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 ‘정서·심리’ 문제 상대적 소홀
아파하는 사람들 만져주며 다가와
교묘하지만 아주 탁월한 포교방법

이단에 빠지는 사람들의 정서와 심리

이단에 빠지는 사람들의 정서와 심리

유연철 | 기독교포털뉴스 | 238쪽 | 13,000원

이단과 사이비 문제의 잘못은 따르는 신도가 아니라, 분명 교주와 일부 지도부에게 있다. 그들은 탐욕과 각종 거짓말, 세뇌와 가스라이팅(gaslighting·심리조작)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신도들을 현혹한다.

JMS와 아가동산, 오대양 사건과 만민중앙교회 등을 추적한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조성현 PD도 “잘못은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아니라, 잘못된 길을 가게 만든 교주와 리더에게 있다. 그것을 혼동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용기 내서 피해 사실을 공개하는 분들은 존경을 받아야지, 비난이나 조롱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단·사이비 집단들이 주로 타깃으로 삼는 유형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들이 주로 공략했다고 알려진 부류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대학교 신입생들이나 취업준비생 등이 있고, 최근에는 대학교 동아리나 설문조사 등을 넘어 당근마켓으로 접근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최근 드라마 SBS ‘모범택시 2’에서 사이비 종교로 나온 ‘순백교’는 주로 대형병원에 머물며 시한부 환자들을 대상으로 포교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단에 빠지기 쉬운 성격이 따로 있을까? 책 <이단에 빠지는 사람들의 정서와 심리>는 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일단 저자는 “누구나 이단에 빠질 수 있다”는 말로 책을 시작한다. 조성현 PD도 “(사이비 신도들이) 아주 능력이 떨어지는 분들이 아니다. 누구라도 해당될 수 있다. JMS는 초창기에 명문대생들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저자는 “이것은 이단을 탈퇴한 많은 청년들과 피해자들을 상담하면서 얻은 결론”이라며 “이들에게 있어 지식과 학벌, 교회활동은 이단 예방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전제한다. 그 이유는 “이단에 빠지는 근본적 이유는 ‘정서와 심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단 문제에 있어 감정적인 면을 너무 소홀히 다뤄왔다는 것. 저자는 “훈계와 조언도 중요하지만, 더 절실했던 것은 마음 속 감정을 풀어주는 것이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인간은 누구나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기독교인도 예외가 아니다. 이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단 사이비 순백교
▲SBS 드라마 ‘모범택시 2’에 등장하는 사이비 순백교 교주와 신도들. 방송에서 순백교는 과거 은혜로교회 신옥주의 ‘타작마당’ 등을 소재로 삼기도 했다. ⓒSBS 캡처

이단은 아파하는 사람들의 정서와 심리를 따뜻하게 만져주며 다가오는데, 이는 교묘하지만 아주 탁월한 포교 방법으로 여기에 기독교인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이단들이 설문조사, 심리상담, 문화행사 등으로 포교를 시도하는 것도 심리적 요소와 관련이 있다는 것. 유아 시절 부모로부터 따뜻한 돌봄과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들, 극심한 실업 문제와 불확실한 미래로 좌절감을 가진 청년들의 불안한 심리를 이단은 이용한다. 교회에서 소속감의 욕구를 채우지 못하고 정서적으로 소외된 이들도 그들의 주요 타깃이 된다.

그렇게 결핍 있는 사람들을 데려와 더욱 망가뜨리는 것이다. 교주 신격화와 자신의 집단에만 구원이 있다는 교리를 세뇌시키면서 구원 박탈의 두려움과 종말의 공포를 조장한다. 그들이 주로 노리는 것들은 교회가 채워야 할 부분들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단의 성경공부로 세뇌된 신도들은 중독성 사고를 불러 과도한 종교행위를 유발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들의 일사불란한 종교적 행위는 일종의 중독이고, 이단들의 폐쇄된 시스템은 그들에게 선택권을 남기지 않는다. 왜곡된 사고와 구원의 희소성, 시한부 종말론 등이 그들의 중독을 강화시킨다.

심하면 JMS 같은 성 착취로 이어진다. 신도들을 정신적으로 길들이다 지배하게 되면, 그루밍 성범죄로 이어진다. 피해를 당해도 당사자는 이를 종교적 행위로 이해하고, 거부할 수 없는 위계적 구조는 ‘순종과 불순종’의 이분법만 남긴다. 이미 위의 세뇌 등으로 종교중독에 이른 피해자들은 두려움에 휩싸여 현실을 자각하거나 피해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나는 신이다
▲이단, 사이비 교주들에게 피해를 입은 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넷플릭스
저자는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것은 자기 존중감이 낮기 때문이다. 자기 확신이 부족하거나 그루밍으로 길들여져 있거나 의존 성향이 높다면, 가스라이팅에 당하기 쉽다”며 “이를 예방하려면 상식적이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객관적으로 나와 상대방을 바라보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이나 피드백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더라도, 빠져나오는 것이 쉽지 않다. 저자는 오류를 바로잡기보다 생각을 바꿔버리는 ‘인지부조화 이론’으로 이유를 설명한다. 신격화된 교주의 범법행위나 사생활 비리가 드러나도 대개의 신도들은 자신들의 믿음이 깨지는 걸 원치 않기에, 오히려 자신의 믿음을 더욱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교주에 속았다고 생각하기보다 자기 행위를 합리화하며 더욱 열성적으로 종교적 열심을 내는 계기로 삼기에, 빠져나오지 못한다.

책에서는 이 외에도 이단 종교중독에 대한 심층심리학적 진단, 이단 상담과 피해자 치료, 이단에서 빠져나온 이들에 대한 격려, 이단으로 인한 가정 파괴 사례 등을 소개하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이던 저자는 출석하던 교회에서 주일학교 교사로 섬기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전도하던 이단 신도들을 보고 충격을 받아, 학생들을 이단에게서 보호해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이단을 연구하기 시작해 이 책을 쓰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