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성전환 ‘선언’만으로 인정해 주는 법안 통과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유럽, 유사 법안들 추진 시도로 논란

의회에서 찬성 113표로 가결
보수 진영과 기독교계는 반발

▲핀란드 산나 마린 총리. ⓒ홈페이지

▲핀란드 산나 마린 총리. ⓒ홈페이지

핀란드에서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선언’만 하면 이를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하는 법안이 지난 1일(현지시간) 의회를 통과했다.

핀란드 의회는 표결에서 찬성 113 대 반대 69로 법안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18세 이상 핀란드인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히는 것만으로 자신의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과거에는 성전환자로 인정받기 위해 의학적·정신과적 의사 소견서를 제출해야 했으나, 개정 ‘트랜스젠더법’에 따르면 이러한 절차를 없앴다.

이번 개정법안은 산나 마린 총리가 ‘처리 1순위’로 지목했던 법안으로 알려졌다. 1985년생인 마린 총리가 구성한 연립정부의 5개 당 대표는 모두 여성이다.

마린 총리는 “성전환자 권리를 대폭 강화한 이번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남은 임기 2개월 중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의회는 트랜스젠더들의 성 정체성 인정 전 임신 상태가 아님을 증명하는 진단서를 제출하도록 한 조항도 삭제했다. 이 조항은 “성전환자들이 아이를 갖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현지 보수 진영과 기독교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야당 핀스당 의원들은 “범죄자들이 이 법을 이용해 신분을 속일 수 있다”고 주장했고, 다른 의원들은 “남자들이 군 복무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성이 탈의실에서 여성을 괴롭힐 수 있는 문을 열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유럽 지역에서는 성전환자 권리에 대한 법안 개정을 놓고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스코틀랜드 의회가 이번 핀란드처럼 성전환 인정을 간소화하는 법을 통과시켰으나, 영국 정부가 1999년 스코틀랜드 의회 출범 이후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와 관련, 스코틀랜드에서는 여성 두 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남성이 여성으로 성전환을 시도한 뒤 여성 전용 교도소에 머무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스페인에서도 16세 이상 누구나 의료진 감독 없이 법적 성별을 바꿀 수 있게 하는 성전환자 권리 법안을 지난해 12월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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