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보장 제도 맹점 보완하고
차상위계층 등 복지 사각지대 해소
‘제2의 송파 세 모녀 사건’ 없도록
에스겔 28장 26절 ‘평안히 살면서’

박기성
▲성신여대 연구실에서 만난 박기성 교수. 뒤쪽 벽에 십자가가 보인다.

서울특별시(시장 오세훈)에서 시범 실시 중인 ‘안심소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에서 안심소득 시범사업으로 지난해 5백 가구, 올해 1천 1백 가구를 각각 모집했는데, 1·2차 경쟁률이 60-70대 1에 달할 정도다.

특히 부유층에까지 혜택을 남발하는 기본소득과 재난지원금 같은 포퓰리즘성 현금복지, 빈곤층 근로 의욕을 없애는 현 기초생활보장 제도의 맹점을 보완하며 차상위계층 같은 복지 사각지대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기대를 모은다.

최근 경기 성남에서 70대 노모와 40대 딸이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정부의 여러 대책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복지 사각지대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는 기존 복지제도의 한계 때문이다. 현행 기초생활보장 제도는 근로 능력이 있거나 주택, 금융자산, 자동차 등의 명의가 본인에게 있을 경우 혜택을 입을 수 없게 돼 있다. 당장 먹고 살 돈이 없어도 지원을 받을 길이 없는 것. 지난해 서울 창신동 모자도 100년 된 허름한 단독주택 소유자라는 이유로 생계급여를 받지 못해 죽음으로 내몰렸다.

‘안심소득’은 이러한 기존 복지제도의 맹점을 보완하는 제도다. 전체 가구를 소득 수준에 따라 배열했을 때 중간에 위치하는 가구의 소득 액수인 ‘중위소득’이라고 하는데, 이를 기준으로 미달액의 절반을 현금으로 지원한다.

3년 계획으로 시범사업을 실시 중인 서울시는 중위소득의 85%를 기준소득으로 잡는다. 중위소득이 월 200만 원이라면, 그 85%에 해당하는 170만 원을 기준소득으로 책정한다. 그래서 월 소득이 120만 원이면 미달액 50만 원(170-120)의 절반인 25만 원을 안심소득으로 지원한다. 소득이 없어도 중위소득 85%의 절반, 최대 85만 원을 받게 돼 기초생활보장 제도보다 혜택이 많다.

암세포를 표적 치료하듯 지금 당장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실질적 지원이 가능하다. 근로 능력 여부와 관계없이 전월 소득에 의해 지원액이 결정되므로, 경제적 곤란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을 막고 복지 사각지대를 완전히 해소할 수 있다. 더구나 기존 복지혜택을 모두 유지한 가운데 안심소득을 더해주는 것이고, 기존 세금 제도도 건드리지 않는다.

안심소득
▲서울시 안심소득 소개 페이지. ⓒ홈페이지 캡처
특히 중위소득의 30%를 일률적으로 맞춰주는 현행 기초생활보장 제도의 경우 여기서 본인 소득만큼을 빼고 지원해 일을 하나 안 하나 소득이 같아져 극빈층의 근로 의욕을 상실시키는데, 안심소득은 그런 염려를 없애기 위해 애초부터 많이 벌수록 소득이 많아지게 되는 구조로 설계됐다. ‘삼성 이재용 회장까지 똑같이 지급하는’ 이재명 대표의 ‘기본소득’보다 재원도 훨씬 적게 든다고 한다.

이러한 안심소득을 창안한 인물이 성신여대 박기성 교수(역촌성결교회 장로)이다. 박 교수는 2017년 변양규 전문위원(김앤장)과 연구해 논문 ‘안심소득제의 효과’를 발표하고, <기본소득 논란의 두 얼굴>을 공저로 펴냈다.

박기성 교수는 “2014년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을 했던 송파 세 모녀 사건과 같이 복지 사각지대를 메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 안심소득을 고안했다”며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소득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안심소득 연구자문단 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부도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나 영세 가정은 위급 상황이 생길 경우 당장 소득이 끊겨 먹고 살 수 없게 돼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다”며 “안심하고 경제활동을 하라는 뜻에서 ‘안심소득’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소개했다.

무엇보다 ‘안심소득(safety income)’이라는 용어가 성경에서 따온 것이라고 귀띔했다. 해당 구절은 “그들이 그 가운데에 ‘평안히 살면서’ 집을 건축하며 포도원을 만들고 그들의 사방에서 멸시하던 모든 자를 내가 심판할 때에 그들이 평안히 살며 내가 그 하나님 여호와인 줄을 그들이 알리라(에스겔 28장 26절)”이다.

박기성 교수는 “자동차보험이 없으면 불안하지만 있으면 그래도 안심하고 운전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누구나 중위소득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은 갖고 있기에 이런 안전장치를 두려는 것”이라며 “안심소득을 통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면, 청년들도 마음껏 모험적인 스타트업이나 벤처에 뛰어들 수 있다. 이런 스타트업 100곳 중 1곳만 성공해도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출산율도 당연히 올라간다. 지금은 ‘안심’할 수 없으니 아이를 선뜻 낳지 못하는 것”이라며 “안심소득이 정착되면 경제사회의 모든 행태가 바뀌게 될 것이다. 시장경제 발전의 원동력도 되고, 연금과 교육, 노동에 있어 많은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기성
▲박 교수의 최근 저서는 <박기성 교수의 자유주의 노동론>이다.
박 교수는 대학생 시절인 1980년 8월 친구에 의해 전도돼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지금도 가장 친한 친구가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고, 그의 첫 전도대상자가 된 것. 그 무렵 열린 CCC 빌 브라이트 목사 여의도 대성회에서 예수님을 영접했다고 한다.

2년 후인 1982년 국비유학생으로 선정된 것도 ‘하나님 은혜’라고 고백한다. 대학원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파주 오산리기도원에서 4박 5일간 금식기도한 후 당시 가장 학위를 받기 어려웠던 시카고대학교로 유학을 결정했다.

유학 중 좋은 성적으로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기 시작하자, 국비 장학금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3년 후에는 국비 지원이 아예 끊겼지만, 장학금에서도 십일조를 뗄 정도로 철저한 신앙인의 삶을 살았다.

이후 귀국해 한국노동연구원을 거쳐 성신여대 경제학과 전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일반대학원 원장 등을 지내고 내년이면 정년 은퇴한다. 교회에서는 찬양대와 재정위원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박기성 교수는 “사람들은 성경적 경제관이라고 하면 사도행전 2장의 ‘공동 소유’만 떠올리는데, 예수님께서 직접 말씀하신 달란트와 므나의 비유도 있다. 예수님은 비유에서 왜 은행에 안 맡겼나? 왜 이자라도 챙기지 않았나’고 물으셨다”며 “성경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를 지지하는데, 일부 기독교인들이 자본주의를 죄악시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은퇴 후 특별한 계획은 없다. 자리에 연연하지도 않는다. 무익한 종이기에 제 소임만을 다할 뿐”이라며 “부디 안심소득 제도가 잘 정착돼 저소득 취약계층에 도움을 주고 시장경제에도 보탬이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보람을 느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