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법 헌신 추구 경건한 유대인들
이방인 쫓아내고 독립국가 세워
극심한 탄압으로 현실 참여 회피
귀족 아니었지만 인텔리 중산층

바리새인 바리새파 제임스 티소
▲제임스 티소(James Tissot, 1836–1902)의 ‘화 있도다,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이여(Woe unto You, Scribes and Pharisees, 1886-1894).

3. 바리새인들(Pharisees)의 특성

1) 바리새파의 기원

‘구별된 사람들’이라는 뜻을 가진 바리새인들은 하나님의 거룩한 공동체 소속으로 주변의 부정한 것들로부터 자신들을 구별하려는 집단이었습니다.

이들의 기원은 마카비 혁명 시대(B. C. 167-164)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마카비 1서 2:42와 7:13은 마카비 혁명에 참가한 무리들을 ‘하시딤(경건한 사람들)’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율법에 헌신하는 삶을 추구하는 경건한 유대인들’을 지칭하는 하시딤은 마카비 가문이 일으킨 혁명에 적극 참여하여 이들을 몰아내고 독립국가를 건설하는데 기여한 자들입니다.

비록 하시딤은 평민이었지만 율법을 사랑하고 율법대로 살기를 원하는 경건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의 근원은 아마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에스라 때까지 소급할 수 있을 것입니다.

B. C. 458년 바벨론 포로 2차 귀환 때 가나안으로 돌아온 율법 전문가 에스라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율법을 가르치며 율법적인 삶을 살도록 하였습니다. 이는 아마 성전 제사를 더 이상 드릴 수 없는 바벨론에서 차선책으로 율법 연구와 기도로 신앙 생활을 이어간 전통에서 유래된 것 같습니다.

이후 이스라엘에서는 율법 연구를 통하여 안식일과 절기는 물론 일상의 삶도 율법에 따라 살고자 하는 운동이 펼쳐지게 되었고, 그 결과 이스라엘 왕정 시대와 달리 성전 제사는 물론 율법 연구와 실천에까지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들 중에서도 특히 율법에 따른 경건한 삶을 강조하는 무리들이 있었는데 이들이 바로 하시딤(경건한 자들)이었습니다.

율법을 위하여 생명까지 기꺼이 바치고자 했던 이들은 율법을 지키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셀루쿠스 왕조 안티오쿠스 4세(B.C. 175-164)의 폭정에 반기를 든 마카비 가문에 동조하여 마카비 혁명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실질적 주체였습니다.

율법을 위하여서는 목숨도 아끼지 않았던 이들은 마침내 셀루쿠스 왕조를 가나안에서 쫓아내었고, 이스라엘 독립 국가인 하스모니아 왕가(B.C. 141-63)를 여는데 중심 역할을 하였습니다. 이들이 바로 기록에 나타난 초기 바리새인들의 모습으로, 많은 백성들의 칭송과 존경을 받았습니다.

바리새인 바리새파
▲자코포 로부스티(일명 틴토레토, Jacopo Robusti, Tintoretto)의 ‘바리새인 집에 가신 예수(Christus im Hause des Pharisäers)’.

2) 바리새파의 발전

율법에 대한 열심이 가득한 하시딤은 마카비 혁명으로 세워진 하스모니아 왕가가 기대와 다르게 율법에 어긋난 일들을 많이 하자 이들을 떠나 율법 연구, 기도, 금식 등을 통한 경건한 삶에 몰두하였습니다.

이들은 열심당원들처럼 폭력을 사용하여 체제를 변경시키는 것을 거부하는 대신, 율법 연구와 실천에 헌신하는 강력한 연합체를 형성하였습니다. 이들이 나중에 ‘구별된 사람들’이라는 뜻을 가진 바리새파로 발전하였습니다.

헤롯이 왕이 된 후 바리새인들은 더욱 현실 참여에 소극적이 되었는데, 헤롯의 극심한 탄압이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헤롯은 늘 누군가 자기 왕위를 노리고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기에, 누구든 위협이 될 만한 존재들에 대하여 비밀경찰 조직을 동원하여 압박을 가하였습니다.

바리새인들이 가진 잠재적 위험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던 헤롯은 바리새인들의 활동을 감시하였으며, 이들의 모든 공적인 활동을 금지시켰습니다. 이렇게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모든 공적 자리에서 쫓겨난 바리새인들은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헤롯에게 대항할 수 없게 되자 더욱 더 율법 연구와 실천에 헌신하게 되었습니다.

바리새 공동체는 대부분 평민으로 이루어졌지만, 대부분의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가난한 소작농이거나 날품을 팔아 먹고사는 가난한 자들은 아니었습니다.

