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아니지만, 사실혼이나 다름 없다?”
한기총 “억지 자격 부여한 판결”
한교연 “법관 자질 의심하게 돼”
한교총 “법질서 어지럽힌 월권”
서울고등법원의 2월 21일 ‘동성 결합 관계의 건보 피부양자 자격 인정 판결’을 규탄하는 교계와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 등을 참조했을 때 두 사람의 사실혼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면서도 이들에 대해 “성별 등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사실혼과 같은 생활공동체 관계에 있는 사람”이라면서 “건강보험은 소득이나 재산 없이 피보험자에 의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을 피부양자로 인정해 수급권을 인정할 필요성이 있고 여기에 피부양자 제도의 존재 이유가 있다.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결정은 차별대우”라고 주장했다.
◈“동성 결합, 배우자 될 수 없어”
교계 연합기관들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이홍정 목사, 이하 NCCK)를 제외하면 대부분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먼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정서영 목사, 이하 한기총)는 23일 정서영 대표회장 취임으로 단체가 정상화된 후 첫 입장문을 이번 판결 규탄에 할애했다.
한기총은 “헌법 36조는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兩性)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돼야 한다’고 규정했고, 대법원도 혼인을 ‘1남 1녀 간의 정신적, 육체적 결합’이라고 판결했다”며 “동성 결합은 혼인의 관계가 될 수 없고, 법적으로 ‘배우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자격 없는 자에게 억지로 자격을 부여하기 위해 정서적·경제적 생활 공동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법의 경계를 허무는 행위는 사법부의 권한이 아닌 월권”이라며 “대법원이 헌법과 판례에 따라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아 주기를 요청하며, 국민건강보험공단도 배우자의 피부양자 자격에 대해 정확히 정의하라”고 촉구했다.
◈“자의적·편향적 법리 해석”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송태섭 목사, 이하 한교연)도 23일 “대한민국의 헌법과 민법을 모두 무시한 자의적이고 편향적인 판결”이라며 “대한민국 헌법은 ‘혼인은 양성평등을 기초로 성립한다’고 했다. 민법도 혼인을 ‘남녀 간 결합’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법원이 어떻게 동성 커플에게 부부와 같은 자격을 주라 할 수 있나. 이는 법관의 월권이자 재량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한교연은 “재판부도 동성 커플을 ‘사실혼’으로 볼 수 없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사실혼’이 아니지만 ‘사실혼’이나 다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성 커플을 ‘정서적·경제적 공동체’라고 규정했다”며 “이런 논리와 사고를 지닌 법관이 어떻게 국민을 상대로 법을 공평하게 집행할 수 있는지 그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개탄했다.
◈“판결 법적 완결성 스스로 훼손”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이하 한교총)은 22일 “행정법 취지를 고려하면 공단이 동성 결합 커플에 대해서만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건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대우’라면서 누구나 어떠한 면에서 소수자일 수 있고, 소수자 자체로 틀리거나 잘못된 것일 순 없다는 소신 발언까지 판결문에 덧붙임으로써, 판결의 법적 완결성을 스스로 훼손했다”고 논평했다.
이들은 “서울고법 판단처럼,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은 건보공단 처분을 평등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행정법 일반원칙으로서 평등 원칙은 행정청 재량권 행사를 통제하는 기능을 하는데, 공단의 피부양자 자격 부인은 자의적 재량이 아니라 국민건강보험법 5·9조의 해석으로부터 직접 도출되는 것으로 평등 원칙 위반이라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교총은 “현행법의 해석에 전념해야 할 법원이 헌법 명문 규정에 반할 뿐 아니라 상급심인 대법원 판결에도 어긋나는 소위 편향적 판결을 하는 것은 실정법 국가인 우리나라 법질서를 어지럽히는 월권이 아닐 수 없다”며 “다만 이 판결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기에,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언론회 “판사, 사회운동가인가?”
