 사람이 되셨다. 그 분은 자신의 권리를 ‘너머서’ 아버지의 뜻에 복종하셨다. 그리고 우리를 자신의 자녀 삼아주셨다. 이제는 우리가 ‘너머서’야 할 차례이다.

우리는 우리가 있는 자리를 ‘너머서’, 아직도 예수님의 사랑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가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편안함을 ‘너머서’ 타인의 안식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자기 중심성을 ‘너머서’ 타인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우리의 삶을 내어드려야 한다. 그것이 ‘성육신’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고 그분을 닮는 교회의 모습이다.

“여러분 안에 이 마음을 품으십시오. 그것은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기도 합니다(빌 2:5, 새번역 성경)”.

김종원 목사
대전 은혜의동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