미슈나(Mishnah)에서 소득에 대한 십일조나 절기에 바치는 제물에 대한 분량을 기술하는 것 등이 비교적 상세한 것을 볼 때, 바리새인들이 가난하고 무식한 노동자들이 아니라 어느 정도 교육을 받은 집단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은 소상인, 수공업자들 또 작은 땅이라도 소유하여 일정한 수입이 있는 일종의 중산층 계급이었습니다.

이들은 도시뿐 아니라 시골에서도 살았는데, 요세푸스는 이들의 숫자를 6천여 명으로 보고 있습니다. 바리새인들을 조직하고 교육시킨 것은 율법 전문가인 서기관들이었는데, 이들은 율법을 연구하고 그 연구가 기존 구전 율법과 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토론도 하고 무엇보다 몸소 실천하는 모범을 보였습니다.

바리새인들은 율법에 대한 지식과 경건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다른 어느 그룹보다 더 존경을 받았습니다. 에세네인이 배타적이었고 사두개인이 귀족적이었다면, 평민으로 구성된 바리새인들은 늘 이스라엘 백성의 한 부분을 이루었고,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율법 생활의 모범을 보였습니다.

비록 성전은 제사장들이 지배하였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의 개인적 삶이나 마을 단위 공동체 삶에서는 바리새인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습니다. 폭동이 일어날 때는 바리새인들이 일반 백성들을 대표하여 로마제국과 협상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바리새인 바리새파
▲구스타브 도레(Gustave Doré, 1832–1883)의 ‘헌금을 둘러싼 예수와 바리새인의 논쟁(Dispute of Jesus and the Pharisees over tribute money, 1866)’.

구전 율법에도 신적 권위 부여해
율법 예외 세워 사두개인과 대립
부활 율법에 암시만 했지만 믿어
정결의례 지키려 정기 공동 식사
모르는 죄 용서받도록 선행 축적
‘율법 알지 못하는 무리’, 경멸도
독선적 신앙 태도는 위선 우려돼

3) 바리새파의 신학

①구전 율법의 필요성

바리새인들은 하나님의 율법을 지키는 일을 가장 중요시하였지만, 율법을 문자적으로 지키고자 했던 사두개인들과 달리 율법을 시대의 변화와 조화시키고자 하였습니다.

구약에 기록되어 있는 613개의 율법만으로 현실에 맞는 율법 생활을 충족시키기가 불가능하였습니다. 이를 위하여 바리새인들은 율법을 확장적으로 해석하였는데, 그 결과가 구전 율법으로 축적되어 전승된 것입니다.

이 구전 율법의 궁극적 목적은 율법에 대한 책임을 명확하고 가볍게 해줌으로써 보다 현실성 있는 율법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것입니다. 예를 들면 율법은 “안식일에 일을 하는 사람은 돌로 쳐죽이라”고 단순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안식일 규정 때문에 안식일에 위험에 처한 사람조차 구할 수 없다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따라서 안식일임에도 불구하고 위험에 처한 사람이 있다면 구하여 주어도 된다, 즉 안식일을 문자적으로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규정들을 만들어 피할 길을 마련해 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과연 이런 해석이 올바른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무엇보다 율법을 문자적으로 해석할 것을 주장하는 사두개인들의 저항에 부닥치게 됩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바리새인들은 모세가 시내산에서 ‘성문 율법’을 받을 때, ‘구전 율법’도 함께 받은 것이라 주장하여 구전 율법에도 신적 권위(Divine Authority)를 주고자 하였습니다. 즉 구전 율법도 이스라엘 백성들이 꼭 지켜야 하는 하나님의 명령이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구전 율법을 “장로들의 전통(막 7:3)”이라 부르셨고 바울은 “조상의 전통(갈 1:14)”이라 하였습니다.

②부활에 대한 소망

바리새인들이 사두개인들과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던 신학 중 하나는 바로 ‘부활’에 관한 것입니다. 죽은 자들의 부활에 대한 구절은 구약에 뚜렷하게 나타나 있지 않고, 다만 이사야 24-27장이나 다니엘 12장 1-3절 등이 어렴풋이 암시하고 있습니다.

부활에 관한 믿음은 주로 구전에 의하여 내려오다가 바리새인들에게 전수되었던 것입니다. 부활은 예수님의 가르침도 분명하게 증거하고 있으며(마 22:23-33), 스스로 부활의 첫 열매가 되셨습니다. 부활에 대한 공통점 때문에 바리새인들도 처음에는 사두개인들만큼 기독교인들을 심하게 박해하지는 않았습니다(막 6:16; 눅 9:9).

