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 사고, 냉철한 이성 근거로
이승만, 경쟁 후보 유세 기간 사망
부정선거 위험 감수할 이유 없어
이기붕 부통령 위해 부정선거 자행
이승만, 사실 알고 곧장 하야 선언
2020년 4.15 총선 때는 어떠했나?

이승만 대통령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연설 모습.
2023년 4월 22일 대전 송촌장로교회에서 열린 이승만 건국 대통령 기념사업회 대전 세종지회 발대식에 참석하였다. 고문을 맡으신 한 목사님께서 하신 설교 중 인상적인 말씀 한 가지를 소개하고 싶다.

한 젊은 청년이 목사님께 아래와 같은 의견을 피력하였다고 한다. “이승만의 공(功)을 이야기하시려면, 과(過)를 먼저 이야기하셔야 합니다.”

용감한 청년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장 상황을 정확히는 모르나, 우리 문화 특히 교회 문화를 생각하면 목사님께서 하시는 말씀에 반대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이처럼 비판적인 사고를 하는 젊은 청년에 의해 발전함은 분명하다. 이 글은 그 청년과 유사한 생각을 하는 청년들을 위해 쓴 글이다.

1. 민주주의

1) 이승만의 인권

그런데 누군가의 공을 부풀리는 것보다 과를 부풀리는 것이 민주주의에 더 큰 해악이 됨을 기억해야 한다. 누군가의 과오를 부풀려 말하면, 그의 인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 된다.

민주사회에서는 법치가 매우 중요하다. 법치라는 것은 흔히 오해되는 것처럼 국민이 법을 지켜야 한다는 준법정신을 의미하는 것이 전혀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때, 즉 처벌할 때 철저히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형사소송법은 다른 법보다 정해진 절차의 엄격한 준수를 강조한다.

예를 들어 혐의자에게 묵비권 등 방어권의 내용을 알려주는 ‘미란다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본인이 자백하였더라도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형사소송절차는 범죄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인간 이승만이 한때 권력자이긴 하였으나, 그에게도 인권이 있다. 그런데 인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람일수록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서만큼은 그의 과오를 지나치게 부풀리는 경향을 보인다. 또 하나의 자가당착이다.

2) 민주주의와 이성

많은 수의 청년이 이승만이 부정선거를 저지른 것으로 오해한다. 초등학교 6학년인 한 아이에게 이승만에 대하여 아느냐고 물으니, 대뜸 “아, 부정선거한 그 대통령”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다만 당시 최고 권력자로서 부정선거를 막지 못한 책임이 있을 뿐이다. 그것이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과오이다. 우리가 이승만 대통령의 과오를 언급할 때는 딱 그 정도만 말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이다.

민주주의가 비판적 사고를 통해 발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비판은 냉철한 이성에 근거한 것이어야 한다. 감정에 의해 선동되거나 거짓 정보에 근거한 비판은 민주주의를 해치는 반이성주의이다.

인간의 감정은 거의 항상 이성의 작동을 방해한다. 만일 누군가 이 글을 끝까지 읽기도 전에 ‘저 사람은 골수 우파야’라는 식의 생각을 하면서 부정적 감정을 느끼고 있다면, 그 사람은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이성적 토론을 할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이다. 내가 골수 우파인 것은 사실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이 글을 냉철한 이성으로 끝까지 읽어주기를 바란다.

이승만
▲4.19 관련 신문 스크랩과 일기장. ⓒ크투 DB
2. 가상 재판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법정에서 판사는 이성적 판단을 해야 한다. 뚜렷한 증거 없이 몇 명의 허황된 말을 근거로 혐의를 부풀리는 것은 북한식 인민재판에서나 가능하다. 주어진 증거를 넘어서는 음모론을 주장하는 것은 본인의 자유이나, 그런 사람은 과대망상증 환자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이승만 대통령은 이미 고인이 되었으므로 공소권도 없고, 60년 이상 지나 공소시효도 만료되었으나, 우리 모두 당시 역사 기록을 바탕으로 가상의 재판을 한번 해보자. 만일 누군가 이승만 대통령이 3.15 부정선거의 주범 혹은 공범인 것처럼 말한다면, 그는 부정선거 혐의로 기소한 검찰의 역할을 해보기 바란다.

1) 범행 동기

검사들이 수사 단계에서 중시하는 것은 범행 동기이다. 예를 들어 남편이 의문의 사고로 죽었을 때, 수사관은 대개 아내를 의심하여 먼저 용의선상에 올린다. 이를 영어로는 ‘Usual Suspect(유주얼 서스펙트, 유력 용의자)’라고 한다. 만일 수사 과정에서 사고 직전 거액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발견하였다면, 수사는 급물살을 탄다. 범행 동기가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승만 대통령이 부정선거를 자행할 동기가 있었을까? 제4대 대선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단일 후보였다. 경쟁 후보인 민주당 조병옥이 유세 기간 중 사망하였기 때문이다.

당시 법으로는 단일 후보일 경우 전체 유권자의 30%의 득표율만 기록하면 당선되었는데, 제3대 대선에서 이승만의 득표율은 69.98%였고, 이전인 제2대 대선에서는 74,6%였다. 굳이 부정선거라는 위험을 감수할 동기가 전혀 없었다.