목회자연대 “가정 해체한 판결”
시민단체들 “정치적, 견강부회”
◈“판사들, 인권위 직원인가?”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이억주 목사)는 판결 당일인 21일 ‘법관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면 정상적 판결이 아니다’는 제목으로 “현행 헌법과 대법원 판결, 헌법재판소 결정을 무시하는 것은 제대로 된 판결이 아니라 판사들의 자기 주장에 의해 법을 시험하려는 행위에 불과하다”며 “판사들은 사회운동가가 아니다. 차별을 해소한다며 역차별을 조장하는 국가인권위원회 직원도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고등법원 판사들이 현행 법률과 헌법을 뒤집어엎는 판결을 내리는가”라고 반문했다.
교회언론회는 “판사는 독창적·독보적·독재적 존재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정치는 철저한 삼권분립으로 작동되고, 사법부의 법률적 판단은 법의 테두리에서 불편부당(不偏不黨)하게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한다”며 “동성 결합이 제대로 된 결혼도 아닌데, 이를 결혼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는가”라고 반문했다.
◈“사법부, 초법적·월권적 판단”
최근 결성된 기감·기장·통합 차별금지법 반대 목회자 연대(대표 소기천 교수)에서도 “이번 판결은 헌법에 명시한 신성한 가정을 근본적으로 해체하는 결정”이라며 “따라서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허용된 법 해석의 범위를 뛰어넘어 초법적이고 월권적 판단을 한 것에 대해 규탄한다”고 밝혔다.
연대 측은 “이번 2심 판결은 대법원에서 명백하게 시비가 가려질 것이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인데, 아무리 판사가 판결로 말한다 해도 헌법 위에서 판사 개인의 소신을 강요하는 것은 법질서를 무너뜨리며 나라의 기강을 흔드는 것”이라며 “일개 판사가 개인의 입장을 판결문에 적시하며 양비론적 입장을 펼쳤으나, 우리 헌법과 법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판례는 오로지 남녀 간의 결합을 혼인으로 인정할 뿐, 동성 결합을 법률상 혼인이나 사실혼 관계로 인정한 사실이 없다”고 지적했다.
◈“양성 기초 혼인제도 파괴”
시민단체들은 행동에 나섰다. 수기총, 반동연, 동반연, 진평연 등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리적 판단 대신 정치적 판단에 의한 ‘사법적극주의’에 의한 견강부회 판결”이라며 “헌법과 민법,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판례, 도덕과 풍속이 남성과 여성의 결합만이 결혼임을 명확히 하는데, 어떻게 이와 배치되는 판결을 내릴 수 있는가”라고 통탄했다.
단체들은 “LGBT 진영과 문화사대주의자들은 맹목적으로 UN 권고를 당연시하듯 맹종해 왔다”며 “그들은 대한민국 관습과 법 체계를 뭉개고 UN 자유권규약위원회·사회권규약위원회 권고를 금과옥조로 여기며 국익과 배치되게 이기적으로 처신해 왔다. 그 일원인 동성 커플 원고 주장에 1심 재판부는 조약이나 국제법규가 국내법보다 우위에 있지 않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는데, 명쾌한 판결로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또 “한 가지 우려하는 건 최근 국회 연설에서 ‘우리도 생활동반자제도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라고 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의 발언”이라며 “그는 ‘프랑스는 1999년 시민연대계약을 도입해 출생률을 2.1명까지 높일 수 있었다’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언론보도에 따르면, 민주당이 추진하려는 특검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기 위해 정의당의 협력이 필요하자, 정의당과 생활동반자제도 도입을 위한 공조를 제시한 것이라고 한다”고 했다.
이에 “동성 간 결합을 제도화하고, 건강한 혼인·가족제도를 파괴하며, 우리나라의 다음 세대 아이들을 희생시키는 악법 중의 악법인 생활동반자법 제정을 추진한다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결코 피할 수 없을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이들은 이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앞으로 이동해 기자회견을 추가로 진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