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실행위
▲사임서를 제출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목사가 20일 NCCK 제71회기 제2차 정기실행위원회에 참석한 모습. 실행위원들의 요청으로 이 목사가 퇴장한 가운데 그의 사임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송경호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목사가 총무직에서 물러난다. 이 목사는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동성애 문제로 회원 교단들과 갈등을 초래한 것에 책임을 지겠다며 최근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NCCK는 20일 제71회기 제2차 정기실행위원회에서 임원회가 올린 ‘총무 사임 의사 표명에 따른 후속 조치의 건’을 다루고, 이 목사가 제출한 사임서를 받기로 했다. 단 차기 총무 선임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수리일은 차기 실행위원회가 열리는 7월 20일로 결의했다.

이 목사의 총무직이 3개월간 유보됐으나, 이 목사가 회의에 앞서 “조율되는 내용과 상관없이 오늘(20일)부로 일선의 모든 업무에서 떠나겠다”고 한 만큼 NCCK는 당분간 총무 공석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얼마 전 기독교대한감리회 중부연회와 충청연회가 줄줄이 NCCK의 탈퇴를 결의한 초유의 상황에서, 이 목사의 총무직 사임은 이날 실행위 최대 관심사였다.

이 목사는 앞서 지난 3월 15일 NCCK 회장 강연홍 목사에게 사임서를 제출했다. 이튿날인 16일에는 감리회에 탄원서를 보내고 이 사실을 알리며 사태 해결을 요청했다. 감리회의 NCCK 탈퇴만큼은 막아 달라는 것이었다.

이 목사는 사임서에서 “본인은 총무로서 차별금지법과 동성애 문제로 인해 야기된 갈등과 분열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교회협 현실의 변화를 위해 협의회적으로 의사 결정 과정을 추구하는 중에 이를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본인의 몸과 마음의 건강과 의지, 교회협 운영을 위한 모금의 교회적 환경에 한계가 왔음을 절감한다”고 했다.

그는 “오는 4월 20일 실행위원회를 마지막으로 총무직에서 사임할 뜻을 밝힌다”며 “위임받은 소정의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사임하는 것을 이해해 달라. 창조적 변화를 지속해 갈 수 있는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해 뜻을 이루어가 달라”고 밝혔다.

이날 이 목사의 사임 건 논의는 그가 퇴장한 상태에서 진행, 사임서 수리 결의 후 직무대행 선임 혹은 차기 총무 선임의 건은 임원회에 일임하기로 했다.

감리회 측과 갈등의 소지 여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실행위
▲이홍정 총무가 퇴장한 가운데 실행위원들이 그의 사임 건을 두고 1시간 가량 토론을 진행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측 한 실행위원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 ⓒ송경호 기자
하지만 NCCK가 이 목사의 사임서를 즉각 수리하지 않고 3개월간 유예기간을 둔 것이 감리회와의 갈등의 소지가 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이 목사에 대한 3개월간의 ‘휴직’ 혹은 ‘직무정지’ 등을 두고 실행위원들 간의 토론은 1시간 가량 계속됐다. 다수 실행위원들은 “이 총무의 건강이 매우 좋지 않은데, 그간의 수고를 생각해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3개월간의 휴직 기간을 갖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숙려 기간을 주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에 감리회 소속 실행위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들은 “감리회는 이미 오늘부로 이 총무의 직임이 끝나는 것으로 알고 있고, NCCK와의 문제 해결에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에 대한 다음 프로세스를 세워 놨다. 이 총무에 대한 따뜻한 마음은 이해하겠지만, NCCK의 미래를 위해선 그것이 온당한 의견인가”라고 말했다.

다른 한 실행위원은 “NCCK는 지금 심각한 위기인데 무슨 숙려 기간을 말하나. 한국교회 에큐메니칼 운동의 분수령이고,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어물쩍 넘어가면 실행위원회가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된 토론에 결국 표결하기로 했으나 감리회의 한 실행위원이 “표결까지 가는 것은 좋은 모습이 아니다. 우리(감리회) 실행위원들이 비판을 받게 되더라도 수용하겠다”며 양보했고, 이에 시한부 사임 수리 건이 결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