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은 교실 안에서만 논의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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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북뉴스 서평] 급변하는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진리를 좇다


바빙크: 비평적 전기
제임스 에글린턴 | 박재은 역 | 다함 | 744쪽 | 53,000원

신학은 단순한 학문이 아니다. 신학의 연구 대상은 지금으로부터 수천년 전에 기록된 고대문서, 그것도 히브리어, 아람어, 헬라어로 기록된 외래 문서이지만, 그 안에 담긴 정보는 영구적 속성을 가지고 있고, 단지 국경과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인 진리, 결코 변하지 않는 참 진리를 담고 있는 것을 넘어 초자연적 존재인 하나님을 발견하고 믿고 따르게 한다.

모든 학문은 유행을 타고 패러다임을 바꿔가며 ‘새 관점’을 찾기 위해 애쓰지만, 신학은 그렇지 않다. 신학은 성경이 의도한 의미, 성경이 전달하고자 하는 단 한 가지 의미를 찾고 거기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애쓴다. “다른 복음은 없나니(갈 1:7)”.

동시에 신학이 오늘날 유의미한 학문이 되려면, 지금의 독자가 처한 상황에 맞게 전달되어야 한다. 성경이 기록된 의미가 과거에 그랬다는 것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오늘날에 어떻게 적용된다는 것을 더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성경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성경을 해석하는 사람의 선입견과 그가 속한 문화와 역사의 한계 때문에 벗어나지 못한 적용의 범위를 진리를 훼손하지 않는 한도 안에 확장하고 조정할 필요가 있다.

소위 훌륭한 신학자는 그래서 두 가지 면에서 뛰어나야 한다. 결코 변하지 않는 참 진리를 성경에서 바르게 찾아내고 견고하게 지켜내는 일과 계속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영원히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원하는 이들에게 성경이 어떻게 참된 길과 진리와 생명을 제공하는지 설명하는 일이다.

헤르만 바빙크의 삶을 비평적으로 들여다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그가 이 두 가지 면에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잡힌 신학을 훌륭히 해낸 신학자라는 것이다. 그는 개혁주의 신학에 목숨을 걸고 타협하지 않았지만, 그것을 현대인들에게 적용하는 일에 있어서는 매우 진보적이고 개방적이었다.

바빙크의 삶은 결코 평안하고 안정되지 않았다. 복잡하고 어수선한 사회와 교회 분위기 속에서 학자, 목사, 교수, 정치인, 남편이자 아버지 등 다양한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물론 연약한 점과 실수가 없는 인생은 하나도 없기 때문에 바빙크를 비판적으로 평가할 영역이 분명 있지만, 그럼에도 그는 신학적으로 뛰어났고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주는 교회와 신학교와 사회의 지도자였다.

제임스 에글린턴이 쓴 <바빙크 비평적 전기>는 2020년 케빈 드영에 의해 ‘올해의 책’에 선정되어 필자의 관심을 끌었다. 전문 북 리뷰어이자 강사 및 저자인 팀 찰리스도 이 책을 2020년 최고의 책 10권 중 하나로 꼽았고, TGC에서도 마찬가지로 추천하는 책으로 선정했다.

헤르만 바빙크에 관한 관심은 2011년 부흥과개혁사에서 출간된 5권으로 구성된 <개혁교의학>에 의해 시작되었는데, 이후로 평전(론 글리슨, 부흥과개혁사, 2014), <개혁파 교의학(단권축약본)>(새물결플러스, 2015)으로 국내 점차 소개되다 도서출판 다함을 통해 <찬송의 제사>(2020), <설교론>(2021), <교회를 위한 신학>(2021), <일반은총>(2021) 등 더 많은 저작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참고로 바빙크 생전에 완성되지 못했던 <개혁파 윤리학>도 존 볼트의 작업을 통해 국내에 소개됐다(부흥과개혁사, 2021).

▲헤르만 바빙크.

▲헤르만 바빙크.
사실 에글린턴의 바빙크 전기에서 독자들이 바빙크 신학을 충분히 맛볼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자의 관심이 바빙크의 신학이 아니라 바빙크의 삶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자는 저자가 추적하는 바빙크의 삶을 따라가면 ‘바빙크가 쓴 개혁교의학을 꼭 한 번 읽고 싶다’는 소원을 갖게 될 것이다(그가 쓴 다른 저작들도 물론!).

당시 교의학 과목에서 다른 경쟁자들(?)을 압도한 바빙크의 신학이 무엇이었는지, 에글린턴이 그려낸 바빙크의 삶이 어떻게 그 교의학 작품에 잘 나타나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진다.

바빙크의 제자들 중에서는 스승의 균형감각을 배우지 못하고 더 진보적으로 나아가 성경은 인간의 오류가 담긴 책이라고 주장한 이들도 있다. 하지만 바빙크는 그 선을 넘지 않았다.

한쪽에선 바빙크가 너무 진보적인 학자라고 공격하며 매우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신학만을 성경적인 신학으로 여긴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바빙크는 그곳에 머물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는 남자와 여자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동등한 존재라는 것을 믿어 여성의 참정권을 주창하기도 했고, 기독교 세계관이 무신론적 세계관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데 꼭 필요하다고 여기면서 교육을 주도하는 가르침으로 삼기 위해 애썼다.

신학은 교실 안에서만 논의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삶으로 실현되는 것이다. 바빙크의 삶이 그의 교의학을 보여주는 것처럼. ‘비평적 전기’라는 방식이 물 흐르듯 읽히는 소설 같은 전기와 달라서 어떤 독자에게는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제임스 에글린턴의 <바빙크 비평적 전기>는 바빙크의 삶을 독자에게 차근차근 설명해 간다.

바빙크가 삶과 신학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헌신했던 것처럼, 우리가 어떻게 바른 신학과 그에 따른 삶을 발맞춰 살아갈 것인지 비평적으로 성찰하게 만든다. 본질에 있어서는 좁더라도, 적용에 있어서는 넓고 자유로운 삶을 바빙크의 신학과 삶을 통해 꿈꿔보자.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유평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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