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사랑목회포럼
▲제7회 생명사랑목회포럼 현장. ⓒ김신의 기자

‘자살 예방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한 제7회 생명사랑 목회포럼이 17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한국생명의전화 주최 생명사랑목회포럼의 주관으로 진행됐다. 이날 포럼은 새애덴교회와 생명문화학회가 후원했다.

강용규 목사(한국생명의전화 이사장)는 “우리나라는 2021년 한 해 동안 13,352명, 하루 36.5명 꼴로 자살했으며(통계청, 2022) 자살 유족은 한 해 동안 약 8만 명이 발생하고, 자살 시도자는 약 13만 명,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전 국민의 5.1%로 나타났다. OECD 국가 중 18년 동안 자살률 1위의 불명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자살 문제는 실로 재난적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강 목사는 “우리나라의 자살을 줄이고 물질만능주의와 생명 경시 문화를 생명 존중의 문화로 바꾸어 나가며 무관심과 단절의 문화를 상호 존중과 배려의 공동체 문화로 만들어 가기 위한 역할을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한국교회”라며 “이번 포럼은 한국교회가 삶의 막다른 골목에 있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고, 우리 사회의 죽음의 문화를 끊고 생명의 문화로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한국교회의 자살 예방을 위한 역할, 생명목회의 실천 전략, 자살 유가족을 위한 돌봄 사역에 대한 방법을 나누면서 자살 예방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자 했다”고 전했다.

인사와 격려사를 전한 김진하 목사(예수사랑교회, 총신대학원 총동창회장)는 “한 해부학자가 인체를 화학 성분으로 분석하고 이를 환산해 가치를 따져보니 밥 한 끼도 사 먹을 수 없는 금액이 나왔다. 또 한 의사는 영혼의 무게가 21g이었다고 했다. 이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 제목으로도 사용됐다”며 “과학적 측정을 통해 바라본 사람의 육체는 가치 없고 초라한 존재처럼 보이지만, 성경을 보면 인간은 다른 창조물과 달리 만물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특별한 존재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했다.

김 목사는 “그런데 목숨을 하찮게 여기고 끊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과거 자살은 스웨덴, 덴마크에서 벌어지는 남의 동네 이야기인 줄 알았지만, 최근 15년째 우리나라가 자살률 1위를 견고히 하고 있다”며 이번 포럼이 자살을 예방하고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자살 예방, 근원적 처방에서 출발
교회, 사회 통합과 생명 존중 가치로 돌봄 필요

이날 유수현 교수(숭실대 명예교수, 생명문화학회 이사장)는 ‘자살 예방을 위한 한국 교회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기조강연을 통해 “2020년 기준 OECD 평균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11명인데, 한국은 25.7명으로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자살 위험성이 높은 인구 집단을 돌봐 자살 예방을 도모하고, 사회 통합과 생명 존중 가치를 교훈으로 삼는 교회의 돌봄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 교수는 “자살 문제는 단순히 우울, 불안, 디스트레스 등 정신적 문제가 아니라 차별, 불평등, 고립 등 사회 문제, 실업, 취업곤란, 고용불안, 직장 부작용 등 경제 문제, 가족 불화, 부부 갈등, 가정 폭력 등 가정 문제, 소외감, 왕따 등 대인관계 문제, 질병, 장애, 불치병 등 신체적 문제 복합적인 근원이 있다”며 “자살 예방은 근원적 처방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그는 “기독교는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셨고 인간은 하나님의 이미지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삶, 생명을 존중하며, 이를 위해 전쟁이나 폭력, 인종차별, 안락사, 자살을 반대한다”며 “이로 인해 자살에 대해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교회는 어려움에 빠진 이를 일으켜 세우고 희망을 전해야 한다”고 했다.

유 교수는 “자살 고위험 집단은 심리사회적 특성으로 인해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 돌봄 지원이 요구된다”며 “심리정서적 돌봄 상담, 자살 경고 신호와 위험요소 대응 방법 교육, 자살 예방 프로그램, 치유 회복 프로그램과 생명 존중을 위한 사회 환경을 조성하고 자살예방센터와 지역전문기관과 연계하고 협력하여 지역사회 지지체계를 구축하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지원하는 등 다양한 돌봄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교회 내 인적·물적·조직적 자원을 동원해야 한다”고 했다.

유영권 교수(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이상원 교수(전 총신대 기독교윤리학,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대표)는 각각 ‘생명사랑 목회 실천을 위하여’, ‘자살 유가족 돌봄 사역에 대하여’를 주제 강연하고, 최원호 목사(은혜제일교회), 김미정 박사(평택대), 송영식 목사(서울한영대)가 토론했다.

생명 경시 풍조에 저항하는 기독교
데이터 축적 및 사회와 연계·협력 제언

유영권 교수는 “대한민국의 사회적 현상을 보면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하다. 또 치료 공동체가 많이 훼손됐다. 소속감은 감소하는 반면 정신적 스트레스는 증가했고, 경제적 양극화로 인한 희망이 사라지고 있으며,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피해도 있다”며 “이러한 현 시대적 상황에서 교회는 고통을 털어놓고 해소하는 정화의 경험을 제공하고, 자신을 신뢰할 수 있는 긍정적 자원을 제공하고, 지지받을 수 있는 공간,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치료 공동체의 역할을 감당하고, 생명에 대한 가치관을 확립하고, 고통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등의 다양한 기능이 있다”고 했다.

