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한가운데 배까지 불탈 정도
화재 최대 피해지역 성도들 거주
피해 상당한데 교회들 관심 없어

강릉 화재
▲산불 피해 모습.
지난 11일 강원 강릉시 난곡동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 피해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한국교회의 관심과 즉각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8시간 만에 진화됐지만, 사상 유례없는 강풍을 타고 산과 시내를 휩쓴 화마로 축구장 면적의 530배에 이르는 나무가 소실되고, 주택과 펜션 130여 채가 전소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500명 이상의 이재민들은 현재 강릉 아레나 체육관에 마련된 임시대피소에서 1주일째 거주하며, 하루빨리 집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고 있다.

강릉 산불로 인한 피해가 실로 상당함에도, 한국교회의 지원이 전무한 것은 물론, 해당 재난에 대한 인지조차 거의 없는 실정이다. 앞서 울진 산불이나 튀르키예 지진 등 초대형 재난에 대한 기도와 모금 운동이 활발히 이뤄졌던 것과 매우 대비되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재난이 1년 내내 계속되면서 피로감이 쌓인 측면도 있다.

강릉 화재
▲산불 피해 모습.
실제 피해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처참했다. 당시 화재는 영동 지역에 내려진 건조한 날씨와 강풍을 타고, 눈 깜짝할 새 강릉 일대로 퍼졌다. 다행히 오후에 내린 소나기로 불길이 잡혔지만, 17명의 사상자(사망 1명, 부상 16명)까지 발생했다.

강릉에서 목회와 사업을 병행하는 장성철 목사(예닮곳간 설립자, 예닮의봄날 대표)는 당시 상황에 대해 “서 있기조차 어려울 정도의 엄청난 강풍이 불을 사방으로 날리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장성철 목사는 “하늘에서 유성이 떨어지듯 불길이 곳곳에 떨어졌다. 한번 붙은 불은 미처 손쓸 틈 없이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퍼졌고, 심지어 바다 한가운데 배까지 불에 타 없어질 정도였다”며 “재앙 그 자체”라고 했다.

기독교인들의 피해도 큰 상황이다. 강릉시기독교연합회 회장 심을터 목사에 따르면, 화재 최대 피해 지역에 기독교인들이 상당수 모여 살고 있었다고 한다. 강릉 교회들은 화재는 피했지만, 강풍 피해를 입었다.

강릉 화재
▲아레나 이재민 대피소 현장에서 인터뷰중인 심을터 목사.
심을터 목사는 “많은 기독교인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완전히 시름에 빠졌다. 거주지를 잃은 것은 물론, 펜션 등 전 재산을 쏟아부은 사업체가 잿더미로 변해 앞길이 막막한 상황”이라며 “교회들도 복구 비용을 대지 못해 넋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심 목사는 “현재 강릉시기독교연합회에서 모금운동을 펼치고 복구를 돕는 등 최선을 다해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힘이 부친 상황”이라며 “한국교회 전체가 관심을 갖고 나서 주셔야 한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심정으로 십시일반 따뜻한 손길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강릉시기독교연합회는 사고 발생 직후 월드비전에 요청해 8천만 원 상당의 의류를 이재민들에 제공하고, 소방관과 자원봉사자들에 간식을 공급했다. 또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이영훈 목사)과 한국교회봉사단(이사장 오정현 목사)에 피해를 전하고 도움을 요청한 상태다.

다행스러운 점은 강릉의 여러 문화유적들이 피해를 면한 점이다. 화재 발생 직후 소방관과 시민들이 문화재로 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친 결과다.

강릉 화재
▲김기영 의장이 화재 진압 당시를 설명하고 있다.
강릉시의회 김기영 의장은 사고 당일 불붙은 ‘강릉 방해정’을 사수해 주목을 받았다. 경포대 인근 방해정은 1859년 지어졌으며,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50호로 지정된 고택이다.

사고 현장으로 향하던 김 의장은 방해정에 불이 붙은 것을 보고, 즉시 차를 멈춘 뒤 직접 소화전을 꺼내 진화에 나섰다. 시의장이 직접 화재를 진압하는 모습은 TV를 통해 알려지며 화제를 모았다.

김기영 의장은 “이번 화재가 심각한 것은 전례없는 도심형 산불이라는 점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주택들을 덮치고 심각한 재산피해를 남겼다”며 “바람이 바닷가 쪽으로 불었기에 망정이지, 반대편으로 불었다면 대관령까지 모두 불에 탔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릉 화재
▲장성철 목사가 피해 현장에서 설명하고 있다.
화재 이후 강릉에 관광객 발길이 끊기는 2차 피해도 발생되고 있다. 김 의장은 “국민들께서 더욱 적극적으로 강릉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김 의장은 “그동안 밀려들던 관광객이 줄어든 것은 물론, 기존 예약됐던 숙박 일정까지 모두 취소되는 상황”이라며 “강릉이 다시 일어서기 위해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도움이 절실하다”고 했다.

또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돼도 엄청난 지원이 나오진 않는다. 완전 전소된 주택 기준 3,600만 원 정도가 나온다”며 “기독교계가 이번에도 강릉의 처참한 상황을 알아 주시고 많은 도움을 주시기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장성철 목사는 강릉중앙시장에서 운영 중인 예닮곳간 4월 수익금 전액을 이번 산불 피해 회복에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