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 교리 분별하기
목숨 걸 교리 분별하기

개빈 오틀런드 | 이제롬 역 | 개혁된실천사 | 208쪽 | 15,000원

저자가 말한 교리 차이의 경중을 책정하는 ‘신학적 선별작업(theological triage)’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교회의 하나 됨을 추구하려는 선한 목적과 교리의 정결함을 추구하려는 선한 목적이 끊임없이 재고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사실 성경의 모든 가르침은 소중하다. 중요하지 않은 교리는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선별이 필요한 이유는 성경을 이해하는 우리 능력이 제한되어 있고, 그로 인해 발생할지 모르는 불필요한 분열을 막기 위해서다. 예수님은 아버지 하나님과 이루신 아름다운 연합을 제자들이 닮기를 원했다: “우리와 같이 그들도 하나가 되게 하옵소서”(요 17:11).

개신교의 광범위하고 강력한 연대를 소망하는 이들에게 있어 ‘로망’은 교단으로 구분되지 않고 완벽한(?) 연합을 이룬 1세기 초대교회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신약 성경을 제대로 읽어보면 초대교회도 심각하게 잘못된 교리를 받아들이고 가르치는 이들을(거짓 교사) 교회에서 쫓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예루살렘 공의회를 시작으로 연합한 교회가 함께 결의한 신조는 그것에 반대하는 이들과 함께할 수 없다는 기본 전제를 깔고 있다. 종교개혁을 일으킨 루터나 칼빈이 당시 가톨릭과 연합할 수 있는 교리적 차이를 가졌을까? 19세기 영미 복음주의에서 일어난 에큐메니칼 운동과 오늘날 WCC가 연합을 위해 타협하는 교리적 차이는 충분히 희생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이 어려운 질문에 완벽한 해답을 줄 사람은 없지만, 캘리포니아주 제일침례교회 담임목사 개빈 오틀런드는 <목숨 걸 교리 분별하기: 교리 차이의 경중 어떻게 볼 것인가>를 통해 기본적인 원칙을 제시하려 한다.

책의 원서 제목은 ‘Finding the right hills to die on’으로, 우리가 목숨 걸고 싸워야 할 곳과 싸우지 말아야 할 곳을 바르게 찾도록 도와준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 책은 J. D. 그리어, 러셀 무어, 제러드 윌슨, 브라이언 채플, 샘 올베리, 마이클 리브스 등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저자들의 추천을 받았다.

먼저 저자 오틀런드는 교리적 분파주의와 교리적 최소주의가 모두 위험하다는 것을 알린다. 계속 교회가 찢기는 것은 연합을 파괴하고 세상에 드러나는 교회의 아름다운 모습을 어그러뜨린다. 반대로 ‘교리 말하지 말고 예수님만 사랑하자’는 것도 듣기엔 좋으나 사실은 예수님이 누구신지에 관한 동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결국 저자가 결론에서 밝힌 ‘신학적 겸손’이 두 가지 위험한 진영에 있는 이들에게 꼭 필요하다. 나만 옳다는 교만이 교리적 분파주의를 만들어내고, 연합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다른 교리들은 어찌 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교만이 교리적 최소주의를 양산하기 때문이다.

율리우스 휘브너 마르틴 루터 에크
▲율리우스 휘브너(Julius Hübner, 1806-1882)가 그린 마르틴 루터와 요한 에크의 교리 논쟁(1863-1866). 제목은 ‘Deutsch: Disputation Dr. Luthers mit Dr. Eck(1519)’.
저자는 교리 차이의 경중을 다음 네 단계로 구분할 것을 제안한다: ①1순위: 복음에 본질적인 교리 ②2순위: 교회의 건강과 실천에 절박하게 중요한 교리(그리스도인이 나뉘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 교리) ③3순위: 기독교 신학에 중요하나, 그리스도인 사이가 분열되는데 정당성을 갖기 어려운 교리 ④4순위: 복음을 증거하고 공동으로 사역하는 데 있어 중요하지 않은 교리.

앞서 말한 것처럼 오틀런드는 성경 모든 교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것을 구분하는 이유를 연합 즉 교회가 하나 되는 데 반드시 차이가 없어야 하는 교리, 차이에 관하여 계속 논의해야 하는 교리, 차이가 있어도 하나 될 수 있는 교리, 교회의 연합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야 하는 교리를 분별하려는 것임을 강조한다.

모든 독자가 저자의 분별에 순응할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특히 2순위 교리의 예로 든 세례(유아세례, 신자 세례), 은사(지속론, 중지론), 교회 내 여자의 역할(상호보완론, 평등론), 그리고 3순위 교리로 예를 든 종말론(무천년, 전천년, 후천년), 창조의 날(문자적 6일, 그 외 견해)에 관한 저자의 분별과 그에 관한 설명을 읽으면서 독자는 ‘이런 교리적 차이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차원에서 연합을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나와 다른 분별을 가진 그리스도인 혹은 교회와 교리적 차이를 논의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2·3순위 교리에 관하여 우리는 각자 자신이 믿고 있는 견해가 얼마나 또 어떻게 성경의 가르침에 기반하고 있는지 잘 알아야 한다. 그리고 신학적 겸손을 가지고 다른 형제자매의 견해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목숨 걸고 서로 맞서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원수 마귀와 거짓된 세상에 맞서기 위해서.

어거스틴은 ‘본질에는 일치, 비본질에는 자유, 모든 것엔 사랑’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무엇이 본질이고 무엇이 비본질인지 교회는 끊임없이 논의하겠지만, 그 모든 과정엔 교만하지 아니하고 진리와 함께 기뻐하는 사랑이 가득하기를, 개빈 오틀런드의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그 겸손과 지혜가 함께 하기를 간구한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