이어 자살 예방을 위한 교재 출간, 세미나, 집회, 상담 지원, 게이트 키퍼 교육, 생명 보듬 주간 행사 등 기독교의 다양한 자살 예방 운동을 소개한 그는 “기독교는 자살 예방 운동이 보건복지부의 관주도형에서 민간주도형으로 변화하는데 참여하여, 자살을 병으로 보는 의학 모델에서 벗어나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하는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나눠야 한다는 사회 운동 모델로 전환하게 했다. 특히 생명 경시 풍조에 저항하는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또 유 교수는 “기독교는 생명 사랑 목회 실천을 위해 연구와 통계 실적 등 데이터를 축적하고, 자살 예방의 독특성과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다른 종교에서 실시하는 자살 예방 프로그램과 협력 사업도 적극 참여하고, 정부 기관과 유기체적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찾아가는 상담과 돌봄, 온라인 매체 활용, 생명 존중 주간 선포, 기독교 시각을 반영한 자살 예방 교육 프로그램 개발, 기독교 전문 자살 예방 센터 설립, 자살 생존자를 위한 예식, 채플을 활용한 생명존중 교육, 목회자 양성 교육 커리큘럼에 생명 존중 교육 실시 등을 제언했다.

자살, 심판받아야 할 죄… 구원은 은혜로 결정
본능적인 삶의 충동, 자살 충동 극복 가능

이상원 교수는 “기독교인 자살 유가족 돌봄은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첫째로, 자살로 인해 그간의 신앙고백과 신앙생활이 허사가 되고 구원에서 배제되는 것인가에 대한 신학적 문제에 성경적 답변을 제시해 줘야 한다. 구원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결정되는 것이지, 인간의 행위와 결과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의 죽음이 사하지 못할 죄는 없다. 자살을 하면 구원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는 성경이 아니라 신플라톤주의에 기인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둘째로, 교회가 자살한 가족 구성원에 대한 장례 절차를 진행해 주어야 하는가에 대해 답변을 제시해야 한다. 다른 이유로 죽음을 맞이한 기독교인을 위한 장례 절차와 동일하게 진행되어야 한다”며 “자살로 보이는 행위를 다룬 성경의 본문을 보면 자살한 하나님의 백성에 대한 장례를 일반적 죽음을 맞이한 장례와 같은 방법으로 치러 주었다. 자살을 특정해 특별한 비판을 하지 않고, 일반적 죽음 안에 자살을 다룬다”고 했다. 또 “종교개혁자들도 자살을 비윤리적 행위로 비판했으나, 구원 문제를 연결시키지는 않았다. 그 누구도 그리스도 안에 있는 은총과 긍휼의 무한한 깊이를 제한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셋째로, 자살이 마지막 날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야 할 심각한 윤리적 죄임을 명확히 인식시키고, 자살 충동을 극복할 수 있는 것임을 확실히 알려 줘야 한다”며 “성경은 자살을 묵인하지 않는다. 자살은 하나님의 뜻과 규범에 반하는 심각한 죄임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성경은 자살과 타살을 구별하지 않고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범한 죄로 간주한다. 자살은 하나님만 행하셔야 할 인간의 생명의 종결권을 인간이 자의적으로 탈취하는 행동이기에 정당화될 수 없고, 창조질서를 거스르는 행동”이라고 했다.

또 “사람들을 자살로 몰아넣는 세계관 가운데 하나는 내세는 존재하지 않으며, 인간의 영혼은 소멸되어 없어진다는 무신론적·유물론적 세계관”이라며 “자살은 하나님의 준엄한 심판의 대상이다. 물론 구원 여부를 결정하는 심판이 아니라 상급과 책망 여부를 결정하는 심판이다. 심판의 날, 행한 행실에 대해 심판을 받아야 하며 상급을 받는가 책망을 받는가 유념하도록 유가족을 지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자살 충동은 얼마든지 극복 가능하다는 사실을 유가족이 유념하고, 자살 충동이 일어날 때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극복해나가도록 지도해야 한다”며 “인간에게 삶의 충동은 본능적 충동으로 주어져 있지만, 죽음의 충동은 본능적으로 주어진 충동이 아니라 외부에서 들어온 충동으로 얼마든 극복 가능하다. 자살을 하도록 유도하는 사회적 원인은 얼마든 극복이 가능한 것임을 명확히 알려 주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생명사랑목회포럼(회장 남서호 목사)은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죽기까지 사랑하신 생명들이 자살로 이 세상을 떠나는 일이 줄어들 수 있도록, 목회적 돌봄 차원에서 생명운동을 전개해 나가기 위한 일들을 진행하며 생명의전화의 사역을 지원하기 위하여 지난 2019년 창립했다. 이 단체는 목회자 및 평신도 지도자들로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