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정부가 국방비 지출을 늘리기 위해 기독교 공휴일을 축소하려고 하자, 이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각) 5만여 명에 달하는 군중이 수도 코펜하겐에 모여 330년 된 공휴일인 ‘대기도일’(Great Prayer Day) 폐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 |
▲코펜하겐에 모인 시위대들의 모습. ⓒ트위터/Jinkies78
|
앞서 덴마크 사회민주당의 메테 프레데릭센(Mette Frederiksen)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방비 증액을 위해 예정보다 3년 앞당겨 대기도일 연휴의 폐지를 제안했다.
덴마크 정부는 대기도일 폐지로 기대되는 45억 데나크 크라운(약 6억 5400만 달러, 약 8156억 원)의 세수 증대분을, 나토(NATO)가 주도하는 ‘GDP의 2% 목표’에 맞춰 국방 예산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노동계·학계에서는 노동자들이 근로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회피하려고 할 것이기에, 공휴일 축소에 따른 세수 확대가 일시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프레데릭센 총리가 이끄는 연립 정부는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공휴일 축소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대기도일은 1686년 공식적으로 휴일이 됐을 때 처음에는 기도와 금식의 날로 제정됐으나, 따뜻한 밀빵과도 관련이 있다.
초기에는 교회 종소리가 대기도일의 시작을 알리면 휴일이 끝날 때까지 제빵을 포함한 모든 작업과 상업이 금지됐다. 또 금식 외에도 도박과 여행 등도 삼가하도록 권면을 받았다.
덴마크의 제빵사들은 작업 중단을 피하기 위해 목요일에 버터를 넉넉히 곁들인 밀빵을 구워 다음날 데워 먹을 수 있도록 보존했다.
현대 덴마크의 대기도일에 제빵은 더 이상 금지되지 않지만, 다양한 교파의 다른 기독교인과 함께 모여 국가와 세계를 위해 기도하는 날로 사용됐다.
대기도일 외에도 1770년까지 덴마크에는 22개의 성일이 있었지만, 여러 정부 개혁에 따라 삼왕의 날과 성 요한의 날을 포함해 약 절반이 폐지됐다. 대기도의 날은 그러한 개혁 노력을 통해 제정된 날들 중 하나다.
크리스천포스트는 “덴마크에서 기독교 휴일을 폐지하려는 노력은 2021년 모든 설교를 번역해 정부에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법률안을 도입한 후 가장 최근에 발생한 종교 자유 침해 사례”라고 했다.
이에 따르면, 당초 이는 이슬람의 테러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도입됐으나, 모스크에만 제한을 둘 수 없기 때문에 교회에도 동일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유럽의 주교들이 이에 항의하자, 덴마크교회협의회는 프레데릭센 총리에게 ‘차별적이고 경솔한’ 법안의 철회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