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 도중 한미동맹·대한민국 발전에 기독교계 역할 강조
선교사들, 독립운동·건국에도 영향
병원과 학교 짓고 여성 교육 증진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미 의사당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영어로 전한 감동적 명연설이 화제가 된 가운데, 특히 그가 한미동맹과 대한민국 발전에 있어 기독교계와 미국 선교사들의 역할을 강조한 것도 주목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연설 도중 한미관계 140년의 역사를 설명하며 “19세기 말 미국 선교사들이 자유와 연대의 가치 한국에 전파해 줬고, 이것은 한국 헌법의 토대가 됐다. 이 선교사들은 한국의 독립운동과 건국에도 영향을 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호러스 언더우드, 헨리 아펜젤러, 메리 스크랜튼, 로제타 홀 등 미국 선교사들이 19세기 말 한국을 도왔다”며 “이들은 병원과 학교를 지었고, 여성 교육을 증진했다. 이들의 노력은 많은 한국인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 그들은 교육자, 의사, 언론인으로 사회에 진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상으로는 10년 만의 美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한미동맹의 성공적 70년 역사 조망 및 미래 비전 제시
한미동맹에 대한 美 의회의 전폭적·초당적인 지지 확인
윤 대통령은 이 연설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법치, 인권의 공동가치에 기반한 동맹 70년의 역사를 돌아보고, 앞으로 양국이 함께 지향할 미래 동맹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번 연설은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는 이승만(1954), 노태우(1989), 김영삼(1995), 김대중(1998), 이명박(2011), 박근혜(2013) 대통령에 이은 7번째로, 10년 만이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 출범(2021년 1월 20일) 이후 3번째 외국 정상의 합동회의 연설이다. 그 이전에는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2022년 5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2022년 12월)이 연설했었다.
“자유의 동맹, 행동하는 동맹(Alliance of Freedom, Alliance in Action)”을 주제로 약 44분간 영어로 진행된 이번 연설 모두에서 대통령은 한반도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함께 싸우면서 태동한 한미동맹의 출범과정을 되짚어 보고,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한국을 위해 달려와 준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에 깊은 감사를 전했다.
이날 참석한 500여 명의 미 상하원 양당 의원들은 연설 내내 60차례 박수갈채와 26번의 기립박수를 보내면서 시종일관 열띤 호응을 했으며, 동맹 역사상 가장 성공적으로 평가받는 한미동맹에 대한 미 의회의 초당적인 지지를 몸소 보여 줬다.
대통령은 한국전쟁 중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잃은 뒤 6.25 참전용사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활동에 여생을 바친 故 윌리엄 웨버 대령의 손녀인 데인 웨버 씨를 특별히 초청해 고인의 헌신에 경의를 표하고, 지금은 세상을 떠나거나 은퇴한 한국전 참전용사 출신 전직 미 연방의원 네 명(故 존 코니어스 의원, 故 샘 존슨 의원, 故 하워드 코블 의원, 찰스 랭글 前 의원)을 모두 호명하며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켜낸 모든 미국의 영웅들을 기억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은 전쟁의 참혹한 상처와 폐허를 극복하고 번영하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미국은 우리와 줄곧 함께해 왔다면서, 현대 세계사에서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발돋움한 유일한 사례인 대한민국은 한미동맹의 성공 그 자체라고 했다.
대통령은 또한 한미동맹이 군사안보 동맹을 넘어 상호 호혜적 경제협력 관계로 발전해 왔고, 활발한 문화 교류도 양국의 우정을 더욱 심화시키는 매개가 되어 왔다고 강조하면서, 이제는 양국 간의 축적된 신뢰의 토대 위에 한미 양국 청년들이 더욱 활기차게 오가며 공부하고 교육받으며, 직장을 찾을 수 있도록 한미 정부가 함께 체계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은 올해 미주 한인 이주 120주년을 맞아 그동안 미국 사회 각계에 진출한 한인들이 한미 우애의 가교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하면서 미 의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영 킴 의원, 앤디 킴 의원, 미셸 스틸 의원, 메릴린 스트릭랜드 의원 등 한국계 의원 네 명이 세대를 이어온 한미동맹의 산 증인이라고 소개했고, 연설에 참석한 미 의원들은 일제히 큰 박수로 화답했다.
대통령은 자유와 평화는 창의와 혁신의 원천이고, 번영과 풍요를 만들어 낸다고 강조하고, 70여 년 전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맺어진 한미동맹은 이제 세계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글로벌 동맹으로 발전했다고 하면서,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서 신장된 역량에 걸맞은 책임과 기여를 다할 것이며, 미국과 함께 세계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해 나가는 ‘자유의 나침반’ 역할을 해나갈 것임을 천명했다.
대통령은 자유를 향한 한미 양국의 동행과는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는 북한의 무모한 행동을 확실하게 억제하기 위해서는 한미의 단합된 의지가 중요하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층 강화된 확장억제 조치에 합의한 것을 토대로 한미 공조와 더불어 한미일 3자 안보 협력을 더욱 가속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또한 북한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하되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문은 열어두고 있다면서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하고, 최근 우리 정부의 북한 인권보고서 최초 공개 발간을 계기로 북한 인권 참상을 널리 알리고 열악한 인권이 개선될 수 있도록 美 의회가 함께 힘써 줄 것을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은 보편적 가치로 맺어진 한미동맹의 협력 무대가 한반도를 넘어 인태지역 그리고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으며, 협력의 영역 또한 외교 안보를 넘어 첨단분야, 우주, 사이버 공간으로 확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하고, 양국의 미래를 향한 새로운 여정에 美 의회가 함께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대통령은 연설 시작에 앞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환담을 나누고, 이번 연설 초청에 대한 각별한 감사를 전했다. 아울러 이번 연설 초청 서한에 공동 서명한 상하원 양당 지도부 4명[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등 소위 ‘빅 포’(big 4)’]을 별도로 면담하고 한미동맹에 대한 美 의회의 초당적 지지에 대한 사의를 표하고 변함없는 지지와 성원을 당부했다.
연설이 끝난 후 대통령은 매카시 의장 주최 리셉션에 참석해 영접위원단으로 선정된 31명의 미 상하원 주요 의원 등과 담소를 나눴다. 동 의원들은 오늘 연설이 한미동맹의 성공적 역사를 축하하고, 앞으로 나아갈 비전을 보여준 기념비적 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