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어느새 ‘특권층’이 된 성소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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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021년 코로나 사태와 2023년 원숭이두창 사태

2021년 대중 안전 보호 미명하에
확진자들 번호 붙이고 동선 공개
2023년 원숭이두창 주 전파 경로
동성애자 인권 미명하 공개 꺼려

▲원숭이두창 관련 2022년 PD수첩 보도 화면. ⓒMBC 캡쳐

▲원숭이두창 관련 2022년 PD수첩 보도 화면. ⓒMBC 캡쳐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2021년 11월, 대한민국 정부는 이른바 방역패스 정책을 공표하였다. 중앙재난안전본부 주도 하에 국민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에 대하여 식당과 상점 등의 이용을 제한한 것이다. 이후 모든 식당의 입구에는 QR코드 스캐너가 설치되어 사람들은 코로나 백신 접종 여부가 암호화되어 저장된 QR코드를 가져다 대야만 입장할 수 있었다.

개인정보보호법 상에는 우리가 흔히 별 것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이름과 주민번호도 민감 정보로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누군가 이 정보를 요구할 때는 사용 목적, 보관 기간, 미동의시 불이익 등을 분명히 밝혀야 하며, 권한을 가진 담당자가 동의서에 명시된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당시에는 식당에 들어갈 때마다 “접종자입니다”라는 소리가 너무도 요란하게 울려 퍼져, 이름과 주민번호보다 더 민감한 개인의 의료정보가 식당 주인뿐 아니라 입구 근처에서 식사하는 모든 사람에게 알려지는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사태가 벌어졌었다.

당시 나는 정말 궁금했다. 이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가 맞는 것인지. 이 나라가 법치주의 국가가 맞는 것인지. 당시 가장 염려했던 것은, 아무리 비상시국이라 하더라도 국가 사무는 법대로만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에 예외를 인정한다면, 앞으로 이 나라에 더 큰 혼란이 오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너무 화가 났다. 이런 초법적 정책을 내놓은 대한민국 정부에 화가 났고, 방역패스와 관련하여 제기된 진정 건에 대하여 법정기한인 90일을 훨씬 넘겨 시간을 끌다, 방역패스 정책이 중단된 후에야 판단 없이 각하한 국가인권위원회에 분노하였다.

그리고 놀랐다. 나와 같은 정도의 분노를 느끼고 있을 줄 알았던 주변의 동료 시민이 아무런 분노를 느끼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그게 불과 2년 전이다.

그런데 한 번 예외를 인정한다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던 나의 염려는 기우에 불과한 것이었다.

최근 유행하는 원숭이두창(MPOX)은 남성 동성애자 혹은 이들과 성적으로 접촉한 사람들을 매개로 전파되고 있다. 2023년 4월 19일자 뉴시스 기사에 따르면, 원숭이두창이 6개 시도로 빠르게 확산 중이며, 현재 속도로 추정할 때 매일 3-4명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전화로 문의한 결과, 이러한 주요 감염경로를 인지하고 남성동성애자 커뮤니티에 집중적으로 위험을 알리고 있다고 한다.

한 시민은 일반 국민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고 남성 동성애자와의 성적 접촉의 위험성을 알려줄 것을 요청하였다. 왜냐하면 남성과 여성 모두와 성관계를 맺는 양성애자도 있고, 모든 성정체성을 갖는 범성애자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남자친구 혹은 남편이 양성애자 혹은 범성애자가 아니라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성적으로 개방적인 태도를 가진 남성과 관계를 맺는 모든 국민은 잠재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최소한 당분간 성행위를 통한 감염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음을 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은 이러한 요구에 대하여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2년 전 하루에도 몇 통씩 수신되던 재난 문자는 여전히 조용하다. 오히려 2023년 4월 20일자 미디어오늘에서는, 엠폭스의 확산에 관한 보도가 동성애 혐오를 조장한다는 취지의 기사를 내놓았다.

코로나가 유행하던 시기, 대중의 안전을 보호한다는 미명 하에 확진자에게 번호까지 붙여가며 거주지는 물론 동선까지 공개하여 개인의 인권을 짓밟던 질병관리청이, 이번 원숭이두창 사태에 대해서만큼은 사뭇 다르게 대처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의 기억이 희미해질 수 있으니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부산 30번 확진자인 93년생 남성과 부산 19번인 90년생 여성의 2020년 2월 21일 동선에는, 부산 팔레드시즈 호텔이 공통으로 포함되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 두 사람이 불륜관계라는 온갖 추측성 글이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더 곤란해진 것은 약혼자를 둔 부산 19번이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이 두 사람은 부산의 한 교회에서 주최한 수련회에 함께 참석한 것이었다.

이번 원숭이두창 사태로 보건대, 내가 염려한 것처럼 코로나 사태를 선례로 국가기관이 마음대로 개인의 신상정보를 공표하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원숭이두창에 대해 전혀 모르는 국민이 너무도 많은 것을 보면, 질병관리청이 개인 인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눈물겨울 정도이다.

그런데, 2년 전 코로나 확진자의 거주지와 동선을 공개하고 개인의 민감한 의료정보를 반강제로 공개할 때보다 더 큰 분노가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금만 사고력이 있는 국민이라면 그 이유를 알 것이다.

이형우
교수·행정학 박사
Professor/Ph.D. in Public Management
한남대학교 행정학과
Department of Public Administration, Hannam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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