바리새인들은 이런 부활 신앙을 바탕으로 메시아에 대한 소망을 키워 왔습니다. 그들은 다윗의 후손으로 오시는 메시아가 흩어진 이스라엘 열 두 지파를 모으고 다윗 왕국을 다시 세울 것이라 믿었습니다.

사두개인들에 의하여 성전이 부패하고 타락하면 할수록, 바리새인들은 메시아가 오는 길을 예비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율법이 요구하는 의를 이루도록 노력하였습니다.

루벤스, ‘바리새인 시몬의 집 잔치’
▲피터 루벤스(Pieter Pauwel Rubens, 1577-1640)의 ‘바리새인 시몬의 집에서의 그리스도(Christ at Simon the Pharisee, 1618-1620)’, 러시아 에르미타주 미술관.

③정결 의례 강조

바리새인들은 특히 정결 의례를 강조하였습니다. ‘구별된 자들’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주변의 모든 부정한 것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려고 신앙 공동체를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함께 모여서 식사를 하였는데, 그래야 정결의례를 더 잘 지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각자 집에도 정결의례를 위한 목욕탕을 갖추었으며, 식사를 하기 전에는 반드시 손을 씻었는데(막 7:3-4) 그 이유는 식사 기도를 정결한 손으로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율법 준수를 강조한 바리새인들은 십일조도 엄격하게 드렸습니다. 구약은 레위인을 위하여 십일조를 성전에 드릴 것을 명하고 있는데(레 27:30-33; 민 18:21-24), 당시 유대인 대부분은 이 율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바리새인들은 토지 산물의 십일조뿐 아니라 구입한 물품의 십일조까지도 드렸습니다.

이들은 물품을 공동체 안에서 구매하였는데, 그래야 십일조를 낸 물품임을 확신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양념과 채소의 십일조도 드렸으며, 기타 십일조가 적용될 수 있는 다른 모든 것에도 똑같이 적용하였습니다(마 23:23; 눅 11:42).

④선행의 축적

이처럼 바리새인들은 자신들이 생명처럼 여기는 율법을 범하지 않기 위하여, 율법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율법의 울타리(즉 장로들의 전통)’를 만들었으며, 이들은 항상 자신들이 이 율법의 울타리 안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혹시라도 자신도 모르게 이 율법의 울타리를 넘어가는 경우를 대비하여 추가적인 경건 활동을 통해 선행을 쌓도록 노력하였습니다.

즉 구제를 통하여, 기도를 통하여, 그리고 금식을 통하여 자신들이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범하였을지 모르는 죄에 대하여 하나님의 용서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하였던 것입니다(마 6:1-18).

이들은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반드시 기도를 하였고, 월요일과 목요일에는 금식을 실천하였습니다(눅 18:12). 또 절기마다 율법에 따른 정확한 제물을 드리는 것과 자선 베푸는 것을 중요시하였는데, 이렇게 모인 것은 가난한 자들을 위하여 사용되었습니다.

이렇게 율법 실천을 강조하는 바리새인들은 율법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지키지 않는 사람들과는 교류를 하지 않았으며 이들을 ‘율법을 알지 못하는 무리’라고 경멸하였습니다(요 7:49). 특히 이방인과 함께 일하는 세리나 창녀 같은 죄인들을 경멸하였는데, 그 이유는 이들은 ‘늘 율법과 갈등을 겪어야 하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과 식사를 같이 한다는 것은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되는 일’로 여겼던 것입니다(막 2:14-17; 눅 15:2).

그러나 바리새인들의 이런 독선적인 신앙 태도는 자칫 위선적인 것으로 흐르기 쉬웠습니다. 예수님도 바리새인들을 일곱 번 저주하셨지만(마 23장), 자신을 ‘구별된(특별한) 자’라는 확신을 갖게 되면 멸망의 선봉인 교만과 짝하기 쉽게 되는 것입니다(잠 18:12). 바리새인과 세리의 기도를 비교하는 예수님의 가르침에도 잘 드러나 있지만, 예수님과 바리새파 사이 충돌은 불가피한 것이었습니다(눅 18:9-14; 마 12:14; 막 3:6).

류관석 교수
대한신대 신약신학
서울대 철학과(B.A.), 서강대 언론대학원(M.A.), 미국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M. Div.),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 (Th. M. 구약 / M. A. 수료), Loyola University Chicago(Ph. D., 신약학)
미국에서 Loyola University Chicago 외 다수 대학 외래 교수
저서 <구약성경 문화 배경사>, <산상강화(마태복음 5-7장)>, <기적의 장(마태복음 8-9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