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제자 이야기

열두 제자 이야기
이진경 | kmc | 240쪽 | 15,000원

우리는 성경을 읽을 때, 예수님으로부터 부르심 받은 열두 제자들이 예수께서 승천하신 후 과연 어떠한 삶을 살았을까 하는 궁금증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본서는 사도들의 삶에 대해 저자가 그의 상상력을 발휘하면서도 최대한 객관적으로 조명함으로써, 독자들의 이러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예수님의 열두 제자들을 소개하는 각 장 전반부는 서신과 회고록 형식을 빌려 그들의 삶을 조명하고 있고, 후반부는 제자들의 삶에서 특징적인 한두 가지 사실에 초점을 맞추면서 저자가 가진 학문적인 소양을 바탕으로 그것을 뒷받침하는 형태로 그들의 삶을 추적한다.

◈열두 사도가 차지하는 비중

초대교회에서 예수님의 열두 제자는 구약의 열두 지파를 뒤잇는 개념이었다. 따라서 제자 중 갈룟 유다가 죽었을 때 ‘열둘’이라는 숫자는 모자람이 없어야 했기에, 사도행전에서 맛디아를 뽑아 그 열두 제자에 포함시켰다.

열두 사도 가운데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이름 외에는 별다른 활동이 기록되어 있지 않은 분들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본서에서 이렇듯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은 사도들조차 같은 비중을 두고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예수님이 사랑한 세 제자에 속하는 요한과 야고보 형제를 책의 말미에 같이 묶어 소개하는 반면, 바돌로매와 다대오 같이 그들의 이름 외에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은 제자들도 저자의 상상력을 더해 다른 제자들과 똑같은 비중으로 소개한다. 이것은 가룟 유다를 제외하고, 모든 제자들이 한결같이 동일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열두 제자들에 대한 개요

본서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본서가 소개하는 열두 제자들의 삶에 대한 저자의 요지를 간략하게나마 언급하는 것이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저자는 자신감이 충만했던 수제자 베드로가 주님을 세 번씩이나 배반한 사실에 초점을 맞추어, 배신의 충격이 컸던 만큼 십자가에 거꾸로 달려 죽기까지 충성할 정도로 그의 헌신의 깊이와 넓이가 컸음을 강조한다.

도마는 예수님이 부활하신 모습을 직접 뵙고서야 온전한 믿음을 가졌기에, 인간의 이성과 신비 사이에서 고민하다 거듭난, 이성과 신앙 사이에서 조화를 이룬 제자로 설명한다.

빌립은 그 이름에 담긴 정체성으로 삶을 조명하는데, 빌립이 헬라 이름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저자는 그를 예수님께 헬라인들을 연결시켜준 인물로 소개한다.

가룟 유다는 개인적 목적을 위해 예수님을 따르다, 예수님이 처음 생각한 것과 다르게 행동하셨기에 배신한 인물로서 그의 삶을 추적한다.

마태는 세리 출신이었기에, 저자는 예수님이 주변의 혐오를 개의치 않고 누구든 제자로 쓰셨다는 사실을 토대로, 주님을 따르는 데는 직업의 귀천이 없으며 주님은 오로지 죄인을 부르러 오셨음을 강조한다.

저자는 바돌로매가 나다나엘과 동일 인물일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운 후 이를 추적하고, 그가 아르메니아에서 산 채로 가죽이 벗겨진 채 십자가에 거꾸로 못 박혀 죽었음을 전한다.

베드로의 친동생 안드레는 헬라식 이름을 갖고 있었는데, 이것이 안드레의 삶을 추적할 수 있는 동기가 된다. 그는 베드로와 달리 내성적이었으나, 조용한 사람이 때로 큰 사고를 치는 것처럼 상상을 뛰어넘는 큰 결단력으로 순교했음을 강조한다.

다대오는 존재감이 크지 않았고 그 이름이 세 가지로 표기될 정도로 행적이 모호하지만, 이런 모호성은 사도가 아무리 수고할지라도 후대에 전해지는 이름은 오직 그리스도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모티브가 된다.