당시 부정선거는 부통령 후보인 이기붕 당선을 목표로, 내무부 장관 최인규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 일로 최인규는 1961년 사형에 처해진다.

2) 반대의 증거들

검찰이 복수 혐의로 피의자를 기소할지라도, 법정에서는 그 혐의 중 일부만 인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 의해 검사가 제시한 증거가 불충분하여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혐의를 반증하는 증거가 발견되는 경우 검사는 기소 자체를 하지 않는다.

우리가 잘 아는 알리바이가 그 예이다. 범죄 발생 시간에 다른 장소에 있었음이 여러 기록이나 다수의 증언에 의하여 확증되는 경우 용의선상에서 제외된다.

만일 검사 역할을 하는 독자가 이승만을 부정선거 혐의로 기소한다면 승산이 없다. 2013년 4월 18일자 뉴데일리경제 기사에는 당시 상황에 대한 역사적 기록들이 잘 정리돼 있다.

이 기록을 종합하면, 이승만이 부정선거에 관여한 바 없음을 보여주는 알리바이만큼이나 확실한 증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의 역할을 하는 독자가 이승만의 부정선거 혐의에 집착하여 기소를 멈추지 않는다면, 승소율이 낮아져 승진하기는 힘들어질 것이다.

증거 1.

3.15 부정선거가 발생한 직후인 1960년 3월 22일(화) 국무회의록에는 이승만 당시 대통령의 다음과 같은 발언이 기록되어 있다.

“정부가 잘못하는 것인지 민간에서 잘못하는 것인지 몰라도, 아직도 그대로 싸우고 있으니 본래 선거가 잘못된 것인가?”

“이번 싸움이 정당 싸움이라고 할 수 있는가?”

“어린 아이들을 죽여 물에 던져놓고 정당을 말하고 있을 수 없는 것이니만큼, 무슨 방법이 있어야 할 것인 바 이승만(본인)이 대통령을 내놓고 다시 자리를 마련하는 이외는 도리가 없다고 보는데, 혹시 선거가 잘못되었다고 들은 일이 없는가?”

“지금 말들 하는 것을 들어서는 안정책이 못 된다고 보며 이 대통령을 싫다고 한다면 여하히 할 것인가를 생각할 필요가 있는데 나로서는 지금 긴급히 또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가 사면(사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잘 연구하여 보라.”

증거 2.

이승만 대통령 하야 후 외무부 장관을 역임한 허정의 회고록 <내일을 위한 증언(샘터사 1979: 218-221쪽)>에는 이승만 대통령이 다음 말을 하였음을 증언하고 있다.

“어떻게 국민을 죽일 수가 있어. 내가 물러나야지.”

“불의를 보고도 궐기하지 않는 민족은 죽은 민족.”

이승만의 이 발언들은 4월 25일 저녁 4.19 의거에 참가한 학생 대표단을 만난 직후인 4월 26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승만 대통령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같은 날 대국민 하야 선언을 하였다. (육성으로 기록된 하야 선언의 구체적인 내용은 유튜브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증거 3.

물론 위 회고록(증거 2)은 측근에 의하여 작성된 것이니, 진위 여부를 의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는 공식 문서도 존재한다.

당시 주한 미국대사인 매카나기는 1960년 4월 26일 오전 10시 40분 이승만과 면담 후 본국 국무장관에게 기밀문서를 보낸다. 그 문서 번역본에는 이승만과의 면담 내용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4월 25일 저녁에서야 3월 15일 선거에서 저질러진 불법행위들을 알게 됐노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선거가 반드시 시정돼야 하며, 자신이 그것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이승만 대통령이 부정선거에 직접 관여한 바가 없음은 국가의 공식기록으로 남아있는 자료만으로도 증명할 수 있다. 만일 누군가 이 역사적 자료들이 조작되었다고 말하거나 이 공식 발언들이 다 연극이었다고 말한다면, 그 주장의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는 한 과대망상증 환자라고 보아야 한다.

4.19 국가조찬기도회
▲4.19 기도회 참석자들이 손을 들어 ‘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 ⓒ크투 DB
3. 청년들에게

선거의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지 못한 것이 당시 최고 권력자 이승만의 과오임은 명백하다. 하지만 내가 확신하건대, 저 정도의 용단을 내린 사람이 지난 2020년 4.15 총선 당시에 우리의 대통령이었다면, 100건이 넘는 선거무효소송이 제기되었음을 인지한 즉시 공정하고 면밀한 조사를 지시하였을 것이다.

2021년 재검표 현장에서 배춧잎 투표지, 화살표 투표지, 일장기 투표지가 쏟아져 나왔을 때, 하야 성명을 발표하면서 부정선거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 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하였을 것이다.

배춧잎 투표지 실물 사진을 단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저 정도의 대통령이 오늘날 우리에게 없는 것이 비극이라는 데 대부분 동의할 것이라 믿는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저지른 과오만큼만 비난을 받아야 한다. 그에 넘어서는 비난을 하는 것은 상식 이하의 행동일 뿐 아니라, 법적으로도 금지된다. 이를 사자명예훼손이라고 한다. 명예훼손은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러한 비난은 고인은 물론 그 자손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인권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이승만에게 부정선거의 혐의를 씌워 비난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 깊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이형우
교수·행정학 박사
Professor/Ph.D. in Public Management
한남대학교 행정학과
Department of Public Administration, Hannam Univers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