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교회는 우리보다 부활절이 1주일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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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선교칼럼] 정교회의 부활절

▲러시아의 부활절 달걀 등 장식. ⓒ픽사베이

▲러시아의 부활절 달걀 등 장식. ⓒ픽사베이

2023년 러시아 부활절은 율리우스 달력을 기준으로 서방의 부활주일보다 한 주간 늦다. 해마다 차이가 나는 이유이다, 러시아 정교회의 부활절 모습을 살펴보면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부활주일이 말 그대로 축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성탄절을 매우 중요하게 보내지만 이곳에서는 오히려 부활주일을 더욱 화려하고 성대하게 보낸다.

종교력에 의한 부활주일 준비는 매우 철저하다. 사순절 기간을 시작으로 많은 정례미사가 진행된다. 고난주간 행사는 예수의 발자취를 따라 정교하게 진행된다.

목요일에는 세족식을 비롯한 예배가 진행되고, 토요일에는 예배당 마당에서 모든 성도들이 모여 신부가 그들에게 공개적으로 예수의 행하신 일과 말씀을 나눈다. 그리고 주변에 모인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질문과 응답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모습이 선교사인 나에게는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부활절 전날에는 자정미사가 드려진다. 매우 성대하고 경건하게 진행되는데, 이 모든 과정이 주요 TV 방송으로 생중계되어 모든 국민이 동참하게 된다.

토요일에는 교회 주변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부활절 케이크를 구입하여 나누고 부활의 기쁨을 나눈다. 모든 가게마다 몇 주 전부터 부활절 케이크와 계란이 넘쳐난다.

또 한 가지 부활절의 특징은 누구든지 먼저 인사를 건넨다는 것이다. “예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그러면 상대는 “진실로 그러합니다” 이렇게 화답한다. 교회에서도 누구나 만나면 서로에게 부활이 인사를 나눈다.

필자는 이런 경험도 있었다. 부활절 축하 예배를 위하여 지방으로 차를 타고 가는 길에 경찰이 세운다. 나는 창문을 열고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네”라고 인사를 건넸다. 그 경찰은 거수경례를 하면서 안전운전하라고 인사하고 곧바로 보낸다. 놀라운 일이었고, 기쁜 일이었다.

부활주일에는 공동묘지가 성묘객으로 매우 붐빈다. 그래서 교통경찰들이 일찍 나와 질서를 잡고 교통 안내를 해준다. 이 날이 바로 부활을 준비하는 자들의 모임이다.

얼마나 훌륭한 일인가 생각이 든다. 부활의 기다리는 마음으로 묘지를 찾아가서 죽은 자들을 기억하고 대화를 나누고 그리고 묘지를 정리하고 돌아오는 것이다.

부활절은 연례행사가 되어선 안 된다. 우리의 생활 속에 나타나는 신앙고백이 되어야 한다. 부활신앙, 새 생명이 태어나고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피조물 로서의 변화된 태도’가 삶 속에서 고백 되어야 하는 일 아닌가? 이것이 부활 신앙을 가지고 살아가는 성도의 자세라고 본다.

제자들의 인생은 예수의 부활을 기점으로 갈라지지 않는가? 부활 이전에는 성공을 꿈꾸고 이기적이고 두려움과 의심에 떨고 무언가를 얻기 위한 자세였다면, 부활 이후에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담대한 신앙으로 변한 것을 보게 된다. 제자들의 생각이 완전하게 바뀐 것이다. 두려움에서 담대한 용기를 갖게 되고, 의심에서 소망으로 나가게 된 것이다. 이것이 부활신앙을 살아가는 삶의 태도라고 본다.

사도 바울의 신앙 핵심도 그리스도의 부활이다. 부활의 주님을 만난이후 그의 인생관, 가치관, 세계관이 완전히 변했다. 그의 생애 자체를 바꾸어 버리지 않았는가?

이러한 부활이 능력이 우리에게는 너무나 희미하게 나타나고 있다. 베드로와 요한은 핍박 속에서도 기쁘게 여기고 비난과 멸시를 당하면서도, 두들겨 맞으면서도 담대하게 복음을 외친 것을 보면, 우리와 성정이 같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다른 것을 생각하게 된다.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외치고 그를 위하여 헌신하는 것은 신앙인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나는 가끔 현장을 누비면서 기쁨이 넘치는 경험을 자주하게 된다. ‘아직 기회가 있을 때’ 주를 위한 수고가 이렇게 즐겁고 감사한 것인 줄….

오늘은 이곳 내일은 저곳, 힘써 수고하고 현장의 교회를 깨우고 말씀으로 그들을 든든하게 세워주는 일이 몸은 피곤하고 입술은 터지지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생각한다.

지난 3월 초 말씀을 전하고 있는데, 경찰이 찾아왔다. 요즘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모두가 경계하고 신고를 한다. 전쟁 중인데 무슨 모의를 하는가 의심하기 때문이다.

경찰의 방문에 난감하기도 했다. 외국인 신분으로 말씀을 전하고 가르치는 것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 대화로 잘 해결하고 집회도 은혜 가운데 마칠 수가 있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부활절이 곧 다가온다. 관습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고, 부활신앙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고 한국교회가 부활의 신앙으로 재무장하기를 기대하고 기도한다.

세르게이,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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