알패오의 야고보는 주의 형제로 표현된 야고보일 수도 있고, 예수님의 친척인 야고보일 수도 있고, 야고보서의 저자 야고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될 정도로 이스라엘 시대에 매우 흔한 이름이었다. 저자는 이 세 사람 중 누가 예수님의 제자였을지 추적한다.

저자는 열심당원 시몬을 유대 해방을 위해 예수님을 따랐던 제자로 소개하며, 그런 그가 유대를 위한 투쟁과 예수님 사이에서 고민을 끝내고 진정으로 예수님을 믿게 되면서 무슨 일을 해내었는지를 추적한다.

앞서도 얘기한 것처럼, 저자는 마지막으로 친형제인 요한과 야고보를 한꺼번에 묶어 소개한다. 야고보는 예수님의 제자 중 최초로 순교한 이로, 요한은 열두 제자 가운데 유일하게 순교를 당하지 않고 복음을 전하다 자연사한 것으로 설명한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예수와 열두 제자가 ‘최후의 만찬’에서 떡과 포도주를 나누는 모습.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中
◈객관적 증거 위에 상상력이 더해진 작품

저자는 독일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은 학자로서, 남들이 미처 보지 못한 제자들의 세계를 객관적 증거를 붙들고 추적하면서도 그 상상력이 범상치 않다.

필자는 본서를 읽으면서 처음에는 저자가 도출하고자 하는 바가 정말 가능할 것인지 의문을 가졌지만, 저자가 상당히 논리적 접근을 하고 있어 그 내용이 상상의 세계일 수 있는 부분까지 긍정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열둘만이 예수님의 제자인가!

아울러 관심을 끄는 것 중 하나는 저자가 사도의 영역을 넓혀, 여성 제자들의 세계에 대해서도 살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막달라 마리아에 대해 사도들과 같이 예수님을 지근거리에서 모신 여성 제자로 소개한다. 당시 사회적 편견 때문에 여성들이 제자들의 무리에 속하지 못했지만, 예수님의 복음 운동에 크게 기여하였음을 강조한다.

나아가 저자는 바울이 예수님 곁에서 직접 수종들지 않았더라도 사도로 지칭되었음을 언급하면서, 오늘날 복음을 들고 만방으로 나아가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사도로 지칭받을 수 있다고 설파한다.

◈더 큰 믿음이 요구되는 현 시대의 제자들

우리는 열두 제자 외에도 예수님 주변에서 그분을 섬겼던 많은 무리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종말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각자 예수님의 제자라는 인식을 가지고 기꺼이 순교의 길을 걸어갔던 제자들처럼, 우리 생명을 바치기까지 충성하는 제자의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본서에는 예수님의 열두 제자 가운데 사도 요한을 제외하고는 모두 순교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사도들이 이처럼 죽기까지 충성한 것은 예수님의 사건을 직접 목격한 데서 오는 확신 때문이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전해들은 자로서, 어쩌면 열두 제자들보다도 더 큰 믿음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주님은 보고 믿는 자보다 보지 못하고 믿는 자가 더 위대한 믿음을 가졌다고 말씀하셨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보지 못하고 믿는 사람들로서, 예수 시대에 살았던 사도들처럼 ‘보냄 받은 사명’을 갖고 있다.

사도란 ‘보내심을 받은 자’를 뜻하며, 이 말은 오늘날 복음의 사명을 부여받고 전하는 모든 이들에게 해당될 것이다. 우리가 제자들의 삶을 본받아 죽기까지 충성한다면, 우리도 보냄받은 ‘사도’의 일원이 되어 하나님 보시기에 합당한 인물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서의 맨 끝부분에서 저자가 강조한 다음 글을 소개함으로써 이 글을 마친다.

“성경 안에서 생생하게 전해진 열두 제자들의 이야기와 함께, 우리는 저 옛날 예수님을 따랐던 사람들 속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들의 오해와 실수, 실패와 좌절 속에는 우리가 겪는 모든 것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그 모든 것을 넘어 마침내 은혜 가운데 주님의 사도로 우뚝 섰던 것처럼, 서툴게 주님을 따르는 지금의 우리 역시 마찬가지로 주님의 사도로 서게 될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그저 주님의 뒤를 따르며 배우기만 한다면, 반드시 그리 될 것입니다(240쪽)”.

채천석
크리스찬북뉴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